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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탐구] ④KB금융, 자본력·안정적 사업 포트 갖춘 국내 1위 금융그룹

- 푸르덴셜, KB증권 M&A(인수합병) 잇따라 성공하며 사이즈 키워

- 소매금융 위주 영업으로 IMF(국제통화기금) '부실 폭탄' 비켜가

  • 기사등록 2024-08-03 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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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금융그룹의 경영 현황과 지배구조,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금융사 탐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업에게는 생산 자금을 지원하고 개인에게는 소매 금융으로 재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한국 경제를 이끄는 키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을 심층분석해 한국의 금융·자본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이민주 김장준 기자]

"저희 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 대등 합병을 결정했습니다. 새 은행을 신설해 두 은행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새 합병 은행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고 합병 비율도 실사를 통해 결정하겠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한겨울 칼바람이 더욱 차갑게 느껴지던 2000년 12월 2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기자실. 


예고에 없던 기자회견이 갑작스럽게 공지되고 단상에 오른 김상훈 국민은행장이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뒤에는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애써 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KB국민은행(행장 이재근)은 이렇게 전광석화(電光石火)를 연상케 하며 탄생했다. 새 은행 이름, 합병 비율도 정해지지 않았고 노조 반발은 거셌다. 


두 은행이 합병을 결정한 것은 IMF 외환위기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공통적으로 소매 위주 영업을 하다 보니 두 은행 점포의 60%가 500m 이내 거리에 있었다. 합병하게 되면 인력 구조조정, 중복 점포 폐쇄, 유사 상품 정리가 불을 보듯 뻔했고 조직 통합도 쉽지 않아 보였다. 두 은행 노조원들은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자기자본·순이익에서 '5대 금융지주사 1위'... 회장 선출도 모범적


그로부터 24년이 지났다. 


KB국민은행을 모태로 하는 KB금융지주(회장 양종희)는 이제 KB증권, KB라이프(KB생명+푸르덴셜생명),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등 60개 계열사룰 둔 국내 1위 금융그룹으로 점프했다. 지난해 매출액(영업수익) 77조4828억원, 영업이익 6조4353억원, 순이익 4조5634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7.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1.7%, 16.03% 증가했다(이하 K-IFRS 연결).


[금융사 탐구] ④KB금융, 자본력·안정적 사업 포트 갖춘 국내 1위 금융그룹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자료=KB금융지주 사업보고서] 

KB금융지주는 명실상부하게 한국에서 가장 큰 금융그룹이다. 이는 숫자로 증명된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5대 금융지주사의 자본총계(자기자본)를 살펴보면 KB금융이 59조2073억원으로 1위이고 이어 신한금융지주 56조7656억원, 하나금융지주 41조1568억원, 농협금융지주  34조4976억원, 우리금융지주 33조9243억원순이다.


자본총계는 금융사의 경쟁력과 펀더멘털을 파악하는 핵심 지표이다. 왜냐하면 금융사는 자본(equity) 1원을 확보하면 이것의 약 10배인 부채(debt) 10원을 조달해 기업이나 개인에 대출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사소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큰 실적(이자수익) 차이를 낳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본총계를 놓고 KB금융은 신한금융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KB금융은 2013년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에 근소하게 뒤져 있었지만 2014년 앞질렀고 2018년에 신한금융에 뒤졌다가 지난해 다시 한번 앞질렀다.  


[금융사 탐구] ④KB금융, 자본력·안정적 사업 포트 갖춘 국내 1위 금융그룹KB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의 자본총계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순이익을 기준으로 해도 KB금융은 1위이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KB금융이 4조5634억원으로 1위이고 이어 신한지주 4조4780억원, 하나금융 3조484억원, 우리금융 2조6269억원, 농협금융지주 2조5418억원 순이다. 순이익을 놓고도 KB금융은 신한금융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신한금융 순이익(4조755억원)이 KB금융 순이익(3조9314억원)을 앞지르기도 했다.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KB금융지주는 원숙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 후임 선임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허인 전 KB국민은행장 대신 양종희 부회장을 선임하면서도 무리없이 CEO 인사를 완성했다. KB금융지주는 놀랍도록 깔끔하고 세련된 회장 선임 장면을 보여주었다. 지난 시기에 외풍에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당시 시행착오를 복기하며 치밀하게 액션 플랜을 가동한 결과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1류 기업이 3류 기업으로 추락하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후계자 문제 때문"이라고 한 점을 감안하면 이는 KB금융지주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주주환원 정책, 지배구조에서도 KB금융은 앞서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증권, LIG손해보험 등 M&A 잇따라 성공하며 금융그룹 1위


KB금융그룹의 이같은 성과는 크게 보면 '전략의 승리'이지만 운(fortune)도 따라주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KB국민은행의 전신인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2000년 합병 이전까지 소매 금융에 주력했다. 당시 메이저로 불리던 이른바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가 기업 금융에 치중하자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소매 금융을 공략한 것이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로 대기업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지면서 대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하던 조상제한서도 '부실 폭탄'을 맞았지만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피해를 비켜갔다. 


2008년 KB금융지주가 공식 출범하며 이 그룹은 M&A에 적극 나섰다.   


[금융사 탐구] ④KB금융, 자본력·안정적 사업 포트 갖춘 국내 1위 금융그룹KB금융지주 매출액(영업수익)과 히스토리. [자료=KB금융지주 사업보고서]

2014년 우리파이낸셜을 인수해 KB캐피탈을 출범시켰고 이듬해에는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KB손해보험이 출범했다. 2014년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M&A가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2016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궘이 합병해 KB증권이 출범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자 KB금융그룹은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고 지난해 KB생명과 통합해 KB라이프를 출범시켰다.


◆'비(非)은행 이익기여도' 신한금융에 이어 2위... 인도네시아 KB뱅크 적자


KB금융그룹이 모든 면에서 만사형통(萬事亨通)은 아니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실적에서 은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놓아 비(非)이자수익을 늘리는 것이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비은행 이익 기여도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5대금융지주사의 비(非)은행 이익 기여도를 살펴보면 신한금융(37.9%), 하나금융(36.4%)이 각각 1, 2위를 했고 KB금융(34.0%)은 3위를  기록했다. 이어 농협금융(34.8%), 우리금융(22.3%) 순이다.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해마다 편차가 큰 편인데 2022에는 KB금융의 이익 기여도가 34.0%로 신한금융(37.9%)에 이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KB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이른바 '은증생카'로 불리는데, 이는 은행(KB국민은행), 증권(KB증권), 생명(KB라이프, 옛 KB생명), 카드(국민카드)의 이익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금융사 탐구] ④KB금융, 자본력·안정적 사업 포트 갖춘 국내 1위 금융그룹KB금융지주의 계열사별 이익 기여도. [자료=한화투자증권]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 은행)의 흑자전환을 앞당기는 것도 현안이다. 


인도네시아 KB뱅크는 KB금융지주가 동남아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순손실 5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손손실 336억원)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재근 행장은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 KB뱅크를 흑자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KB부코핀은행의 사업 전망은 밝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국토면적이 가장 넓고 인구가 많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7700만명으로 인도(14억2800만명), 중국(14억2500만명), 미국(3억3900만명)에 이어 세계 4위이다. 면적은 한반도보다 9배 넓다. 


[금융사 탐구] ④KB금융, 자본력·안정적 사업 포트 갖춘 국내 1위 금융그룹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영업수익). 2022 K-IFRS 연결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양종희 회장, 내부 출신 첫 KB금융 회장... LIG손보 인수로 부회장 승진 


KB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양종희 회장은 지난해 11월 제7대 회장에 취임했다. 내부 출신으로는 첫 KB금융그룹 수장이다. 


전주 태생으로 전주고를 졸업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전북 임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전남 보성)과 함께 호남 인맥으로 분류된다. 학연으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전주고 동문이다. 1989년 주택은행에 입행해 금융권과 첫 인연을 맺었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재 KB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하고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금융사 탐구] ④KB금융, 자본력·안정적 사업 포트 갖춘 국내 1위 금융그룹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인맥지도. [자료=버핏연구소]

전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공을 들였던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차곡차곡 밟았다. 윤종규 전 회장이 지주 CFO를 지내던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지주 경영관리부장을 맡아 윤 전 회장과 호흡을 맞췄다. 이재근 국민은행장과는 주택은행에서 같이 근무했다. 


tv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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