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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COVID-19와 관련한 통계는 초기부터 말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까지 전문가의 의견들도 다양하고 천차만별이어서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그 진위를 알기가 어렵다. 사실 꼼꼼하게 살펴보더라도 어떤 데이터나 통계가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조회수 160만회를 초과하는 “백신 맞고 오미크론 걸린 사람 피검사 해보았더니”라는 동영상이 있어서 살펴보았더니 생각과는 다르게 근거가 되는 논문의 연구방법론에 다소 문제가 있는 듯하여, 이에 대해서 살펴본다.

 코로나. [이미지=유튜브 캡쳐]

이 동영상에서는 백신을 적어도 2회 이상 맞은 사람이 오미크론에 가볍게 걸려도 백신을 3회 이상 맞은 사람보다 중화 항체가 세 배 이상 생겼고, 백신을 안 맞은 24세 임산부 여성이 오미크론에 걸렸는데, 중증이었고, 중화 항체를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근거로 팬데믹 극복의 길은 백신접종과 자연면역을 결합하는데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화 항체(neutralizing antibody)는 병원체나 감염성 입자가 신체에 침투했을 때 생물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중화하여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를 말한다.


이 동영상은 2022년 4월 22일에 NEJM에 게재된 논문 “Neutralization of the SARS-CoV-2 Omicron BA.1 and BA.2 Variants”에 근거해서 제작된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백신만 맞고 오미크론에 감염되지 않은 24명과 오미크론에 감염된 8명으로 구성된 그룹 등 두 개의 표본 그룹이 존재하는데, 논문의 결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표본 그룹은 8명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이 그룹 중 7명은 백신을 맞은 사람이고 한 명은 아예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자인데 24세 여성 임산부였다.


이상하게도, 8명 표본 그룹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 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젊은 여성 임산부 1명으로 선정된 점이 다소 특이하다.


연구자들이 연구를 할 때 모집단을 모두 조사하고 분석하고 싶어도 연구자의 시간적,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모집단 전체를 연구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연구자는 표본을 뽑아서 그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게 되는데, 대체로 표본에 의존하여 모집단의 특성을 분석한다면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모집단의 특성과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특성이 일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표본추출상의 오류는 대체로 표본의 크기 때문에 생기는 우연에 의하여 발생하거나, 아니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없는 비전형적인 구성요소를 표본으로 뽑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표본을 추출할 때 모집단의 구성원 중에서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표본추출의 편의(sampling bias)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표본추출오차가 발생하여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러한 편의는 표본추출 과정에서 연구자의 의도적인 행동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으나, 대체로 표본추출의 계획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약에 대학원생이 위의 논문에 사용된 정도의 표본추출 계획을 제출했다면, 아마도 지도교수에게 크게 혼쭐이 나고 다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지시를 받았을 것이다. 조사 표본의 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대조 표본의 비율이 맞지 않는 데다가, 일반적으로 임신을 하면 태아보호를 위해서 면역기능이 다소 억제되는 경향이 있는 점을 무시하고 있어서 표본추출의 편의가 비상식적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논문 제목의 무게나 연구자들의 수준이 표본추출의 편의 문제를 간과할 정도는 아닌 것 같기 때문에, 오히려 의도적으로 표본을 추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게 한다. 백신을 맞지 않고 오미크론에 걸린 사람의 집단을 표본에서 누락시키게 되면 이들의 중화 항체 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표본추출의 오류 때문에 이 연구는 백신을 맞은 사람이 오미크론에 감염되었을 때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오미크론에 감염되었을 때 중화 항체의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답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논문에 의하면, 백신 맞지 않고 오미크론 걸린 사람의 중화 항체 수는 오리무중인 반면에, 백신을 2차 맞은 사람은 중화 항체가 거의 소멸되었다가 3차 맞고 나니 중화 항체가 많이 증가하였다는 것, 백신 맞고 오미크론 걸린 사람은 백신 맞지 않고 오미크론 걸린 사람에 비해 중화 항체가 더 많이 증가하였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3차 백신을 맞도록 부추기거나, 백신을 맞고 오미크론에 걸리더라도 백신을 맞지 않고 오미크론에 걸리는 것보다 훨씬 중화 항체가 많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어, 은근슬쩍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백신을 계속 맞아야 하고, 백신을 계속 맞고 오미크론에 감염되어도 백신이 무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는 것만 남게 된다.


위 동영상의 제작자는 그동안 어려운 의학적 연구결과를 동영상으로 쉽게 설명하여 일반 사람들의 의학 지식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 그러나 이번 동영상에 인용한 논문은 백신을 전혀 맞지 않은 사람들이 오미크론에 감염되었을 경우 어느 정도의 중화 항체를 생성했는지, 또 어느 것이 더 우월한지, 또 어느 것이 더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하여 알 길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일반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주장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


표본추출의 오류가 현저한 논문을 일반화하는 것은 이른바 성급한 일반화(hasty generalization)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사실을 왜곡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터부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성급한 일반화는 도달한 결론이 충분하거나 편향되지 않은 증거에 의해 논리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 오류를 말한다.


필자의 주위에 기저질환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고 비타민 C나, 다소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면역강화 식품인 AHCC를 복용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아직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백신을 3차까지 맞고도 오미크론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미국 루이지애나 연방항소법원에서 내린 백신강제가 위헌이라고 하는 판결이나, 최근에 내려진 백신강제를 거부하여 병원에서 해고된 의료종사자들을 복직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법원 판결은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통계의 거짓말 (2016). [이미지=yes24] 

『통계의 거짓말』이라는 책을 쓴 게르트 보스바흐(Gerd Bosbach)와 옌스 위르겐 코르프(Jens Jürgen Korff)는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수많은 일이 결국 너무나도 적은 양의 표본이나 한쪽에 편향된 표본에 근거한 결론이라는 사실은 씁쓸하기 그지없다.”라는 대럴 허프(Darrel Huff)의 말을 인용해서 표본이 공평하게 추출되지 않는 현실을 아쉬워하고 있다.


백신의 효력에 대한 유사한 연구로 “Comparing SARS-CoV-2 natural immunity to vaccine-induced immunity: reinfections versus breakthrough infections”이라는 논문이 있다. 이 논문은 이스라엘에서 2021년 8월 24일에 발표되었는데, 자연면역이 입원 및 사망에 대하여 백신보다 대략 13배 더 보호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 논문은 동영상 제작자가 인용한 논문보다 표본추출 등 연구방법론의 관점에서 더 탄탄하고 신뢰할 만하다. 백신의 효력을 다룬 두 개의 논문이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하고 있어서 백신 효력에 대한 연구가 연구자에 따라 다름을 알 수 있다.


표본이 한쪽에 편향된 일그러진 데이터인지, 아니면 신뢰할 만한 데이터인지에 대해서는 일반 사람들이 알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저런 사정을 깊이 따져보지 않거나 따져볼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현란한 숫자의 나열에 휘둘리기 쉬울 것이다. 앞으로는 동영상을 제작하는 의학적 지식이 있는 분들이 자연면역이나 서로 반대되는 주장에 대한 동영상도 제작하여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면 사태를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중보건은 복잡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데이터들이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역사적으로 보면, 순응하는 민족성이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칫하면 쉽게 소중한 자유와 주도성을 상실하게 하는 큰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우리 민족이 늘 경계해야 할 일이다.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저작권자 Ⓒ 윤진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출처를 표시하여 내용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2년 09월 12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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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18 16: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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