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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린의 Cool북!] ⓹ 번아웃은 아니지만 토스트아웃 됐다면? 지금 필요한 건 중용의 힘

  • 기사등록 2024-09-10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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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출판전문가의 속 시원한 독서 솔루션 '황예린의 Cool북!'을 연재합니다. 버라이어티하고 거친 야생의 사회생활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기왕 일하는 거 재밌게 일하고 싶은 현직 출판마케터가 책장에서 찾은 해결책을 처방합니다. 황예린은 '책 읽는 삶이 가장 힙한 삶'이라는 믿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마침내 찾아온 토요일 아침,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구운 베이글 단면을 보며 생각했다. ‘난 어쩌면 토스트아웃 된 걸지도?’ 다 타서 재가 된 듯 의욕을 잃은 건 아니지만, 조금만 있음 다 타버릴 듯 피로하고 무기력에 빠진 상태 말이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요즘 유행한다는 유튜브 영상을 봐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도, 재밌다는 드라마를 틀어도 별다른 감흥조차 일지 않았건만, 쉬는 날이 되자 별것 아닌 것들에 행복해진다. 나는 이렇게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인데, 도대체 평소에는 왜 이렇게 무감각해졌던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이다.


주말이면 특별한 약속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늘 먹던 대로 아침을 먹어도, 출근할 때도 타는 버스를 타고 볼일을 보러 나가도 어쩐지 들뜨고야 만다. 그렇게 즐겁게 주말을 보내고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 밤이 되면 다가오는 월요일 생각에 괴로워 침대에 누운 채로 몸부림치곤 한다. 왜 항상 주말은 짧은 것인지, 더 나아가 즐거운 순간들은 너무 찰나이고 재미없는 시간은 길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암울해진다.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한 월요일 점심, 혼자 서점을 구경하다 이 책을 만났다. 


[황예린의 Cool북!] ⓹ 번아웃은 아니지만 토스트아웃 됐다면? 지금 필요한 건 중용의 힘‘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제갈건 지음, 클랩북스. [이미지=알라딘]

혹시 당신도 업무 시간만 되면 어떤 일도 버겁게, 또는 귀찮게 느껴져서 중요한 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모두 뒤로 미루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일을 시작하는 ‘미룬이’가 되진 않았는가? 만약 그렇다면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의 저자 제갈건은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당신 마음속 무게추가 일이 없는 퇴근 후 혹은 주말로 기울어 버렸다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는 동안에는 마음의 괴로움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진 에너지 대부분을 주말에 써버린다면, 평일에는 아주 적은 에너지로 살 수밖에 없으니 마음의 여유라곤 찾아보기 어렵기 마련이다.


“일에 치우치거나 노는 데 치우친 사람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수 없다. 월요일이든 금요일이든 특정한 날에 기대는 사람에게도 마음의 여유가 없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늘 넘치거나 모자란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_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중에서


그렇기에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마음 에너지를 적절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공자와 장자의 35가지 지혜를 빌려온다. 월화수목금토일, 우리의 감정과 상황은 하루하루 조금씩 달라지고는 한다. 그에 맞춰 그날그날 나의 힘듦을 해소해 줄 이야기들로만 채워 넣었다. 내 고민에 딱 들어 맞는 옛 현인들의 격언들은 더 이상 활자로 된 고루하고 딱딱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 나의 오늘을 잘 마무리하고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충고이자 위로의 말이 되어 하루하루 내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게 된다.


“먼저 나를 돌볼 줄 아는 사람만이 남은 에너지로 조직과 공동체를 살리며 세상을 이롭게 한다. 하지만 세상을 변혁하겠다는 꿈을 꾸며 무턱대고 조직과 공동체에만 헌신하는 사람은 오래지 않아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_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중에서


특히 어느 때보다도 ‘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진 지금, 이 책 역시 나를 잃지 않기를 당부한다. 나를 잃지 말라는 말은 나르시시스트처럼 저만 중요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타인과 교류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남과의 관계를 빼놓고는 나의 삶을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직 나만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 남을 위해 헌신하기만 하다가 나를 잃는 것 모두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이 책에서는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해선 나와 남의 무게에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무게가 있다. 7일이라는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어떻게 분산하느냐에 따라 일주일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균형을 추구하는 삶은 예술이 될 것이다.”_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중에서


화요일이 된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 아직도 지긋지긋한 평일이 4일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좌절하지 않았나? 내 마음은 피로에 절여져 가라앉았는데,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싹 구워진 빵처럼 까슬까슬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더라도 괜찮다. 다행히도 우리 마음은 빵이 아니라서 아직 돌아갈 기회가 있다. 공자와 장자가 들려주는 삶의 무게를 나누어 지는 법을 익혀보자. 한 주 동안 마음의 에너지를 잘 분배하다 보면 당신의 마음도 타기 직전까지 구워져 바삭하다 못해 까슬한 빵이 아닌, 갓 나온 빵처럼 보들보들하게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황예린의 Cool북!] ⓹ 번아웃은 아니지만 토스트아웃 됐다면? 지금 필요한 건 중용의 힘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wendy19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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