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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AI시대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는 속사정

- 메모리 의존도 95%,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개혁 시급

- 다양한 기술 융합 필수...저전력·저비용 추론용 AI 칩 시장 부상, 새로운 경쟁 구도 형성할 것

  • 기사등록 2024-08-19 09: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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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산업부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D램,S램, 롬(플래시메모리) 등)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이룬 성과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CPU, AP, DDI 등), 특히 AI 칩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엔비디아(NVIDIA)가 AI 칩 시장을 석권하고,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도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일 것이다.

◆주가를 이끄는 반도체 시장...AI 시대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 


현재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은 199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기를 연상케 한다. 역시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붐이 닷컴 기업들의 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듯이, AI 혁명은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왜 반도체 주가에 주목해야 하는가? 그 이유는 AI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 포춘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올해 6810억5000만달러에서 오는 2032년 2062억9000만달러로 증가해 예측 기간(2024~2032년) 동안 연평균 14.9% 성장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박수연 칼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AI시대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는 속사정블룸버그 세계 반도체 지수가 53% 이상 상승하는 등 반도체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전략가는 과열 조짐에 우려한다. [이미지=블룸버그]AI는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이 모든 혁신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특히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GPU(그래픽 처리 장치)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1.5년만에 8배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은 3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 번째로 3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엔비디아의 성장은 실적에 기반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에만 260억달러 매출과 150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각각 62%, 26%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일부 전문가들은 AI 붐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본다. 월가의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산업이 아직 회복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이 사이클이 평균 9분기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AI뿐만 아니라 5G,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 혁신이 반도체 수요를 지속적으로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주가가 이미 고평가 됐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메타와 알파벳 등 주요 기업들은 AI 칩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달 초 구글은 미국 법무부와 일부 주에서 제기한 검색 및 광고 시장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미국 법무부가 구글 해체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엔비디아가 연간 약 200만 개의 GPU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중국 자율주행 차량에도 탑재되기 시작)에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사실이며, 수요가 둔화되거나 경쟁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경우 현재의 고성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과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로 인해 미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혁명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새 지평


올해 1분기 반도체 시장은 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IT·통신 전문 시장조사기관 ID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디바이스 시장이 안정화되고 데이터센터의 AI 학습 및 추론 수요가 증가해 메모리 응용 분야와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고 있다.

[박수연 칼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AI시대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는 속사정전 세계 상위 10개 IDM(종합 반도체 제조) 기업(2024년 1분기). [이미지=IDC]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HBM은 기존 메모리보다 4~5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급증해 전체 메모리 시장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AI PC와 AI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기들의 등장으로 메모리 수요가 더욱 늘어나 2028년에는 전체 메모리 시장의 61%가 넘을 거로 예상된다.


그리고 IDC 보고서에서 조사한 상위 IDM(종합 반도체 제조) 기업 자료에 의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곳이 메모리 관련 기업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이 기조가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IDM 시장의 핵심이 될 거라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기업에 도전이자 기회가 될 전망이다.

국내 삼성전자(2분기 양산 예정)와 SK하이닉스(3분기 양산 예정)는 HBM3E 1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HBM3E 12단 반도체는 D램을 많이 쌓아올려 기존보다 더 큰 용량을 제공한다. 엔비디아 블랙웰 플랫폼 개발 플랜에 의하면 다음해 상반기부터 탑재될 예정이다.

[박수연 칼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AI시대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는 속사정엔비디아 블랙웰 플랫폼 HBM3E 12단 탑재 플랜. [이미지=TrendForce, KB증권]

한편,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면,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선다. 클라우드 컴퓨팅, 엣지 컴퓨팅,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기술과의 융합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저전력·저비용의 추론용 AI 칩 시장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고성능 GPU 시장과는 또 다른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요인도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과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는 산업 지형을 크게 바꿔 놓았다.


AI 시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숨가쁜 질주를 멈추지 않는 이유


2020년대 중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왜 AI 모델 고도화와 반도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가?

[박수연 칼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AI시대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는 속사정2023년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글로벌 개요. [이미지=EEtimes]

첫째, AI가 가져올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AI 붐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은 지난해 44억 달러에서 올해 169억 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서 20%로 늘어나는 수치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HBM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둘째,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90%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추론용 AI칩 '마하-1'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셋째, 산업 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AI의 발전은 단순히 반도체 수요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클라우드 컴퓨팅, 엣지 컴퓨팅,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기술과 융합되며 전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변화의 물결에서 뒤처진다면, 과거 필름 카메라나 피처폰 제조사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넷째,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다. 최근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는 곧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핵심적 위치를 의미한다.


다섯째,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과 융합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 흐름에서 뒤처진다면 기업의 미래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고, 수출의 95%가 메모리에 편중되어 있다. 이는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어 왔다.


또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양강 구도가 뚜렷하다. 이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국내 주식시장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아직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모델 고도화에 힘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 특히 AI 반도체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향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했으며,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 시제품에 결함이 생기면서 기존 시스템을 대신할 수 있는 상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90년대 메모리 반도체로 일군 성공을 AI 시대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도약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연 칼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AI시대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는 속사정박수연 산업부장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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