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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산업2부장]

전기차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위축세에 접어들었다. 2021년 110%에 육박하던 성장률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19%까지 쪼그라들 예정이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셀과 소재 산업은 이보다 낮은 18%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기대 심리에 따른 주가 강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특히 국내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셀(배터리 완제품) 기업과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코스모신소재 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입지도 굳어지는 모양새다. 


올해부터는 소위 K-배터리(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NCM) 배터리) 기업들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중국의 배터리 공급 과잉 지속으로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고, 중국의 저가 LFP 양극재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면서 K-배터리의 경쟁력을 어떻게 가져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35%... 중국 1위 기업 추격 가시화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계획 등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생산을 330만대로 늘리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 목표를 세웠다. 이는 2021년 누적 판매량인 24만대 대비 14배에 달하는 규모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배터리 셀과 소재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3월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약 24.5%로, 1위 기업인 중국의 CATL 33.9%, BYD 17.2%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 기업의 점유율 상승이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540GWh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며, 삼성SDI와 SK온도 전기차 기업과 적극적인 장기공급계약 등을 통해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글로벌 배터리 셀 기업 순위.  [이미지=더밸류뉴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코스모신소재 등은 양극재 시장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분리막 시장에서, 솔브레인은 전해액 시장에서 각각 세계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양극재의 경우 2030년까지 연평균 25%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면서 국내 소재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재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이다. 배터리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와 제휴를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소재 기술 혁신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산학연 협력을 통해 배터리 소재 산업의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K-배터리 기업 연평균 30%이상 성장…공급망 관리와 기술력 강화가 경쟁력 관건


지난해 양극재를 비롯한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4대 소재 시장은 소재 및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저조했으나,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 주가는 최근 리튬 가격 반등으로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에 따른 소재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돌파했으며(2022년 3000천억 돌파),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도 최근 3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외형 성장을 기록했다. 양극재 수요 확대에 힘입어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는 2024년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동안 하향하던 전기차 배터리 기업 주가도 정부의 1100억원대 육성 계획안과 에코프로비엠의 코스피 이전상장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본격 상승하고 있다. 에코프로피엠은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 안건을 처리한다. 


리튬이온배터리(LIB) 4대 소재 시장규모 추이. [자료=SNE리서치]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소재 기업들의 주가가 업황의 저조에도 불구하고 PER(주가수익비율)이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에코프로비엠의 PER은 지난 18일 기준 155.7배를 상회했으며, 포스코퓨처엠은 850.40배, 코스모신소재도 195.25배로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평가 원인이 지난해 배터리 셀 기업의 화재 사건 등 배터리 공급 차질로 배터리 소재에 관심이 높아진 탓이라고 말한다. 향후 리튬 가격과 자원 수급 환경 등은 양극재 종목의 주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K-배터리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재 산업의 기술력 강화와 원활한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중국의 배터리업체들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23년 40%를 넘어서면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고 2025년부터는 생산량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테슬라에 이어 포드, GM, BMW, 메르세데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토요타 등의 기업들도 전기차용 LFP 배터리 확대 계획을 밝혔다. 배터리의 성능과 가격은 소재 기술에 크게 좌우된다. 에너지밀도를 높이고, 수명을 연장하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재 기술의 끊임없는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핵심 광물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공급망 관리도 중요하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는 일부 국가에 편중되어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기 쉽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원 보유국과의 전략적 제휴, 해외 광산 투자,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 등 다각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배터리 산업은 소재, 부품, 장비, 시스템 등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큰 만큼 생태계 조성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기업 간 협력과 상생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 K-배터리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사람'과 '기술'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 치열해진다…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 가속화


전기차로의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다. 블룸버그NEF는 2040년 글로벌 신차 판매의 58%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국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과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수요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NE리서치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고, 시장 규모는 3,000GWh 이상으로 확대될 거라고 전망했다. 특히 고성능·고효율 배터리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 주행거리 연장, 충전시간 단축, 안전성 확보가 전기차 대중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중국 배터리 셀 기업 CATL은 2023년 주행거리 1000km 이상의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밝혔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현재 대비 2배 이상 에너지밀도를 높인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 및 배터리 판가, 소재 시장 추이. [자료=SNE리서치]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높은 에너지밀도와 안전성, 빠른 충전속도 등이 장점이다. 토요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2020년대 중반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며, 삼성SDI와 SK온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고 900Wh/L 수준의 에너지 밀도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을 발표, 2027년 양산을 확언했다. 


이처럼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배터리는 브랜드, 주행거리, 안전성 등 전기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고성능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고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전기차 시장 주도권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또 기후 위기 대응이 국가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이슈가 된 만큼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탄소중립 달성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변화의 시대를 맞아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시장에 대한 면밀한 이해와 선제적 대응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설 날을 기대한다.


ynsooy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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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21 08: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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