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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올해 '유통 1위' 굳힌다…이마트 주도 '30년 오프라인 시대' 막 내려

- 올해 온 오프라인 통틀어 '유통 1위' 전망... 첫 연간 흑자 전환할 듯

  • 기사등록 2024-01-24 18: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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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지수 기자]

쿠팡(대표이사 강한승 박대준)이 올해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업을 통틀어 매출액 1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11월 서울 도봉구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이 들어서면서 시작된 오프라인 유통 시대가 30년만에 막을 내리는 것이다. 


◆올해 매출액 '유통 1위' 예상…창사 첫 영업흑자 기대감↑


24일 더밸류뉴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분석한 결과 쿠팡은 지난해 3분기 매출액 61억8355만달러(약 8조1028억원), 영업이익 8748만달러(약 1146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8%, 11% 증가했다. 


창사 이래 첫 분기 매출액 8조원을 돌파하면서 같은 기간 신세계그룹 매출액과 롯데그룹 유통부문 매출액을 넘었다. 


쿠팡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더밸류뉴스 분석 결과 쿠팡그룹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38조3000억원으로, 신세계그룹 예상 매출액(신세계백화점+이마트) 3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첫 흑자전환(1037억원) 이래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왔다. 이로써 ‘만년 적자’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올해는 창사이래 첫 연간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통업에 한파가 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성과는 의미가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 고금리 여파로 소비심리는 위축됐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전통 유통 강자들도 얼어붙은 소비 한파로 인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활성고객 2000만명 돌파하며 흑자전환 


쿠팡의 흑자 전환 비결로는 활성고객의 꾸준한 증가가 꼽힌다. 활성고객은 제품을 한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을 뜻하는데, 온라인 쇼핑 시장의 확대와 쿠팡 와우 맴버십의 가입자 수가 증가되는 만큼 활성고객이 쿠팡의 실적에 직접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쿠팡의 활성 고객은 지난 3분기 2042만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에서  “다년간의 독보적인 투자와 고객 경험, 운영 탁월성에 집중한 결과 성장세와 수익성 확대를 달성하고 있다”며 “상품군과 고객 등이 증가하는 ‘플라이휠’ 가속화, 쿠팡이츠의 고객참여 증가가 이번 실적의 비결이다”고 밝혔다.

쿠팡의 플라이휠 구조도. [이미지=더밸류뉴스]

김범석 의장이 비결로 밝힌 ‘플라이휠’은 동력 없이 관성으로 작용하는 자동차 부품을 의미한다. 한번 추진력을 얻으면 알아서 굴러가는 부품의 특징으로 미국 아마존의 성장 모델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쿠팡의 플라이휠은 미국 아마존과는 차별점이 있다. 아마존처럼 전체 로봇물류시스템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플라이휠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사업 확장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업무 효율 및 경영효율을 제고하고 고정비 절감 등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 고객 서비스 재투자로 이어진다. 쿠팡 관계자는 더밸류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실 물류센터 중 하나만 닫아도 흑자전환이 바로 가능했지만, 낙후지역에 배송이 힘들기 때문에 고객서비스 유지를 위해 오히려 물류센터를 늘렸다”며 “신사업 확대에 주저 없이 도전하는 분위기인 만큼 플라이휠은 더 빠르게 작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세계, '정용진의 남자' 강희석 대표 물러나


이같은 지각변동은 쿠팡과 신세계그룹의 연말인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신세계그룹은 대표이사의 40%를 대거 교체했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최측근이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경질되면서 유통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현대백화점그룹도 3명, 롯데 14명을 교체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반면 쿠팡은 올해 임원 변동없이 현 경영진 체제를 이어간다. 소비 한파에도 흑자전환을 이룬 만큼 임원 및 임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유통 키플레이어'하면 이마트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쿠팡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쿠팡의 또 다른 사업 분야인 쿠팡파이낸스,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팡의 성장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쿠팡은 새 도전을 맞고 있다. 


플라이휠 효과는 지금까지 긍정적이다. 그러나 신사업에 주저 없이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플라이휠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기존 유통업계 내 경쟁자뿐만 아니라 여행, OTT 등 다양한 업계 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출혈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쿠팡의 경쟁구도. [이미지=더밸류뉴스]

쿠팡은 현재 여행, OTT, 배달, 설치, 물류, 뷰티 등의 사업에 진출해 있다. 모든 부문에서 후발주자이므로 과감한 마케팅으로 영업손실의 출혈을 감수하고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분쟁 발생 빈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CJ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7월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은 지난 2019년부터 화장품 판매에 나섰는데, 올리브영이 협력사들에게 쿠팡에 납품할 수 없는 조항을 넣어 계약했다는 이유였다.


이어 쿠팡물류서비스(CLS)가 모든 택배사가 시행하는 ‘택배없는날’ 참여를 거부하면서 한 번 더 충돌했다. CJ계열사인 CJ대한통운은 기존 택배업과 쿠팡의 규제 불균형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업계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강성 노조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택배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측은 "쿠팡이 유통업으로 분류돼 있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선업통산지원부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규제와 지도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로켓배송 차량이 출고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진=쿠팡]

◆경쟁 심화, 주가 하락은 '해결 과제' 


장기적으로 쿠팡은 더 많은 업계 전통 대기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2019년 배송에 설치를 겸한 ‘로켓 설치’ 서비스를 도입해 가전제품분야에 뛰어들면서 냉장고 및 에어컨, TV 등 품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로써 기존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전자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OTT 부문에서도 2020년 ‘쿠팡플레이’를 출시한 후 업계에 격변을 일으켰다. 후발주자임에도 ‘로켓와우’ 회원이라면 무료로 볼 수 있고, 컨텐츠의 질과 양을 늘려 업계 3위까지 올려놨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OTT 이용률은 넷플릭스가 35.7%로 1위를 차지했고, 티빙(9.1%), 쿠팡플레이(6.3%), 웨이브(5.9%) 순이었다.


기업교육 컨설팅 전문 오픈루트의 김용희 연구원은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 이후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 않아 투자를 할수록 더 손해 보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투자가 자유로운 쿠팡플레이가 조금만 투자규모를 늘리면 티빙과 웨이브 대비 성과가 더 높을 수 있다”고 전했다.


주가 하락을 해결하고 주주 가치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과제도 맞이하고 있다. 


쿠팡은 나스닥 상장 3년 만에 주가가 반토막나 있다(-54%).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 이어 지난 10일 주가 폭락으로 현지 투자자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2021년 3월 한 때 최고 69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78.5% 하락한 14.8달러 수준이다. 소송이 오래 지속될 경우 추가 손실 발생이나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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