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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㉝아모레퍼시픽, 베일벗은 신성장 키워드는 'M&A'....향후 성과 관심↑

- 북미 시장 성과 내며 中의존도↓... 코스알엑스 9300억 인수 승부수

  • 기사등록 2023-12-05 15: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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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밸류뉴스=이혜지 기자]

2015년 중순의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은 한국 주식시장 황제주였다. 그해 7월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45만으로 전년비 3배 가까이 급등해 코스피 6위에 오르기도 했다.  


13억 중국인들이 설화수, 이니스프리, 에뛰드를 비롯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을 구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행 자유화로 한국을 찾는 연 700만 명의 중국인들이 한국 면세점에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을 싹쓸이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며 끝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중국발 수요가 견인하는 흔들림 없는 성장'(NH투자증권 한국희), '시총 6위, 한국 대표산업의 축을 바꾼다'(IBK투자증권. 안지영), '알고도 못 막는 거침없는 질주'(다올투자증권, 김영옥)가 당시 증권사 보고서 제목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한한령(限韓令)이 터지며 중국인들이 애국 소비 운동에 나섰고, 중국 내수경기가 악화됐고, 코로나19가 터졌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급감했고 주가도 맥없이 흘러내렸다.  


이같은 배경으로 최근 수년간의 아모레퍼시픽의 경영 전략은 '중국 의존도 낮추기'로 요약된다. '북미 시장 비중 늘리기' 혹은 '시장 다변화하기'로도 읽히는 이 전략의 성패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43위(2015)→57위(2023), 중국 리스크로 8년 새 14단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장,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57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한 단계 하락했다. 그룹 전체 매출액 3조8500억원, 순이익 400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3.75%, 0.14% 감소했다. 계열사는 12개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3년 6월 기준.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대기업집단 순위는 2015년(43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8년 만에 14단계 낮아진 것이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중국 부문 실적, 2016년 대비 40% 이상↓


순위 하락 이유는 당연하게도 '실적 부진'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주력사 아모레퍼시픽(대표이사 김승환)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3억79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8.25%, 39.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 올해 1~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2조7479억원, 영업이익 874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9.80%, 44.40% 감소했다. 다만 순이익은 1356억원으로 전년비 29.63% 증가했는데, 이는 법인세 감소와 관계기업 순이익 덕분이다. 2016년 5조6456억원을 찍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4조1349억원으로 6년만에 1조5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최근 10년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단위 억원, %. [자료=아모레퍼시픽 사업보고서] 

실적 부진의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중국'이 원인이다. 국내의 경우 중국 관광객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갖고 있는 면세점 매출이 감소했고, 글로벌 시장의 경우 중국 시장 매출액이 감소했다. 사드 보복과 코로나19로 인한 중국과의 교류 중단,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운동으로 중국에서의 실적이 2016년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주요 자회사들은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이니스프리는 매출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늘었고, 에뛰드는 아이 메이크업 신제품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에스쁘아는 국내 이커머스와 멀티브랜드숍 채널에 주력하여 실적이 향상됐다. 아모스프로페셔널은 주력 상품 판매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오설록은 제주 티뮤지엄 리뉴얼 및 브랜드 투자로 인해 실적이 감소했다. 


그렇지만 매출액의 90%가량이 아모레퍼시픽에서 발생하다 보니 자회사 실적이 그룹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단위 억원. 

◆스킨케어 전문 코스알엑스 인수하며 북미, 일본 시장에서 성과


아모레퍼시픽은 이같은 중국 리스크의 해법을 북미, 일본 시장에서 찾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액 7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5% 증가했다. 1년만에 두 배 증가한 셈이다. 앞서 1분기 매출액도 62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0%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북미·유럽 매출액 비중은 지난해 5%에 불과했지만 올해 10%, 내년 1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시장 관련 마케팅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제품의 북미 글로벌 엠버서더 선정,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트너십 체결 등에 나서고 있다. 라네즈 제품 홍보를 위한 라네즈닷컴 첫 버추얼 스토어도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액, 해외 매출 비중 추이. [자료=아모레퍼시픽 사업보고서]

또 다른 해법은 인수합병(M&A)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스킨케어 기업 코스알엑스(COSRX)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잔여 지분 28만 8000주를 7551억원에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앞서 2021년 9월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취득하면서 1800억원을 투자했다. 이번에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코스알엑스 지분율은 93.2%로 늘어났다. 그간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 M&A에 투자한 금액은 총 9351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 사상 역대이다. 


아모레퍼시픽이 그간 M&A에 소극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경영 전략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하퍼를 인수하기도 했다. 


코스알엑스의 주력 생산품은 스킨케어이며 매출액의 90%가 북미와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 개의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코스알엑스의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1233억원(2021년)→2043억원(2022년)에 이어 올해 4700억원의 고성장이 예고된다. 2027년 매출액 1조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업력(業力) 80년으로 그간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적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1991년 화장품을 제외한 비(非)주력 계열사 완전 정리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전신 태평양그룹은 계열사 25개로 증권사, 생명보험사, 제약사, 프로야구단을 비롯해 화장품과 무관한 계열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재무 상태가 악화되고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러자 당시 장원(粧源) 서성환(1923~2003) 선대 회장은 과감하게 화장품을 빼고 모든 계열사를 정리했다. 그리고 화장품 단일 사업에 집중했다. 덕분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K-뷰티 키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서성환 회장의 일대기를 기록한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를 보면 아모레퍼시픽의 마케팅 채널이 협소해지자 여성 가장과 전쟁미망인을 방문판매원으로 고용해 돌파구를 마련한 일화가 나온다. 서성환 창업 회장은 개성상인으로 1943년 개성 김재현백화점에 화장품 코너를 개설하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오너가(家) '형제자매 경영 금지' 불문율 이어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너가(家) 형제자매 경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제 관계인 서경배 회장과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것과 관련 있다는 후문이다. 서경배 회장의 두 딸 가운데 장녀 서민정 럭셔리 디비전 AP담당만이 아모레퍼시픽에 근무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이끌고 있는 서경배 회장은 서성환 창업회장 차남으로 1982년 태평양화학에 입사해  2006년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2013년 회장에 취임했다. 슬하에 장녀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디비전 AP팀 담당, 차녀 서호정을 두고 있다. 서민정 담당은 서경배 회장의 경영 승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풍수지리를 감안해 설계돼 있다. 건물 중앙이 비어있고, 건물 외벽에는 약 2만개의 핀(fin)이 붙어 있는데, 이는 용(龍)의 비늘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龍山)은 글자 그대로 용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만들어진 지명이며 아름다운 산수로 유명하다. 고려 말 문인 이색은 “용산이 한강수를 베개 삼고 누웠는데 산에는 푸른 소나무가 울창하고 동네에는 뽕나무 잎 무성하네”라는 시를 남겼다. 조선시대에도 용산팔경을 노래한 시조가 유행했다. 현 용산 사옥 부지는 1959년 아모레퍼시픽이 매입했고 서경배 회장에게는 고향이나 다름없다.


hyejipolic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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