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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㉙농심, 'K-라면'으로 글로벌 시장 점프한 '국내 1위'

- 해외 비중 37%(2020)→44%(2022)로 2년만에 7%p↑

- 신동원 회장, 임직원들에게 "모르는 거 하지 말고 이미 하는 것 잘 하자"

  • 기사등록 2023-11-21 00: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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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이승현 객원기자]

올해는 한국인들이 '라면'이란 먹거리를 먹어본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라면은 이제 한국인들에게 '제2의 밥'으로 자리매김한 것을 넘어 'K-라면'으로 푸른 눈의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문화 상품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한국 음식을 알리는 먹거리로 이미 불고기와 비빔밥이 있었지만 K-라면은 화끈하게 매운 중독성을 갖고 있어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K-라면' 열풍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농심그룹(회장 신동원)이다. 농심그룹은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는 글로벌 K-라면 키플레이어로 점프했다. 


농심그룹 현황. 2023년 6월 기준.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농심, 지난해 '매출 3조 클럽' 진입... 해외 비중 44%


농심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79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3계단 하락했지만 농심이 못했다기 보다는 타 그룹이 더 잘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심그룹 전체 매출액은 4조3420억원, 순이익 120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5.79%, 11.68% 증가했다. 자산총액도 5조2820억원으로 전년(5조500억원)보다 더 늘었다. 계열사도 지난해 24곳에서 올해 32곳으로 늘었다.


농심그룹의 이같은 성과는 주력 계열사 농심(대표이사 이병학)의 실적 개선 덕분이다. 농심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3조원을 돌파했다. 1965년 설립한 지 57년만의 성과이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5% 늘어난 3조1291억원이고 영업이익은 5.7% 증가한 1122억원이다.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2조553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0.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2.8% 늘어난 1731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전체 매출은 지난해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 농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농심 사업보고서]

◆'화끈한 매운 맛' 신라면으로 미국시장 2위... 2030년 1위 목표  


주목할 부분은 농심의 해외 매출액 비중이다. 


농심은 대표상품인 신라면을 비롯한 라면 상품을 현재 100여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총 4개의 생산법인을 운영한다. 판매법인은 일본과 베트남, 호주, 캐나다에서 5곳이다. 해외법인 매출액은 2020년 6754억원, 2021년 7363억원, 2022년 9205억원 등 해마다 증가폭이 크다. 전체 라면 매출액에서 해외 비중은 2020년 37%에서 2022년 44%로 높아졌다.


해외 시장 가운데 특히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5.2%로 일본의 도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40년 가까운 기간이 소요됐다. 농심은 198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법인을 설립하며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초기에는 성장이 더뎠지만 88올림픽 등으로 한국 국위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2017년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에 입점했다. 2018년에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점 매출이 아시안 마켓을 앞지르며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미국 3대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신라면블랙’을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선정한 것을 비롯해 미국의 다수 매체에서 신라면 브랜드의 맛과 품질을 ‘글로벌 넘버원’으로 평가했다.


농심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30년까지 미국 라면시장에서 매출 15억달러를 달성해 일본 업체를 제치고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농심의 지난해 북미지역 매출액은 4억9000만달러다. 목표 달성을 하려면 북미시장 매출액을 지금의 3배로 늘리고 시장 점유율이 2배 가까이 차이나는 1위 업체를 따라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농심은 지난 2005년 미 캘리포니아주에 1공장을 설립한 뒤 지난해 2공장을 세워 생산량을 증대했다. 이에 더해 2025년까지 미 동부지역에 3공장에 착공하기로 했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농심은 이처럼 'K-라면'으로 날아오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긴장하는 눈치다.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5% 안팎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낮다. 이 때문에 경영 효율화를 위해 기업 내부에서 수직계열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수직계열화는 제품 생산부터 최종 판매까지 필요한 회사들을 모두 계열사로 두는 것이다. 


농심도 마찬가지다. 라면의 경우 면은 농심이, 포장지는 율촌화학이, 스프는 농심태경이 만든다. 모두 그룹 계열사다.  다만 이렇게 수직계열화를 이루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율촌화학의 경우 지난해 4815억원의 매출 중 2225억원(46%)이 계열회사간 거래로 거둔 것이다. 다른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도 20~60%대에 이른다. 그래서 농심이 계열분리로 몸집을 줄여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추측도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농심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신동원 회장, 소비자와 소통 중요시... 3세 신상렬 상무는 경영 일선에


농심의 'K-라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신동원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모르는 거 하지 말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업에 집중하자"라고 당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A(인수합병)에도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이같은 경영 스타일 때문에 업계에서는 농심의 향후 사업 카테고리가 '먹거리'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은 최근 주력 사업인 라면과 스낵 외에 신사업으로 건강기능식품과 대체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선친 고(故) 신춘호(1932~2021) 창업 회장과 마찬가지로 소탈하고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 이벤트를 진행한 것은 이같은 지론이 반영된 것이다. 


고려대 재학 중이던 1979년 21세에 농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농심 근무 40년이 넘다보니 '농심 구석구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농심 직원'이기도 하다. 2021년 부친 신춘호 회장이 타계하면서 그룹 회장에 올랐다. 


농심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농심의 'K-라면'을 이끌고 있는 히트상품은 '신라면'으로 신춘호 회장이 개발했다. 

신춘호 회장은 고(故) 신격호(1922~2020) 롯데그룹 회장 동생으로 1965년 일본롯데 무역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롯데공업을 설립했다. 1975년 '농심라면'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농심' 브랜드를 쓰기 시작했다. 농심(農心)은 글자 그대로 '농민의 마음' 을 뜻한다. 1978년에는 회사명을 농심으로 바꾸었다. 신춘호 회장은 1986년 자신의 성(姓)을 넣은 '신(辛)라면'을 내놓았다. 1991년 신라면은 국내 라면 시장 1위에 올라 현재까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농심(53.3%), 오뚜기(22.6%), 삼양식품(11%), 팔도(9.2%) 순이다.


신동원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수현·수정·상렬)를 두고 있다. 고(故) 신춘호 회장은 아들을 건너뛰고 장손자인 신상렬(30) 상무에게 농심 지분 35만 중 20만주를 상속했다. 후계구도가 사실상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신 상무의 농심 지분은 3.29%로 농심홀딩스(32.72%)와 율촌재단(4.83%) 다음으로 많다. 반면 신 상무가 그룹 지배를 위해 필요한 농심홀딩스 지분의 비율은 아직 1.41%에 그친다.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동원 회장(42.92%)이다. 


신상렬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 후 2019년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2021년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승진한 뒤 같은 해 말 임원인 상무가 됐다. 당시 나이 28세. 오너 일가여서 초고속 승진을 하는 점을 감안해도 20대에 임원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아직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lees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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