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밸류뉴스=박지수 기자]

“과연 지금이 HMM(대표이사 김경배)을 매각할 때인지 의문이다. HMM은 3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대외적으로는 최근 EU(유럽연합)가 정기선 운항 동맹을 더 이상 못하게 하는 등 해운업 상황이 바뀌고 있다.”(한종길 성결대 교수) 

“HMM을 가능한 빨리 민영화해야 한다. 해운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김종현 판토스홀딩스 고문)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해운빌딩 10층 강당. 

한국해양기자협회(회장 이주환)가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개최한 긴급 토론회에서는 국내 유일 국적선사 HMM의 매각 해법을 놓고 백가쟁명식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현재 동원산업,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 등 HMM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HMM 실사에 돌입했고, 산업은행은 실사가 마무리되면 오는 11월 중 본입찰을 실시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HMM은 자산규모가 26조원인 반면 하림은 17조원, LX는 11조원, 동원은 9조원이어서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가 결정된 이후에도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한국해양기자협회는 18일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학계에서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좌장)와 한종길 성결대 교수가, 업계에서는 김종현 판토스홀딩스 고문(전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투자본부장)과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시민단체에서는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이, HMM 사원들을 대표해서 이기호 HMM 노조위원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HMM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최선의 민영화 해법은?'을 주제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연 해양기자협회 간사, 이주환 해양기자협회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김인현 고려대 교수(좌장), 김종현 판토스홀딩스 고문, 한종길 성결대 교수, 이기호 HMM 노조위원장. [사진=더밸류뉴스]

◆"HMM 인수 후보3사의 인수 역량 의문"

 첫번째 세션에서는 HMM의 새 주인은 누가 되어야 하는지, 현재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들은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 토론했다. 이어 낙찰된다면 어떤 점이 우려되는지, 혹은 유찰되면 향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등을 다뤘다. 

한종길 교수는 “과연 지금이 매각할 때인지 의문”이라며 “3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대외적으로는 최근 EU(유럽연합)가 정기선 운항 동맹을 더 이상 못하게 하는 등 해운업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회사가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많은 혈세를 동원해서 살려 놓은 회사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해운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할 만한 재무능력을 가졌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종길(오른쪽 두번째) 한결대 교수가 18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해양기자협회 긴급 공개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김종현 고문은 “정부의 우산 아래서 계속 있으면 한진해운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HMM은 가능한 빨리 민영화를 해야 한다”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최근 2~3년간 해운 역사상 발생할 수 없는 흑자가 난 것인데, 이제 해운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HMM은 자생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 내실과 경쟁력이 부족하고, 은행이나 공공기업의 관리 아래에서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영구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줘야 사명감을 가진 대기업이나 다른 인수 후보자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백 전 실장은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는 있지만 과거 기업인수 사례를 보면 결과는 좋지 못했다”며 “산업은행이나 해양진흥공사는  ‘새우가 인수하든 고래가 인수하든, 5~10년 뒤 일어날 일은 모른다’할 게 아니라, 국가가 투입한 돈은 회수하더라도 우수한 새 주인을 짝지어주는 마지막 남은 임무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HMM이 어느 정도 글로벌 10대 선사로 다시 일어섰고 선복량이 80만TEU이니 2~3년 내에 100만TEU는 달성할 것”이라며 “반면 글로벌 1~4위 해운사들은 400만TEU를 향해 가고 있고, 항만뿐 아니라 육상까지 종합물류 회사로 거듭나고 있기에 HMM이 초거대 투자를 이뤄낼 수 있는 기업에 인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주식시장에선 매각 이슈가 나오면 상한가를 가는 게 대부분”이라며 “HMM 매각 이슈가 나온 뒤 3개 사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알려졌지만 주가는 전혀 반등이 없고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영구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대기업도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기호 HMM 노조위원장은 “매각공고부터 하자가 있다. ‘최종 입찰 시점에 변동될 수 있다’거나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고 돼있다 보니 입찰에 참여한 후보자들이 중견기업 3곳뿐인 것이다”며 “불확실한 사정 탓에 포스코나 현대차, 물류에 강점을 가진 CJ등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입장을 정리해줘야 한다. 유찰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적정 인수기업을 선정하는 것은 물론 그런 기업이 나타날 수 있도록 영구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부가 내줘야 한다”며 “컨테이너 산업은 전통적으로 치킨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과거 한진그룹이 능력이 없어서 한진해운을 파산시켰겠는가, 치킨게임을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현 교수는 “매각하기로 했으니 절차대로 되면 좋겠지만 유찰이 될 경우 정부가 지분을 얼마나 갖고 갈 것인지 등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첫번째 세션을 정리했다.

◆"민영화 성사되면 구조조정 불가피할 것"

두번째 세션에서는 민영화가 되면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인지, HMM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토의했다.

김종현 고문은 “공기업이 관리하는 회사와 민영화한 회사의 차이점은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한진해운의 마지막 순간이나 HMM을 살릴 때에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당시 터미널 인수가 필요했고 이야기를 꺼냈지만 돈이 없어서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영화되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부장급이 30% 이상인 조직은 잘 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용백 전 실장은 “민영화가 되면 수익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HMM은 스크러버 설치율이 전체 선박의 80%인데, 2021년 이후 글로벌 선사들은 40% 정도의 설치율을 유지하고 있다. 5년 후에는 규제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호(오른쪽) HMM 육상노조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해양기자협회 긴급 공개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이기호 HMM 노조위원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한국 입출항 물량의 약 70%를 HMM, 한진해운 등이 이행해 왔지만, 이후 북미 및 유럽 수출입 기준으로 80%를 외국 선사가 이용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한국향발 수출입 화물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영화를 통한 국적선사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김인현 교수는 HMM 경영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종길 교수는 해운항만 관련 10개 학술단체 연합체인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종현 판토스홀딩스 고문은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운영본부장을 역임하며 선박금융과 영업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이용백 전 실장은 HMM 출신으로, 좀 더 넓은 시각에서 HMM을 바라볼 수 있는 전문가다. 권오인 국장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전환사채 문제를 경제정의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기호 노조위원장은 HMM 부활의 주역들인 사원들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대변했다.

한국해양기자협회는 산업은행의 HMM매각과 관련해 꾸준한 목소리를 내왔다.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언급될 당시 “국가 기간산업을 해외 기업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고 발표했고, 이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인수협상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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