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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템임플란트, 눈앞이 꽃길인데 왜 매각했을까...M&A 이후 시나리오 관심↑

- 최규옥 회장, 현금 확보 위해 매각 추정... 2대 주주로 경영 지원

  • 기사등록 2023-06-18 18: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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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오스템임플란트, 가시밭길 잘 헤쳐왔고 이제 꽃길만 보이는 데 왜 매각했을까요? 사모펀드가 인수한 오스템임플란트의 앞날에는 어떤 시나리오가 있을까요?"


오는 28일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는 임플란트 1위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대표이사 엄태관)가 한국 주식시장 참여자들사이에 아쉬움과 궁금증을 낳고 있다. 2007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가파르게 실적을 개선하며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가 16년만에 주식 시장에서 '자진 퇴장'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소액주주 비율이 60%에 육박하고 그래서 그간 여러 주식투자 사이트에서 이름이 단골로 오르내렸다.  


◆최규옥 창업주, 지분 20%대에 불과해 '주담대' 발목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가장 큰 궁금증의 하나는 최규옥(63) 회장이 왜 경영권을 매각했느냐이다. 최규옥 회장은 오스템임플란트 창업주이자 오너이며, 지난해 12월 기준 지분 19.75%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했고 치과의원을 운영하다 당시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임플란트의 성장성을 발견하고 1997년 1월 37세에 창업했다.


임플란트를 알리기 위해 최규옥 회장이 치과의사들에게 임플란트 시술법을 교육하며 4년을 버틴 일화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기간 현금회전이 되지 않아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근처를 여러 차례 다녀왔다. 그런데 4년이 지나자 오스템임플란트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오스템임플란트 제품이 손에 익은 치과의사들로부터 연락이 쏟아지면서 회사가 한마디로 '벌떡 일어섰다'. 여세를 몰아 2007년 2월 코스닥 상장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교육을 통한 고객 확보 전략'은 선점자의 이점(first-mover advantage)을 확보하면서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중국, 미국, 태국 등의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 방식을 적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태국 치과의사들이 지난 3월 서울 마곡 오스템임플란트 본사에서 임플란트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오스템임플란트]

이처럼 자기 자식이나 다름없는 오스템임플란트를 매각한 것과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매각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최규옥 회장 지분의 60% 가량(175만주·약 1000억원)이 M증권사에 담보제공돼 있었고 연 이자비용이 70억원 가량이었다"며 "지난해 횡령 사건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급락하면서 자금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규옥 회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새벽에 회사에 출근하고 밤 늦게까지 근무하며 회사 경영에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들도 최규옥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번 매각으로 현금 3660억원 가량을 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매각 이후에도 2대 주주로 경영 지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성, 수익성 골고루 갖춰... MBK·유니슨캐피탈 공동 인수 


6월 현재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주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대표이사 김광일)·유니슨캐피탈(UCK·대표이사 김수민)이 컨소시엄으로 설립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이며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96.1% 확보했다. 덴디스트리인베스트먼의 공동 대표는 김광일, 김수민이다. 


두 사모펀드 입장에서 오스템임플란트는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주식 시장에서 오스템임플란트만큼 사모펀드에 딱 맞는 M&A 후보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성장성, 수익성, 신사업 확장성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넘었다. 국내 치과 임플란트 기업 최초이기도 하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조535억원, 영업이익 2346억원, 당기순이익 1442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27.76%, 63.71%, 516.24% 증가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오스템임플란트]

1분기에도 호조를 기록했는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비 각각 22.13%, 41.02% 늘어난 2859억원, 722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에는 특히 임플란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튀르키예, 인도 등이 해외 신흥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보였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들 신흥국에서 현지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 가동하며 시장 확대를 대비해왔다. 주력 시장 중 하나인 러시아에서도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로 인한 영업 위축이 우려됐으나 비상 상황에서도 교육·영업망을 유연하게 운용하며 현지 치과의사들의 신뢰를 높인 점이 힘을 발휘했다.


또 하나의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프리미엄 임플란트 브랜드 하이오센의 인지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데다 현지 시장에서 비중이 큰 네트워크 치과(DSO)를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하면서 매출이 확대됐다. 중국에서는 국가 주도의 물량기반조달(VBP, Volume-based procurement)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일시적으로 이익 규모가 감소했지만 외형 성장세는 견조했다. 국내 매출액 또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영 환경 악화에 대응해 전사적으로 영업지원을 강화한 점이 주효했다.


이경래(가운데) 오스템임플란트 총괄법인장이 지나 레이몬도(왼쪽)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대통령 표창장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오스템임플란트]

◆신사업 치과 인테리어, 싱가포르서 성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치과 인테리어 비즈니스 전망도 밝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총 32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이 중 싱가포르법인이 2021년 가장 먼저 현지 치과인테리어 사업에 진출했다. 현지에서 ‘치과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 오스템임플란트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한국 본사에서는 개원상담, 인테리어 디자인, 가구생산, 시공까지, 전 과정별 전담 조직이 있지만, 이에 비해 담당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1년만에 9건의 수주를 받아냈다. 


오스템임플란트 싱가포르 현지 치과 인테리어. [사진=오스템임플란트]

싱가포르법인 분석에 따르면 싱가포르 전체 치과시장에서 ‘치과 인테리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5.3%다. 최근 5년 간 싱가포르 치과 인테리어 시장의 평균 성장률은 6.0%로, 현지 치아교정과 치과재료 시장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당시 이태훈 오스템임플란트 싱가포르법인장은 “전년비 올해 치과 인테리어 매출을 20% 향상시킬 계획이며, 7월 싱가포르법인이 주최하는 ‘오스템미팅’ 학술포럼 행사장에서 치과 인테리어 상담부스를 별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회사는 인도법인과 베트남법인에서도 현지 치과 인테리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오스템임플란트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글로벌 의료기기 대기업에 볼트온(volt-on) 전략의 일환으로 매각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볼트온이란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뒤 유사업체를 연이어 인수해 시너지와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말한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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