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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롯데그룹 '최대 계열사' 점프...롯데쇼핑 제쳤다 - 롯데케미칼 지난해 매출액 22.2조, 롯데쇼핑보다 7조↑
  • 기사등록 2023-03-27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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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공현철 기자]

'롯데그룹'하면 일반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롯데쇼핑'(총괄대표이사 김상현)을 우선 떠올렸다. 롯데쇼핑이 B2C 비즈니스 모델이어서 대중에 익숙한 데다 실제로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출액, 자산 등의 사이즈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롯데가 1967년 롯데제과 설립으로 국내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업력(業歷) 56년동안 숱한 변화를 겪었지만 이같은 '롯데=롯데쇼핑' 공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롯데'하면 '롯데케미칼'(대표이사 신동빈·김교현·이영준·황진구)을 떠올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매출액 기준으로 롯데케미칼이 롯데쇼핑을 훌쩍 추월한 데다 롯데그룹이 비즈니스의 무게 중심을 유통(롯데쇼핑)에서 배터리·에너지(롯데케미칼)로 옮기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진작에 이동한 현실에서 이같은 '롯데케미칼 키우기 전략'이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2023년 3월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롯데케미칼 '그룹 주력사' 부상....매출액도 롯데쇼핑 앞질러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롯데그룹에서 매출액이 가장 큰 계열사는 롯데쇼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24일 더밸류뉴스가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지난해 실적 공시를 분석한 결과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출액 1위는 롯데케미칼(22조2761억원)이었다(이하 K-IFRS 연결). 이어 롯데쇼핑(15조4760억원)이 뒤를 이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호텔보다 7조원 가량을 앞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이하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65조1010억원, 순이익 1조5150억원이고 계열사는 85곳이다. 두 곳의 실적이 롯데그룹 전체 매출액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매출액 추이.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여기에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롯데케미칼은 상장사 2곳(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정밀화학)을 포함해 롯데건설, 현대케미칼, 여수페트로 등을 종속회사로 둔 롯데그룹 최대 계열사가 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4일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고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변경했다. 인수금액은 총 2조7000억원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매출액 9200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으로 보나 계열사들의 무게감으로 보나 롯데케미칼이 롯데그룹 최대 계열사로 자리잡은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계열사를 통해 인도네시아 반탄주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등 실적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롯데온 실패에 코로나19 겹쳐 롯데쇼핑 흔들 


재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놓고 롯데그룹이 비즈니스의 무게 중심을 롯데케미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1967년 롯데제과 설립으로 국내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업력(業歷) 56년동안 숱한 변화를 겪었지만 롯데쇼핑으로 대표되는 유통을 주력사업으로 유지한다는 전략은 일관되게 유지했다.  


이같은 전략이 전환점을 맞은 직접적인 계기는 롯데쇼핑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것과 관련있다. 그렇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유통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급성장하면서 온라인이 유통의 대세로 자리잡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롯데그룹도 이같은 트렌드를 인지하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20년 4월 롯데는 2년여에 걸쳐 2조원을 투자한 끝에 온라인 통합앱 '롯데온'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롯데가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유통 채널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한 롯데온은 그렇지만 처절하게 실패했다. '오프라인 DNA'를 가진 롯데그룹의 한계였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롯데쇼핑 실적이 급감하자 롯데그룹 경영진은 오프라인 유통으로는 더이상 안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올해 신년사에 이미 이같은 전략 변화가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영구적 위기(Permacrisis) 시대가 왔으며 이는 우리가 당연하게 해왔던 일과 해묵은 습관을 되돌아보게 한다"며 "기존의 틀을 깨부숴야 하며 미래 지향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신년사에 이미 롯데의 새 전략이 나와 있었던 셈"이라며 "신년사 곳곳에서 롯데의 위기의식과 만시지탄의 회한이 배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일진머티리얼즈 사업보고서]

롯데케미칼의 이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두르고 있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금액 2조7000억원이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24일 기준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2조9000억원 가량인데 지분 53.3%에 해당하는 금액은 1조5000억원대여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비씨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M&A(인수합병)가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비싸게 매입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라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2조원대가 적정 인수가인데 서두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레고랜드 부도사태로 계열사와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롯데 위기설'이 나돌기도 했다. 


여기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액 22조2761억원, 영업손실 7626억원, 당기순이익 2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비 22.93% 증가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98% 감소했고 영업현금흐름도 플러스에서 마이너스(1674억원)로 돌아섰다.


롯데케미칼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롯데케미칼]

그러자 롯데케미칼은 자금 확보를 위해 조(兆) 단위 차입을 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단기차입금 4조1681억원, 장기차입금 2000억원이 증가했다(K-IFRS 별도).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성자산은 1조6494억원으로 전년비 2.3배 늘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반탄주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위해 금융 기관 12곳으로부터 24억달러(약 3조1000억원)를 12년간 장기 차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롯데케미칼 여수 석유화학단지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신용등급↓, 고평가 리스크 극복 과제 

 

어찌됐건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롯데그룹의 미래는 롯데케미칼의 향후 성과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현황은 아슬아슬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주식시장에서 가치평가(valuation)를 하기에 무의미한 수준에 진입해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을 계산해보면 104.42배이다. PER이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 수록 고평가돼 있다는 의미이다. PER 104배는 내가 롯데케미칼을 통째로 매입했을 때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104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분모에 해당하는 순이익이 급감하다보니 결과값(PER)이 세자리수가 된 것이다.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도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대규모 인수자금 지출이 예정되어 있고 설비투자 자금소요 등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점과 전방 수요 위축으로 영업환경이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신용등급 하향을 시사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이다. 신용등급이 하향되면 롯데케미칼의 자금조달 비용은 높아지게 된다. 롯데케미칼에 대해  ‘중립’ 의견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김교현 이영준 황진구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긍정 시그널도 있다. 그간 롯데케미칼은 미래성장동력을 갖춰왔다. 롯데케미칼은 3,500억원을 투자하여 대산 공장 내 EC, DMC, EMC, DEC 등 배터리 유기용매 생산시설을 건설 중에 있다. 유기용매는 전해액의 용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케미칼 상품(40.20%), 케미칼 제품(39.80%), 그린소재(20%)로 구성돼 있다.  


롯데케미칼 매출액 비중. 2022년 기준. [자료=롯데케미칼 사업보고서]

이번에 인수한 일진머티리얼즈와의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이다. 롯데케미칼 전지소재 사업은 2030년까지 연간 매출액 5조원을 목표로 했지만 이번 인수로 7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police20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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