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밸류뉴스=홍순화 기자]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체험적 실제인가, 아니면 영원히 도달 불가능한 선언적 수사인가? 

종교인의 열반 의식이나 소천을 목격했을 때 일반인들이 퍼뜩 갖게 되는 이같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실마리를 제공하는 신간이 '21세기 리빙붓다와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이 책은 참선 수행한 끝에 성불의 경지에 오른 한 재미교포가 뇌과학, 양자역학, 철학 등 현대적 학문과 언어를 빌려 부처의 깨달음을 설법하고 있다. 

'21세기 리빙붓다와의 대화'. [이미지=샘소북스]

이 책은 실직한 저자가 오랜 친분이 있던 재미교포 선배와 이메일로 대화를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바쁜 회사생활로 수년 만에 연락을 취한 재미교포 선배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인물이 돼 있었다. 재미 언론인, 법조인 출신의 이 박학다식한 인물은 불경과 불학서적들을 독파해 가면서 4년간 참선에 몰두한 끝에 홀로 득도의 경지에 도달한다.

이 책의 부제목인 ‘남의 꿈속을 왕래하는 도인의 세계’는 이 재미교포 리빙붓다가 티벳의 드림요가를 병행 수련한 끝에 실제로 남의 꿈속에 들어가는 능력을 갖게 된 사실에서 비롯된다. 드림요가 수련의 마지막 관문이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는 실험인데, 이 리빙붓다는 첫 시도 만에 바로 성공했다. 미국에 있는 도인이 한국에 사는 두 친구의 꿈속에 나타나 메시지 전달에 성공한 것이며, 저자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일반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이러한 초능력이 이 책의 주제는 아니다. 이 책은 불가에서 말하는 견성(見性)의 경지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영적체험을 현대 과학과 철학의 표현으로 풀어내고 있다. 일찍이 부처가 설파한 무아(無我)의 체험을 프로그래밍 된 대로 살아가는 사이보그에 비유한다거나,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는 다양한 확률의 수에서 매번 하나를 선택하며 살아가는 우주일 뿐이라는 다중우주의 표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깨달음이란 단순한 사고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그 전까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체험적 신세계를 경험하는 일이다. 영안이 열려 과거와 미래가 보이고, 내가 생각하는 일이 다 이루어지는 차원의 경험이다. 이런 전폭적인 영적 변화가 신상에 일어나는데 무슨 인증이 따로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깨달음이란 한국에서도 수십만, 수백만의 수도승들이 도전했지만 성공한 수행자가 극소수에 불과할 희귀한 체험이다. 이 책의 도인은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뒤 10년이 훨씬 지났으나, 여전히 미국에서 은둔하며 평범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 필자는 이 도인의 가르침을 받은 뒤 한동안 불교에 귀의한 적도 있지만 현재는 기독교인이다. 그럼에도 십년 전 이 도인에게 처음 가르침을 받던 이메일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엮게 된 것은, 불경에 너무도 막연하게 기록된 깨달음의 세계를 이 도인은 과학과 철학의 21세기 언어로 너무도 명쾌하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냥 묵혀두기에는 그의 글이 전하는 영성의 세계가 너무도 탁월하다. 필자가 다시 기독교인으로 돌아오는 데도 결과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마치 고승과 제자의 선문답처럼, 깨달은 선배와 깨달음을 원하는 후배의 치열한 질의응답이 전개된다. 이런 산파술 같은 문답의 전개가 이 책에서 처음 다뤄지는 방식은 아니다. 다만 21세기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깨달음의 세계에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21세기에 성불한 도인이 21세기의 언어를 구사해서 깨달음을 설명한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미덕이다. 사무엘 소 지음. 샘소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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