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PEG(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 또는 Price to Earnings Growth Ratio, 주가수익성장비율)에 관한 자료들을 보면, PEG를 이용하면 언제나 좋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기 쉽다. 과연 PEG 공식이 소문만큼 잘 들어맞아서 그것을 활용한 투자자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PEG 값을 이용해서 주식 매수와 매도의 시점을 잡을 수 있는지 살펴본다.
필자가 2000년 이후 좋은 실적을 낸 적이 있는 100개의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연중 최고 주가와 최저 주가의 예상 PEG 값을 구하는 분석모형을 만들어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PEG 값을 가지고 특정 구간에서 매수하기는 쉽지 않았다.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일반적인 상황에서 PEG 값은 주식 매수 매도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PEG 찬양론자들에게 엄청 두들겨 맞을 것 같다.
PEG 공식에서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변수는 이익증가율(EPS 증가율)인데, 기업 실적의 현실은 이익증가율이 이론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비탈리 카스넬슨(Vitaliy N. Katsnelson)이 말하는 공식의 수학적 정확성의 오류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주식의 매수 매도 시기를 잡을 만큼 신뢰성 있는 PEG 값이 나오지 않게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좋은 기업도 이익증가율이 연속으로 음수가 나오기도 하며, 아무리 나쁜 기업도 이익증가율이 예사로 100%가 넘기도 한다. 예컨대 이익증가율이 100%를 넘는 경우에는 매수하지 않아야 하는 예상 PER이 예상 이익증가율의 3/4인 75(=100*3/4)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만약 연중 최고 주가에서 예상 PER이 27인데 예상 이익증가율이 100%이면 0.27(=27/100) 정도의 아름다운 PEG 값을 얻지만, 이것을 믿고 그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곧바로 주가가 하락하여 PEG를 원망할 것이다. 연중 주가의 하락율은 대체로 적게는 30% 많게는 60%를 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른바 주가의 연중 변동성이 생각보다 크다. PEG 값을 신뢰하고 매수한 결과가 너무 가혹하다. 필자의 데이터에서 연중 최고가에서도 0.033 이하의 참으로 아름다운 예상 PEG 값이 계산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현실에서 기업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떤 해의 이익증가율이 200%가 넘는 경우도 흔하게 발견된다. 이럴 경우 PEG는 굳이 계산해보지 않고 척 보기만 해도 매우 낮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PEG가 0.75이하라고, 예컨대 0.5라고 어떤 주식을 매수하여 큰돈을 벌었다면 그것은 대체로 PEG의 결과가 아니고 우연한 일치에 의한 행운의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놀랍지만 PEG는 아주 엄격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주식의 매수 매도 기준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PEG에 대해서 떠도는 이야기는 많지만 실제로 PEG를 주식 매수에 많이 활용한 사람은 짐 슬레이터(Jim Slater)와 피터 린치라(Peter Lynch)고 생각된다. 이상하게도 두 사람 모두 PEG를 적용하는데 매우 엄격한 이익증가율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
짐 슬레이트는 최근 5년간 (최근에 이익이 급상승한 경우에는 그보다 짧은 기간 동안) 연평균 15% 이상의 이익증가율을 기록한 기업을 전제로 PEG를 적용할 것을 추천한다. 그는 “가장 좋은 주식은 보통 15-25% 대의 연간 이익증가율을 기록하는 주식에서 발견된다. 지속적으로 연 20%의 이익증가율을 보이는 주식을 찾았다면, 그 주식은 거의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주식이다.”라고 호언(豪言)하고 있다.
높은 이익증가율에 대하여, 짐 슬레이터는 1-2년은 몰라도 그 이상 연 30%이상의 높은 이익증가율을 유지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PER 30에 주당순이익 증가율이 50인 주식도 PEG가 0.6이 되지만, 앞의 경우와 다른 중요한 차이는 50% 수준의 이익증가율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짐 슬레이터는 1992년에 PEG에 관한 그의 첫번째 책인 『The Zulu Principle』을 쓴 후에 1996년에 PEG에 관한 두번째 책인 『Beyond The Zulu Principle: Extraordinary Profits from Growth Shares』을 발표했는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다소 바꾸어 이익증가율의 범위에 더 많은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이익증가율이 연간 약 50%에 달하더라도 (그가 주장하는 연간 15%나 20%를 훨씬 넘어서) “그 후 몇 년 동안 계속 그런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PEG가 0.3이 나오는 경우에 그 기업은 ‘분명히’ 저가 매수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 짐 슬레이터는 이익증가율의 범위를 50%까지 확대했지만 그 조건이 사뭇 엄격하다. 과거가 아니고 미래의 이익증가율이 몇 년 동안 그 정도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 린치는 “나는 20~25% 성장률을 좋아한다. 성장률이 25%를 넘기는 기업은 경계한다. 인기 업종 중에는 성장률이 50%인 기업도 있지만, 알다시피 이런 회사는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피터 린치는 연성장률이 50~60%인 기업은 경계하라고 한다.
PEG를 현업에서 사용한 투자자들이 이렇게 엄격하게 조건을 붙여서 PEG를 활용한 것은 PEG 공식의 민감성으로 인하여 그 외의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수학적 정확성의 오류가 발생하여 현실의 주식 매수에 잘 들어 맞지 않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PEG를 기업 분석이나 주식 평가에 활용할 때, 이러한 조건을 무시하고 적용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힘들게 된다. PEG 공식 자체가 그 만큼 변수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PEG 공식의 민감성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PEG 공식을 적용하면 PEG는 매우 까칠하게 반응하여 바로 투자자를 혼내 준다.
PEG 공식은 생각보다 결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PEG에 관한 논문을 쓰는 학자들조차 이러한 결점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고, PEG 찬양 일색으로 결론을 내고 있어서 다소 의아하게 생각된다. 그러나 PEG 공식이 가지고 있는 결함을 보완해주고 그 장점을 활용하면 PEG는 여전히 매력적인 지표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PEG 공식의 내부를 속속들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mentorfor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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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2년 04월 30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원문에 각주 설명을 추가로 더 보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