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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회사 이름이 'SKT스퀘어'라구요? 뭐하는 기업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SK텔레콤이 회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SK텔레콤 서비스 이용자 김진명(가명)씨의 말이다.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SK그룹 계열사들의 새 회사명이 "너무 앞서가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회사 이름만으로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K텔레콤 → SKT스퀘어' 사명 변경 추진


SK그룹의 주력 계열사 SK텔레콤은 새 회사명으로 ‘SKT스퀘어’를 사실상 확정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T스퀘어' 상호 가등기를 신청했다. 가등기는 미래에 진행될 본등기에 앞서 상호를 확보해 놓기 위한 예비 조치이며, 유효기간은 6개월이다.


앞서 지난해초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의 사업영역을 플랫폼으로 확장하기 위해 기업 정체성에 맞는 사명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당시 박 사장은 ‘SK하이퍼커넥터’라는 구체적인 명칭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T스퀘어', 'SKT', 'SK투모로우', 'SK테크놀로지' 등 후보들이 거론됐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더밸류뉴스]

사명 변경을 추진중인 SK그룹의 계열사는 SK텔레콤 뿐만이 아니다. 


SK건설은 2019년 ‘SK크리에이트’, ‘SK디멘션’, ‘SK넥스트빌드’ 등 3개 상호에 대한 가등기를 신청했다. 이후 유효기간이 지나 ‘SK에코플랜트’, ‘SK임팩트’, ‘SK서클러스’ 등 3개의 상호를 다시 가등기 신청했다. 또, SK에너지는 ‘SK엔무브’, ‘SK웨이즈’, ‘SK프로니어로’ 의 3개, SK종합화학은 ‘SK엔스파이어’, ‘SK엘리멘탈’, ‘SK컨버전트’의 3개를 지난해 가등기 신청했다. 


SK그룹 계열사들의 이같은 사명 변경은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2019년 SK이천포럼에서 "기업 이름으로 OO에너지, OO화학 등을 쓰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며 "과거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 계열사들이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즈니스 환경의 급변에 따라 기존 회사명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SK그룹의 상당수 계열사들이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해 시장을 확대하면서 현재의 회사명이 미래 지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 이름만으로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그렇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새 회사명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회사 이름만으로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의 새 회사명으로 사실상 낙점된 'SKT스퀘어'의 스퀘어(Square)는 우리말로 '광장'인데 탈(脫) 통신을 선언하고 5G 이동통신, AI(인공지능), 커머스 등 다양한 미래 신사업을 아우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부터 "통신사업자라는 인상을 주는 텔레콤(Telecom)이라는 단어가 사명에서 제외돼야 한다. AI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들 수 있도록 브랜드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렇지만 SK텔레콤의 현재 주력 비즈니스가 통신이며, 소비자들도 'SK텔레콤=통신사'라고 여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SK텔레콤의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84.77%가 유무선 통신에서 나왔다. 회사명은 통상 '그 회사가 뭘 하는지', '어떤 업종에 속해있는지' 등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는 명칭으로 짓는다.  


회사명 변경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B2C 기업이어서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K텔레콤의 대리점 간판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만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기존의 브랜드 인지도를 포기하는데 따른 매몰 비용(sunk cost)과 새로운 사명 홍보비용까지 감안하면 회사명 변경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SK는 유독 추상적인 사명과 본업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영어 사명이 많아 정체성 논란이 제기돼왔다. 앞서 2017년 SK케미칼의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가 출범할 당시에도 정체성 관련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SKT 타워. [사진=더밸류뉴스]

이와 관련 SK 관계자는 더밸류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명 변경은 SK그룹 각 계열사에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룹과는 별개”라며 “(사명 변경 과련 최태원 회장의 의중 반영에 대해서는) 그런 것은 없고 각자 계열사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관적인 사명은 회사가 영위하는 업종에 대해 빠르게 인지를 할 수 있고, 추상적인 것은 SK이노베이션처럼 여러가지 가능성과 사업의 확장성을 두고 변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사명 변경 배경들은 각사 권한이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적인 혁신을 이끌어내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사명 변경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상황 이후 국내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하고 있다”며 “하나의 업종으로 기업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사명 변경은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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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07 08: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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