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만시지탄' 한은 양적완하...3개월간 무제한 유동성 공급

- 윤면식 "회사채 매입 정부 보증 뒤 가능"

  • 기사등록 2020-03-26 16:16:29
기사수정
[더밸류뉴스=조창용 기자]

한국은행이 뒤늦게 '무제한 양적완화'를 하기로 해 최근 불거진 시장의 유동성 경색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은은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일정 금리 수준에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 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즉 한은이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QE)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 경제 충격에 극도로 불안해진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더밸류뉴스(한국은행 제공)]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26일 "시장 수요를 전액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의 양적완화가 아니냐고 한다면 꼭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렇게 봐도 크게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일부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RP매매 대상증권에 공공기관 발행채권이 포함됨으로써 시장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한은은 기대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달러 증거금을 마련하느라 CP(기업어음)을 급하게 매각하는 등 단기자금 차입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한은이 회사채나 CP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이번 방안에 빠져있다. 일각에서 회사채 직접 매입을 요구하는 데 대해 윤 부총재는 "정부가 보증한다면 매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용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은은 그동안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매입의 경우 정부 보증 없이는 한국은행법상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윤 부총재의 언급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정부 보증과 국회의 동의절차가 마무리돼야만 회사채 등에 대한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번 한국은행의 '전액공급방식 유동성 지원제도'는 4월부터 시행된다. 1분기 결산을 앞두고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적지 않은 데, 시작 시점이 너무 늦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기 말에는 자금수요가 늘고 재무비율 관리에 나서야 하는 만큼 유동성이 경색되는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통상적인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을 풍부하게 유지해 3월말에 특별히 시장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완화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발 투자 심리 위축에 회사채 등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 자금 조달이 점점 어려워져 기업 유동성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또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대응에 현금이 급하게 필요해지면서 기업어음(CP) 등 단기 채권을 시장에 내놓아 채권 금리가 뛰었다.


전날 A1등급 CP 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2.0bp(1bp=0.01%포인트) 오른 연 1.87%에 마감했다. CP 금리가 급등세를 타기 직전인 지난 17일(연 1.36%)과 비교하면 51.0bp나 올랐다.


CP 금리가 급등하면 결국 단기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어 유동성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또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외국인 자금 이탈로 주식, 원화 가치, 채권값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나 불안을 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동성 경색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만큼 시장에는 유동성 공급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었다.


당장 채권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오전 한은이 RP 매입 대책을 발표하자 국고채 금리는 하락(채권값 상승)하고 있다. 그동안 위축된 투자 심리가 다소 회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이날 오후 2시 55분 현재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7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1.965%를 기록했다.


5년물도 연 1.295%로 8.9bp 내렸고 10년물은 연 1.527%로 9.3bp 내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금융 불안이 재연되고 4월 유동성 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한은의 유동성 공급 조치는 단기 유동성 부족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국내마저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기업 부도 리스크 등 신용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막을 강하게 치고 있다는 점은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에 긍정적 신호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reator20@naver.com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0-03-26 16:16:2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특징주더보기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