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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송현동 부지 매각"…KCGI “진정성 없다”

- 3월 주총 앞두고 주주친화 정책 내놔...KCGI "신뢰성 부여하기 어렵다"

  • 기사등록 2020-02-06 17: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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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축이 된 '반(反) 조원태 연합’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조 회장 측이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자  KCGI는 보여주기 식으로 진정성이 없다고 공격했다. 

 

◆송현동 부지·왕산마리나 매각 카드 꺼낸 조원태…조현아와 선긋기

 

6일 대한항공은 조 회장 주재로 이사회를 열고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인천 을왕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연내 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오는 3월 열릴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쪽의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조 회장이 KCGI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내용을 일부 들어줌으로써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6642㎡)는 금싸라기 땅으로 당초 대한항공이 한옥 호텔 건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하려고 했다. 


특히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호텔 사업을 추진하려고 눈독을 들이던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송현동 부지 매각은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과의 선을 명확하게 긋고 그룹으로의 복귀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꾸준히 요구해오던 사항이기도 하다.

 

현재 조 회장은 3월 주총에서 자신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반 조원태 연합을 맺자 양측의 지분율이 엇비슷해지면서 조 회장의 연임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에게 달렸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이 KCGI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은 본격적으로 기업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친화 경영으로 신뢰를 회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도 매각하기로 했다. (주)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016년 인천 을왕리에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인천시 중구에 있는 왕산마리나 전경.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안건도 의결했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도 설치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대한항공의 발표가 반 조원태 연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이들이 발표할 주주제안에 맞서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개선, 주주이익 제고를 위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했다는 것이다. 

 

◆KCGI "경영위기 인식 못하고 진정성 없어"

 

KCGI는 조 전 부회장과, 반도건설과의 지분 공동 보유 합의에 대한 입장문을 내놓으며 조 회장을 비판했다.

 

이날 KCGI는 '공동보유 합의에 대한 KCGI의 입장' 보도자료를 내고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 계열사들과의) 한진칼 주식 공동보유 합의는 비전도 능력도 없이 한진그룹을 사유물처럼 운영하는 기존 경영 체제를 새로운 전문경영체제로 바꿔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공동보유 선언은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를 필두로 하는 기존 경영진이 한진그룹의 경영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뚜렷한 타개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 전문 경영인 제도 도입을 포함한 경영방식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KCGI는 2018년부터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과도한 부채비율 해결을 촉구해왔다. 이에 지난해 그룹에서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냈음에도 경영 개선 의지나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KCGI는 특히 지난해 3분기 말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이 922.5%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조원태 대표 등에게 책임경영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고 요청해 회사의 대응 방안을 듣고자 했으나 경영진은 ‘KCGI는 몇만 명의 주주 중 하나일 뿐’이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한진칼 2020년 1월 기준 주요주주 지분 현황. [이미지=더밸류뉴스]

아울러 "이번 공동보유 합의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은 뒤늦게 새로운 경영 개선 방안을 내고 주주들과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주주들을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KCGI는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과의 주식 공동보유 합의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인데도 단순히 가족 간 분쟁으로 호도하는 일부의 왜곡된 시각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KCGI의 입장은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회를 앞둔 상황에서 발표됐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진행했으며 한진칼은 7일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대한항공은 이사회 직후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토지·건물 매각,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경영 개선 방침을 밝혔지만, 이에 대해 KCGI 측은 "3자 합의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이것저것 해보겠다는데,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측이 33.45%, 조 전 부사장 측이 31.98%를 가지고 있으며 조 회장 측이 1.47% 포인트 앞서있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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