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은 올해 대출 원금 기준 약 5천억원 규모의 연체채권 소각과 4조5천억원의 포용금융 공급을 두 축으로 한 총 5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2.0 ON(溫)'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오전 신한금융그룹 경영진들이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제5차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 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이 장기 연체채권 소각과 포용금융 공급을 묶은 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취약 차주의 빚 부담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체 이력 중심의 신용평가 관행을 바꾸고, 저축은행 이용자와 중저신용자, 소상공인까지 제도권 금융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신한금융은 장기 연체채권 5000억원을 소각하고, 서민금융과 소상공인 지원을 포함해 4조5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
◆ 연체채권 5000억원 소각...'새도약기금' 밖 장기연체자도 품는다
신한금융은 10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제5차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단 회의를 열고 ‘포용금융 2.0 ON(溫)’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장기 연체고객 재기 지원, 중저신용자 대상 금융상품 확대, 대안 신용평가 활용이다.
신한금융지주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여의도 TP타워에서 제5차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단 회의를 열고 '포용금융 2.0 ON(溫)'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자료=신한금융지주]
먼저 올해 대출 원금 기준 50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소각한다. 상반기 약 3300억원을 우선 소각하고, 연내 소멸시효 도래 채권까지 포함해 연간 5000억원 규모를 정리한다. 장기 연체채권 소각은 채무자가 추심 부담에서 벗어나 경제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조치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장기 연체채권 576억원을 선제적으로 소각한 데 이어 약 1200억원을 추가 소각한다. 신한카드는 사망자 채권 또는 5000만원 이상 고액 채권이라는 이유로 ‘새도약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8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 약 1500억원을 이날 일괄 소각한다. 제주은행과 신한저축은행도 약 6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 소각에 동참한다.
소멸시효 연장 관행도 손본다. 5년이 지난 채권은 시효 연장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채무조정을 우선 추진한다. 불가피하게 시효를 연장하는 경우에도 3년이 지나면 다시 심사하는 절차를 새로 만든다. 장기 연체채권이 반복적으로 연장되며 채무자가 재기 기회를 잃는 구조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 포용금융 4.5조 공급...상생대환대출, 전 저축은행 고객으로 넓힌다
신한금융은 올해 4조5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도 공급한다. 당초 올해 목표였던 3조원을 조기 달성하고, 내년 계획분 1조5000억원을 앞당겨 집행하는 방식이다.
신한금융지주 포용금융 공급 규모 확대안. [자료=신한금융지주]
세부적으로는 서민금융 2조9000억원, 소상공인 지원 1조4500억원, 미소금융과 상생대환대출 등 신한금융 자체 포용금융 프로그램 1500억원으로 구성된다. 서민금융에는 중금리대출이 포함된다. 소상공인 지원은 운전자금과 경영 안정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가장 눈에 띄는 상품은 오는 7월 1일 출시되는 ‘신한 상생대환대출Ⅱ’다. 기존 상생대환대출은 신한저축은행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됐다. 새 상품은 대상을 전 저축은행 이용 고객으로 넓힌다. 대출 한도는 최대 1억원, 기간은 최장 10년이다. 비대면 대출이동시스템을 활용해 고객 편의성도 높인다.
신한금융은 2024년부터 ‘브링업&밸류업’ 프로젝트를 통해 대환대출 구조를 운영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신한저축은행의 중저신용 고객 중 성실 거래 요건을 충족한 고객을 신한은행 대출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기존 평균 14% 수준의 저축은행 대출 금리를 약 9% 수준으로 낮춰 금융비용을 줄이고, 신용등급 개선을 돕는 구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신한 상생대환대출Ⅱ는 브링업&밸류업 프로젝트의 취지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한 상품”이라며 “기존 신한저축은행 고객 중심의 대환대출 구조를 전체 저축은행 이용 고객으로 넓힌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환 능력과 금융거래 이력이 개선된 중저신용 고객이 낮은 금리의 금융상품으로 이동할 기회를 확대하고, 금융비용 부담 완화와 신용도 개선을 지원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맞춤형 포용금융 상품도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신한 기초연금 비상금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신한은행 계좌로 기초연금을 받는 시니어 고객이 이용할 수 있다. 50만원 단일 한도의 마이너스통장 방식이며, 대출 기간은 3년이다. 금리는 연 0.1%다. 총 10만좌 한도로 운영된다.
이 밖에 미소금융 성실상환자 대상 자산형성 지원, 햇살론 보증료 캐시백, 시니어 안심케어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단기 유동성 지원부터 신용 회복, 자산 형성까지 취약계층의 금융 생활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구조다.
◆ 대안 신용평가모형 적용...땡겨요·DJ뱅크 데이터로 금융 문턱 낮춘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은 신용평가 방식의 변화다. 신한금융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신용평가모형 개편 태스크포스에 참여하고 있다. 과거 연체 이력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서민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했다. 이 모형은 생활비, 공과금, 자동이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부터 이 모형을 서민 신용대출 심사에 적용하고 있다. 3분기 출시 예정인 중금리대출 신상품 심사 기준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대안 데이터 활용 범위도 넓힌다.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에서 발생하는 주문 및 매출 흐름, 제주은행의 디지털 기업금융 브랜드 ‘DJ뱅크’가 보유한 ERP 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 기존 담보나 과거 재무제표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던 사업자의 현재 매출 흐름과 영업 활동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DJ뱅크는 제주은행과 더존비즈온이 협업해 만든 ERP 기반 기업금융 플랫폼이다. 기업의 경영 데이터와 금융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계좌 개설부터 자금 지원까지 ERP 안에서 처리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신한금융은 실시간 ERP 데이터를 통해 기업의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 가치를 산출하면 부동산 담보 중심의 여신 관행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DJ뱅크는 ERP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AI CFO’도 준비 중이다. 기업의 미래 자금 흐름을 예측하고,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금리와 한도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프로젝트 시행에 앞서 ‘포용금융 가이드북’도 제작했다. 은행권 최초로 포용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정리한 자료로, 지난달 15일 신한은행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상품이 많아질수록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지원 제도를 찾기 어려워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포용금융 2.0 ON(溫)’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금융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방식”이라며 “신한금융은 금융 사각지대를 줄여 사회 안전망 역할을 다하는 기업시민으로서 고객과 사회의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