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를 움직이는 핵심은 연설이 아니라 조례다. 박상현의 신간 「서울시의원 아무나 하나」는 학생인권조례, TBS 설립·운영 조례 폐지 등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키고 없앤 조례들을 따라가며, 지방정치의 실질 권력이 어디에서 작동하는지를 짚는다. 선거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시민의 학교, 복지, 미디어, 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건 결국 조례라는 점에서, 이 책은 서울 정치의 민낯을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드러낸다.
박상현「서울시의원 아무나 하나」[사진=피터앤파트너스]
이 책은 지방정치를 거대한 이념 대결이나 정당 구도로 풀기보다,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조례를 중심에 놓는다. 시의회가 어떤 조례를 만들고, 고치고, 없애는지에 따라 학교 현장과 복지 체계, 공공기관 운영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정치가 멀게 느껴지는 시민에게도 조례는 더 이상 낯선 행정 용어가 아니라 생활의 규칙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깔려 있다.
저자는 서울시의회가 최근 몇 년간 다뤄온 주요 조례를 추적하며 의회의 판단이 시민 삶에 어떤 파장을 남겼는지 짚는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조례,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TBS 설립·운영 조례 등 논쟁적 사안을 중심으로 서울시의회의 선택이 어떤 방향을 향했는지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단순히 조례 문구만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발의와 심사, 의결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적 의도와 권력 관계까지 함께 읽어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TBS 설립·운영 조례 폐지 과정을 다루는 대목은 이 책의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폐지 논의가 진행되는 속도와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기된 명분과 논리를 짚으며 공공미디어를 둘러싼 갈등이 결국 정치 권력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조례 하나의 폐지가 특정 기관의 존폐만이 아니라 서울 공론장의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책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책은 조례만이 아니라 조례를 다루는 사람들의 문제에도 시선을 둔다. 저자는 지방의회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각종 논란을 유형별로 정리하며, 시의원의 자질과 윤리 문제가 결국 시민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인권 감수성 부족, 성비위 의혹, 외유성 연수, 금품수수, 폭언과 갑질, 출석 저조, 이른바 돈 공천 문제 등은 지방정치에 대한 시민 불신이 왜 쉽게 해소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된다.
이 책의 시선은 서울시의회 비판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당 공천 구조에 기대 후보를 선택해온 유권자 책임도 함께 묻는다. 선거는 4년에 한 번이지만 조례는 그 이후 시민 삶을 거의 매일 바꾼다는 점에서, 지방정치를 감시하는 기준 역시 선거철 구호가 아니라 실제 입법과 의정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보다, 누가 어떤 조례를 만들고 어떤 조례를 없앴는지를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책의 핵심에 가깝다.
박상현 저자는 기자와 국회의원 보좌관, 지방정부 비서관, 홍보업계 임원 등을 거치며 언론과 정치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이 같은 이력이 책에서는 의회 바깥의 평가가 아니라 의회 안의 작동 방식에 대한 집요한 관찰로 이어진다. 원문 조례안과 회의록, 심사보고서, 관계자 취재를 바탕으로 서울시의회의 현실을 따라간 점도 이 책의 밀도를 높이는 요소다.
「서울시의원 아무나 하나」는 지방정치를 둘러싼 감정적 피로를 자극하기보다, 시민이 실제로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되묻는 책에 가깝다. 서울 정치의 문제를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조례라는 구체적 텍스트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정치 비평서이면서 동시에 생활정치 안내서로도 읽힌다. 선거 이후를 묻는 시민에게, 책은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누가 서울의 삶을 바꾸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