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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윤승재 기자]

한화생명은 ‘국내 생보업계 2위’를 다투는 대형회사다. 규모가 주는 안정감은 있지만 회사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지급여력비율(K-ICS) 하락, 투자손익 급감, 반복되는 내부통제 지적, 금융당국의 잇단 제재, 오너3세 경영의 리스크까지, 이 다섯 가지 변수가 회사의 체력을 시험하고 있다. 최근 공시·신용평가·여론 등을 바탕으로 한화생명의 현황을 질의응답 방식으로 해부해 본다.


한화생명, ‘국내 2위권 생보’의 무게 뒤에 숨은 불편한 사실 5가지한화그룹 지배구조. [자료=더밸류뉴스]

재무건전성은 안심할 만한가?


수치는 아직 ‘권고치 이상’이지만, 추세가 확연히 나빠졌다.

 

한화생명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은 2023년 말 183.8%에서 2024년 말 163.7%로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최소 기준(100%)과 권고수준(150%)은 상회하지만, 불과 1년 사이 두 자릿수 포인트가 줄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경계심을 키운다. 신용평가사와 업계 매체들도 같은 수치를 확인하며, 하락 원인으로 금리 하락에 따른 할인율 변화와 규제 정교화를 지목한다. 


구조적으로도 부담은 있다. 금리 하락은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보험부채의 현재가치를 밀어 올리고, 이는 자본 완충력을 훼손한다. 여기에 신제도(IFRS17) 하에서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이 완충 역할을 하지만, 단기적인 금리·시장 변동성 앞에서는 체감 효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는 “자본·수익성은 규제요건을 웃돌지만, K-ICS 하락 추세는 확인된다”고 요약한다. 


한화생명, ‘국내 2위권 생보’의 무게 뒤에 숨은 불편한 사실 5가지K-ICS 지급여력비율(%)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참고로, 한화생명은 보험료 수입 기준 국내 2위를 다투는 생보사로 분류된다. 덩치는 여전히 ‘빅2’지만, 그 무게를 지탱하는 자본 쿠션이 얇아지는 조짐이 있다는 게 현재의 함의다. 

 

투자 성적은 어떠한가?


최근 분기·반기 기준으로 볼 때 실망스럽다.

 

2025년 상반기 한화생명의 투자손익은 4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6% 급감했다. 같은 기간 경쟁 대형사들이 상대적 안정세를 보인 것과 대비되며, 자산운용의 변동성 노출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채권·주식 평가이익 축소와 일부 헤지·대체부문 요인을 복합 원인으로 꼽는다. 올해 상반기 연결 당기순이익도 46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안팎 감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마디로 보험영업과 투자, 이 두 쌍둥이 엔진이 동시에 힘이 빠진 형국이다. 

 

회사 내부통제는 제대로 작동하나?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한화생명에 대해 위험분석·내부통제 절차의 미비를 거듭 지적해 왔다. 특히 2024년 말~2025년 초 ‘경영인 정기보험(CEO 정기보험)’ 사태에서 절판 마케팅, 과도한 시책·수수료 등 불건전 영업 관행이 드러나면서, 감독당국은 한화생명 관련 모집채널을 우선 검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금감원의 모니터링 자료에는 일부 계약에서 초회보험료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가 지급됐다는 대목도 담겼다. 회사는 2025년 들어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지만, 남은 과제는 통제 시스템의 신뢰 회복이다. 

 

내부통제의 느슨함은 제재 건수가 말해준다. 2024년 한화생명의 제재 건수는 6건으로 전년(4건), 재전년(3건) 대비 계속 증가했다. 같은 해 ‘기관 대상’ 제재 기준으로는 생·손보사를 통틀어 최다였다. 회사는 이사회 산하에 내부통제위원회 신설과 ‘책무구조도’ 마련으로 대응 중이지만, 감독 리스크가 실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신호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한화생명, ‘국내 2위권 생보’의 무게 뒤에 숨은 불편한 사실 5가지최근 3년 금감원의 한화생명 제재 건수(건). [자료=더밸류뉴스]

금융당국의 제재는 어느 정도인가?


유형이 다양하고, 강도도 센 편이다

 

큰 줄기는 세 갈래다. 첫째, 대주주 거래제한·기초서류 위반 건으로 내려진 기관경고·과징금에 대해 한화생명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 과징금이 200만 원에서 11억 원대로 증액되는 판결이 나왔다(현재 상고 여부와 무관하게 보험금 과소지급 관련 과징금 11억 원 확정 보도도 있다). 둘째, 경영인정기보험 불건전 영업행위 사안으로 금감원은 ‘최대 수준 제재’까지 예고하며 강한 조사 의지를 드러냈다. 셋째, 전체 제재 건수 자체가 가파르게 늘었고(’22년 3건 → ’23년 4건 → ’24년 6건: 위 그래프 참조), 그 중 기관 대상 제재가 업계 최다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회사는 제도 보강을 서두르고 있지만, 평판 리스크는 아직 제거되지 않았다. 

 

오너 3세 김동원 사장의 경영, 신뢰할 만한가?


의심스럽다.

 

김동원 사장은 디지털 전환·글로벌 확장을 내세워 왔지만, 상징 프로젝트였던 캐롯손해보험의 실적은 혹독했다. 공개된 감사·보도 자료를 종합하면, 캐롯손보의 연간 당기순손실은 2019년 –91억 원에서 2024년 –662억 원까지 6년 연속 적자였다. 지급여력비율(K-ICS)도 2023년 말 281.26%에서 2024년 말 156.24%로 급락하며 권고수준(150%)에 근접했다. 결국 한화손해보험이 지분 98%대까지 끌어올려 사실상 완전자회사화했고, 업계에서는 흡수합병 시나리오를 기정사실로 본다. ‘디지털 손보 1호’의 성적표가 오너 3세 리더십 검증의 거울이 된 셈이다.

 

한화그룹 차원의 승계·지배구조 재편도 속도를 냈다. 2025년 3월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3세 체제의 골격이 사실상 완성됐다. 경영권 안정성 측면에서는 ‘불확실성 해소’로 읽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지분 설계와 사업 성과의 괴리가 커질 경우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오히려 할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화생명, ‘국내 2위권 생보’의 무게 뒤에 숨은 불편한 사실 5가지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사진=네이버 프로필 캡처]한화생명은 ‘국내 2위권’ 생보사라는 외형과 악화되는 질적 지표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K-ICS 하락으로 자본 여력에 경고등이 켜졌고, 투자손익의 흔들림은 시장 변동성에 대한 완충 능력 부족을 드러낸다. 내부통제·영업문화의 개선은 이제 ‘약속’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오너 3세 체제의 진정한 검증은, 디지털 혁신의 성패와 지배구조 투명성이 실제 숫자로 증명될 때 비로소 끝난다. ‘국내 2위권’의 무게는 결국 한화생명이 스스로 증명해야 할 숙제다.


eric978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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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11 11: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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