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약, 신약 R&D(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많은 약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우리 인체는 풀지 못한 비밀이 너무 많다. 이제 남은 너희들이 더욱 R&D에 매진해 그 비밀들을 풀어 나가라. 더 좋은 약, 신약을 만들 거라. 그것이 너희들의 숙제이자,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한미그룹(회장 송영숙)이 지난달 추진한 OCI그룹(회장 이우현)과의 통합 결정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한미그룹은 1일 OCI그룹과 통합 결정에 있어 크게 작용했던 계기를 설명했다. 그룹 측은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한미의 확고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이번 통합"이라고 전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두 아들이 이번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데 대해 “가슴 아픈 일이지만 100년 기업 한미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최근 사내 임원들과의 대화에서 언급했다.
송 회장은 "임성기 창업회장이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씀에 담긴 '한미의 비전'을 영원히 지켜내는 것이 소명"이라며 "가족 간의 이견이 발생했지만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며, 통합을 반대하는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OCI그룹과의 통합안은 “상속세 재원 마련과 창업주의 유산인 ‘한미 DNA’를 지키며 R&D 중심 제약기업으로 단단히 서는 최선의 방안으로 판단된다”는 송영숙 회장의 결단으로 급진전됐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 회장의 결단에 만장일치로 찬성하며 힘을 실었다.
지난 2020년 8월 임성기 한미그룹 창업회장 별세 후 부과된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는 송영숙 회장 가족의 고뇌를 깊게 했다. 상속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지난해 10월, 3만원 이하로 하락한 시기에는 ‘선대 회장이 한평생 일군 한미그룹을 통째로 매각하는 상황까지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절박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최근까지 여러 해외 사모펀드들은 송 회장에게 현 주가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경영권 매각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송 회장은 50년간 일궈온 한미의 일방적 매각 방식은 단호히 거부했다.
임성기 회장이 손주들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기사 첫부분 인용)는, 한미그룹의 중심에 ‘신약개발’과 ‘R&D’가 단단히 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1개 프로젝트마다 10년 이상씩 소요되는 혁신신약 개발이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하며, 특정 개인의 즉흥적 경영 스타일에 한미의 R&D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분유나 식품, 진단 사업 등이 아닌,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을 관통하는 ‘혁신신약 개발’만이 한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