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및 그린뉴딜 기조에 따라 국내 산업이 다변화하고 있다. 케이블 제조기업 LS전선과 전기장비 제조기업 LS ELECTRIC(010120)이 각각 해상풍력, ESS(차세대전력망) 사업에 뛰어들면서 지주회사인 LS(006260)에도 관심이 쏠린다. LS의 주 수입원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으로 전해지는데, 2분기 기준 LS전선(46.69%)과 LS ELECTRIC(24.29%)이 LS 매출 비중의 70%를 담당했다.
◆탄소중립 시대 도래…풍력에너지 연평균 설치량 81GW 추정
지난 11월 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된 골자는 2050년까지 미국 내 온실가스 100% 감축, 온실가스 감축에 소홀한 국가 및 기업에 탄소세 부과, 고탄소 배출 시 국가 금융보조금 지원 중단 등이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발 신기후 체제 중 핵심은 탄소세”라며 “지난 9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기업이 화석연료 사용을 포기할 정도로 과하게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금융시스템과 기후위기관리’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제출한 INDC(자발적 감축목표)를 토대로 탄소 감축량의 20%는 태양광, 10%는 풍력을 이용할 전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풍력 10%를 이용해 탄소를 감축한다면 연평균 풍력에너지 관련 설치량은 81GW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LS전선,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 과점…구리 가격 상승세도 긍정적
해저케이블은 풍력 최대 수혜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세계적으로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넥산스, 프리즈미언, LS전선, 스미토로 4곳으로, 국내 기업으로는 LS전선이 유일하다. 현재 LS그룹은 비상장기업 LS전선의 지분 89.2%를 보유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저케이블 산업 특성상 생산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규 업체가 진입할 수 없는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국내 풍력 개발은 육상풍력 대신 해상풍력 사업을 선제적으로 추진 중이기 때문에, 연평균 81GW로 추정되는 풍력시장의 해자를 LS전선이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지난 10월 기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수주잔량은 1조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그린뉴딜 및 해상풍력 확대 의지와 해외 수요 강세에 발맞춘 동해 2공장 준공으로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양 연구원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매출액은 지난해 13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2000억원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과점 시장인 해저케이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케이블과 달리 저가 수주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했다.
최근 들어 구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LS 및 LS전선은 구리와 금,은 팔라듐 등 희귀금속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에 비교적 민감한 수익구조를 갖는다. 원자재로 구리를 주로 사용하는 LS전선 입장에선, 현물 가격 상승이 곧 기업의 매출 증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년비 12% 상승한 평균 구리 가격으로 전선 사업이 호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납품 단가를 인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동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선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수주와 매출 물량이 많아지는 전선업계 특성상 올해 연말까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LS ELECTRIC, ESS 신기술 개발했다…실적 기저효과 전망
9월 7일 13주 신고가(7만1500원)를 기록한 이후 LS 주가의 하락세 원인으로 LS ELECTRIC이 꼽힌다. LS 매출의 약 25%를 담당하는 LS ELECTRIC의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시장기대치)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현재 LS그룹은 상장기업 LS ELECTRIC의 지분 46%를 보유 중이다.
3분기 영업이익 218억원(YoY -59.0%), 당기순이익 188억원(YoY -50.4%)를 기록한 LS ELECTRIC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8년 ESS(차세대전력망) 화재 위험이 불거진 이후 국내 ESS 신규 수주가 급감한 바 있으나, 올해 9월 LS ELECTRIC이 ESS 화재 차단 기술을 개발해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LS ELECTRIC은 배터리 셀(Cell) 단위까지 실시간으로 온도를 측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 과열될 경우 ESS 가동을 중단시키는 BTS(Battery Temperature Sensing)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ESS 배터리 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통신 방식과 온도 외 대량의 배터리 정보를 통합 운용했기 때문에 세부적인 온도 정보만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기술 개발과 더불어 내년 초부터 △ESS 지원책 연장 가능성 △RE100(재생에너지100%) 시행으로 인한 산업용 ESS 수요, △송배전 투자 회피를 위한 한국전력의 주파수조정용 ESS 수요 등이 ESS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수적인 한전 및 대기업 투자, 공기업 대상 입찰 제한, 손상차손 등 악재가 겹쳤던 한해였다”며 “내년은 입찰 제한 해제, 손상차손 규모 축소 등 악재 해소에 더해 대기업 및 한전의 구조적인 설비 투자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SS 부진을 가정하더라도 LS ELECTRIC의 내년 영업이익은 전년비 38.3% 상승한 1951억원일 것이라고 문 연구원은 추정했다.
◆LS그룹 3분기실적·주가추이·현금성자산·PER
LS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비 각각 3.26%(811억원), 25.94%(255억원) 증가한 2조5698억원, 1238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122.66%(341억원) 폭등한 619억원을 기록했는데,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LS LECTRIC을 제외한 계열사들의 호실적이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LS 주가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7만1500원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주가 조정 시기 및 LS ELECTRIC 실적에 부정적 전망이 제기되면서 하락과 횡보를 거듭했다. 이날 오전 9시 56분 현재 LS의 주가는 전일비 1.15%(700원) 하락한 6만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향후 LS 주가가 강세장에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주가 평균치를 이어놓은 이동평균선(이평선) 중 중기이평선(20일)이 장기이평선(60·120일)을 뚫고 올라가는 ‘골든크로스’ 현상이 최근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골든크로스는 주가를 기술적으로 분석해 예측하는 지표의 하나로 강세장으로 전환함을 나타내는 신호로 알려진다.
주가추이뿐만 아니라 재무제표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현재 LS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조3553억원으로 이날 오전 10시 19분 기준 시가총액 1조9481억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지주회사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추정PER이 16.94배, 3분기 기준 PBR이 0.52배라는 점 등에서 아직 투자 열기가 과열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현금배당금은 전년비 5.45%(79원) 증가한 1529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LS그룹의 계열사들이 세계적 친환경 기조에 맞춰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실적과 더불어 ESG(비재무적요소) 측면에서도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