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바이오 열풍’이 불면서 국내 주식 부자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주식부자 순위 3,4위를 차지한 반면 제조업 등 전통산업 주식 부자들의 순위는 밀려났다.
18일 금융정보서비스 인포맥스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증시를 주도한 바이오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셀트리온(068270)의 서정진 회장은 14일 기준 주식 가치가 5조6194억원으로 96.60%(2조7611억원) 불어나 국내 주식 부호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7위(2조8582억원)에서 4계단 오른 것이다. 서 회장이 35.49%를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주가는 바이오 열풍과 대폭적인 실적개선에 작년 말 5만3000원에서 현재 10만42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앞서 이달 초 별세한 임성기 한미약품(129040) 그룹 회장도 주식 평가액이 1조4천321억원으로 65.06%(5천645억원) 증가한 결과 순위가 25위에서 16위로 9계단 점프했다.
또 'K방역'의 핵심 종목으로 부각된 진단키트 업체 씨젠(096530) 천종윤 대표의 경우 작년 말 1천457억원이던 주식 가치가 현재 1조526억원으로 622.35%의 폭발적인 성장률로 주식 부호 순위 24위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관련주 바람을 타고 급등한 김범수 카카오(035720) 이사회 의장의 주식 가치도 4조5325억원으로 10위에서 4위로 6단계나 점프했다. 그가 14.51%를 가진 카카오 주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네이버와 함께 대표적인 비대면 종목으로 각광받아 약 2.36배로 뛰어오른 결과다. 현재 김 의장은 카카오 주식 1250만여 주를 갖고 있고, 이 종목의 주가는 지난해 말 주당 15만3500원에서 14일 36만2500원으로 136% 급등했다. 이에 앞서 김 의장은 지난 5월에는 글로벌 5위 자동차 제조회사인 현대차(005380)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부자를 제쳤다. 최근 현대차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정 회장 부자의 보유주식은 6조8059억원으로 여전히 김 의장에게 뒤지고 있다.
또 김 의장과 삼성 SDS(018260) 입사동기로 출발해 한 때 네이버와 한게임을 합병한 NHN(181710)을 김 의장과 함께 창립, 공동 경영한 적 있는 이해진 네이버(035420)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네이버 지분 가치가 1조8696억원으로 63.54%(7264억원) 증가증가함에 따라 순위도 20위에서 13위로 7계단 올랐다.
게임업체 오너들의 주식도 크게 늘었다. 넷마블(251270)의 방준혁 이사회 의장의 주식 재산은 3조161억원(9위)으로 57.47%(1조1007억원) 불어나 순위도 2계단 상승한 9위다. 김택진 엔씨소프트(036570) 대표의 주식 평가액도 2조2916억원으로 61.18%(8699억원) 늘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업체 더블유게임즈(192080)의 김가람 대표도 지분 평가액이 1조1천366억원으로 54.06%(3천989억원) 늘어 전체 순위 20위에 진입했다.
한편, 바이오·비대면 종목 대주주들에 비해 과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전통산업의 대주주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090430) 회장은 주식 재산이 약 4조 원으로 21.2%(1조1000억 원) 감소했다. 순위도 3위에서 6위로 3계단 미끄러졌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을 해제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화장품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지면서 회사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바이오팜(326030)의 상장 ‘대박’에도 웃지 못했다. 주식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SK(034730) 주가의 부진으로 지분 가치가 3조 원대로 10.5% 감소했다. 순위는 3계단 내려간 8위를 차지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4위→5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6위→7위),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8위→10위)도 각각 순위가 하락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조선업(현대중공업지주 267250)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가운데 주식 가치가 1조1천10억원으로 22.49%(3천194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배터리 업종 대장주인 LG화학(051910)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지주사인 LG(003550) 보유 지분 가치가 2조3천676억원으로 16.53%(3천359억원) 늘어나는 호조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