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소신있는 의결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적극적 의결권을 장기 투자전략 측면에서 검토중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강성부 펀드발 주주행동주의 바람도 운용사들의 소신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수립하고 있다. 올해는 각 운용사의 투자철학에 따라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안건에는 반대 의결권 행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선 올해 주총은 작년과 다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대형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의결권 행사는 작년보다 공격적으로 방향이 잡혔다"며 "작년까진 의결권 행사에 관심 적었다면 올해는 행동주의 펀드 등장과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로 관심 자체가 늘었다"고 말했다.
운용사들은 기업가치 향상에 초점을 두고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선 CIO는 "전에는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단기 시세차익 전략으로만 바라봤는데, 의결권 활용이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장기적 자본이득을 올리는 방안 중 하나로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자산운용사들은 의결권 행사 때 기업 측 입장에서 찬성의견을 내왔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136개사)의 반대율은 5%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반대율은 4.6%로 전년(2.8%)대비 소폭 올랐다. 작년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강조한 스튜어드십코드가 후 처음 적용된 해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은 "지난해 의결권 반대율 1.8p% 상승은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한 일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일부 상장기업(KB금융)의 주주제안에 반대가 집중된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올해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 적용에 나서며 운용사들도 적극적 의결권 행사 부담이 줄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해 정관변경을 내용으로 한 주주제안을 접수한데 이어 지난 7일 남양유업에 대해서도 배당정책 관련 주주제안을 하기로 하는 등 주주 가치 개선 움직임에 나섰다.
운용사들은 상장기업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자본시장법 제87조 1항에 따라서다.
운용사들은 은행, 증권계열사와 갈등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금융지주, 증권계열 운용사는 소신 있는 의결권 행사가 어려웠다. 주요 상장사들이 증권, 은행의 고객이기 때문에 계열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한 펀드매니저는 "적극적 의결권 행사로 증권, 은행 등 계열사와 갈등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을 두고 벌이는 논쟁은 소모적 분쟁이 아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