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고공행진을 이어온 엔씨소프트가 올 들어 주춤하다. 1분기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를 대표하는 게임인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가 부진한 데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대한 이용자 불매운동과 개발자 인건비 상승 등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에게 올 한해는 중요한 해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올 들어 불거진 악재들이 적지 않다. 1997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는 올해 임기가 3년 연장됐다.
◇김택진 대표는...
1967년 서울 출생(54).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석사. 1989년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과 '아래아한글' 공동 개발. 1989년 한메소프트 창립. 1996년 현대전자 야미넷(신비로) 개발팀장. 1997년 엔씨소프트 창립. 2011년 NC다이노스 창단. 2021년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IT 업계 최고 대우’…주력게임은 부진
엔씨소프트의 올해 1분기 인건비는 2325억원으로 역대 최고다. 최근 개발자 1300만원, 비개발자 1000만원의 연봉 인상안을 확정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따른 특별 보너스로 지난 3월 모든 직원에 8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엔씨소프트 직원의 평균연봉은 약 1억550만원이다.
이런 이유로 직장평가 사이트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엔씨소프트 리뷰를 살펴보면 "복지와 연봉이 타사 대비 월등하다", "건물과 시설이 고급스럽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그렇지만 "과도한 업무량으로 워라밸을 즐기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개발자 출신인 그는 지금도 현업에서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한다. 직함 역시 ‘대표 겸 최고창의력책임자(CCO·Chief Creative Officer)다. 연봉 인상은 ‘IT업계 최고 대우’를 실현해 최고 수준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연봉 184억원을 받았다. 게임업계 ‘연봉킹’이다.
실적은 예상보다 나빴다. 엔씨소프트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125억원, 영업이익 5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각각 30%와 77% 감소했다.
주력인 모바일 게임 성적이 부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리니지M과 리지니2M 매출은 1분기 324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5531억원에 비해 41% 급감했다.
리니지M은 출시 5년차를 맞은 만큼 자연스러운 매출 감소로 볼 여지가 있다. 게임업계에선 리니지 이용자들이 최근 확률형 아이템 등 회사의 정책 등에 반발하면서 리니지M 서비스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한 점도 이유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장욱 엔씨소프트 IR실장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불매운동의 (실적) 영향은 못 찾겠다”고 했다.
김 대표의 아내인 윤송이씨는 엔씨소프트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이자 NC문화재단 이사장인데 현재 엔씨웨스트(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도 맡고 있다. 과거 SBS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배우 이나영의 실제 모델이었던 윤송이 CEO는 SK텔레콤 최연소 상무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가 이끈 엔씨소프트 북미법인은 적자를 이어오다 12분기 만인 이번 1분기 흑자 전환했다.
◆아이템 확률 공개방침…논란 해소될까?
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게임의 모든 유료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기로 한 점이 주목된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특정 캐릭터나 무기 등을 정가에 판매하는 대신 ‘뽑기’ 형식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용자가 어떤 아이템을 획득할 지 구입 전까지 알 수 없는 상품이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게임업체 매출의 상당부분이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이 문제는 회사에 중요하다.
엔씨소프트의 움직임은 이용자 불매운동까지 야기한 이번 논란을 빠르게 수습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은 공정한 장치’라던 입장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확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에 대해 “내부 검증을 통해 투명하게 운영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궁극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조치로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논란이 완전히 종식될 지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특수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에 어떻게 대비할 지도 과제다. 중국 게임업체들의 공세가 강력하지만 국내 게임업계에선 신작 출시가 많지 않은 편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트릭스터M’을 출시한 데 이어 대작 ‘블레이드앤소울2’ 등을 선보인다.
◆핵심 멤버 ‘윤재수 CFO’ 퇴사... 6개월째 공백
윤재수 엔씨소프트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지난 1월 엔씨소프트를 떠났다. 그는 엔씨맨의 대표적인 인물로 재무 관리 선봉장으로서 회사 내 부사장 중에서도 특히 핵심 인물이었다.
윤 전 부사장은 한메소프트와 대우전자 등을 거치며 2004년 엔씨소프트의 해외사업실장으로 입사해 17년간 회사 재무를 총괄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중국 텐센트와 ‘블레이드&소울’ 퍼블리싱 계약을 주도해 중국 진출을 성공시킨 뒤 2년 후 전략기획실장과 전무로 승진했으며 이듬해인 2014년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가 됐다. 업계 종사자의 말에 따르면 윤 부사장이 CFO를 맡은 후 전체적인 IR 제공 업무의 틀이 체계적으로 갖춰 나갔다고 전해진다. 현재 그의 공석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윤 CFO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나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택진이형' 대중적 인기
‘택진이형’이 애칭인 그는 리니지M·리니지2M 등 광고에 출연해 나와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다. 김 대표가 '택진이형'으로 불리는 것은 비즈니스 업계 CEO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야구팬들이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형'으로 부르는 게 부럽다"고 말했고,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도 최근 "나도 '해진이형이 쏜다' 뭐 이런 거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가 '택진이형'으로 불리는 것을 빗댄 말이다.
김택진 대표의 고교(서울 대일고) 동창이자 코스닥 기업 대표인 L모씨는 "고교 시절 1등은 아니었지만 학업이 우수했다. 승부 근성이 있었고 친구들사이에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 지분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11.97%. 2021년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이런 낮은 지분 때문에 2015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 사이였던 김정주 넥슨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 대표의 지난해 보수(연봉·상여금 포함)는 184억1400만원으로 국내 주요 기업인 가운데 퇴직금을 제외하고 가장 많았다. 연봉 21억1600만원, 성과 인센티브 등 상여금이 162억9800만원이다. 김 대표는 지난 2월에도 블레이드앤소울2 온라인 쇼케이스에 직접 나왔다. 김 대표는 “올해 더 큰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예지 기자의 미국주식]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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