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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현금 유동성 악화... 보유현금 1000억, 전년비 69.75%↓ - 지난해 순이익 1600억원, 전년비 41.70%↓ - 배당금은 여전히 4000억원대 해외 송금 - 경쟁사 신제품 인기... 고객 빼앗겨
  • 기사등록 2021-04-20 14: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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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미성 기자]

오비맥주의 현금 유동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비맥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이 회사의 보유 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57억원이다. 전년동기(3495억원) 대비 69.75% 급감했다. 


서울 시내의 한 할인점 매장에 진열된 오비맥주 '카스'. [사진=더밸류뉴스]

"그래도 현금 1000억원대 수준이면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오비맥주의 2020년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내역.  단위 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보유현금 1000억... 매달 빠져나가는 금액 850억


우선, 오비맥주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fixed cost)가 400억원 가량이다. 이는 지난해 이 회사의 고정비(판매비와 관리비에서 각종 상각비를 제외한 금액) 4860억원을 12개월로 나눈 값이다. 고정비는 급여, 차량유지비 등 글자 그대로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다. 


여기에다 이 회사는 맥주를 생산할 때마다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으로 월평균 450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회계상 이는 변동비(variable cost)이지만 오비맥주가 맥주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하므로 사실상 고정비나 다름없다. 


변동비와 고정비를 합치면 월평균 850억원 가량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보유현금 1000억원으로는 아슬아슬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유입이 매달 170억원 가량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살얼음판'이라는 분석이다. 


◆하청 근로자 해고→'불매 운동' 역풍


오비맥주의 보유 현금이 감소한 요인은 우선 실적 부진 때문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1조3529억원, 영업이익 2944억원, 당기순이익 15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각각 12.32%, 28.00%, 41.70% 감소했다. 


오비맥주의 실적 부진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오히려 맥주업계에 호재였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전반적인 가정에서의 맥주 소비량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맥주 판매량이 전년비 12% 증가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실적부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배하준 오비맥주 사장. [사진=오비맥주]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진로'와 '테라' 돌풍을 일으키면서 맥주 매출액이 11.4% 증가했다. 국내 맥주 시장은 정체 상태이고 기존 파이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오비맥주의 카스, 필굿, 스텔라를 마시던 일부 소비자들이 테라와 진로로 '갈아탔다'는 분석이다.


오비맥주 근로자 해고와 이로 인한 불매운동의 타격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오비맥주 경인직매장 노동자들이 노조를 가입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고 이로 인해 불매운동이 퍼졌다. 부당해고를 당한 18명의 직원들은 오비맥주 경인직매장에서 최장 25년 동안 지게차기사, 무원, 트럭운전사 등으로 일을 해온 하청노동자들이다.


오비맥주 직매장은 물류운송을 위탁받은 CJ대한통운이 재하청을 준 물류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다단계 하도급구조다. 정상적인 방식이라면 오비맥주가 CJ대한통운에게, CJ대한통운이 경인직매장 운영사에게 업무를 지시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노총측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자사의 물류시스템에 하청 노동자를 편입시켜 발주와 배송, 자재관리, 인사관리를 오비맥주 물류팀 직원처럼 하청노동자를 사용했다. 한국노총은 오비맥주 생산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오비맥주 경인직매장 하청 근로자들은 지난 2월 서울 오비맥주 본사(아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비맥주는 경인직매장 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에 대해 책임지고 고용승계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안은 올해 초 김주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문제 제기를 했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비맥주 경인직매장에서 파견법 위반 확인 시 감독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영(오른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22일 단식농성 중인 박종현(왼쪽 두번째) 한국노총 부천·김포지역지부 의장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김주영 의원]

◆순이익 2.7배 많은 4000억 해외 배당 


오비맥주는 이처럼 실적이 나빠졌는데도 지난해 배당금 4000억원을 주주사인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 이하 AB인베브)에 보냈다. 이 금액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1.35배, 당기순이익의 2.7배에 해당한다. AB인베브는 오비맥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2020년 배당 내역. 단위 1000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오비맥주는 2019년에는 AB인베브에 배당금 4400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오비맥주 실적이 나빠졌는데도 AB인베브가 배당금 4000억원을 받아간 것은 AB인베브의 재무 상태가 악화돼 있기 때문이다. AB인베브는 글로벌 맥주 1위 기업이지만 2016년 2위 기업 사브밀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124조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다 보니 오비맥주 실적 부진에도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간 것이다.  

 

◆출고가 인상 → '유흥업소 사장님'까지 불매운동


올해도 오비맥주 경영은 '빨간불'이다. 


지난 1월 오비맥주는 '카스'와 '카프리' 330㎖ 병맥주 제품과 페트병 제품의 출고가를 1.36% 인상했다. 각각 11.5원, 15원씩 올린 것이다. 오비맥주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세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지만 이는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점중앙회 사무총장이 지난 2월 서울 삼성동 오비맥주 본사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당장 유흥업소 사장과 운영자들이 서울 강남 오비맥주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비맥주가 출고가를 인상하자 이를 유흥업소에 판매하는 중간역할 도매업체도 자연스레 도매가를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한 도매업체의 경우 한 박스의 도매가를 1000원 인상한 곳도 있다. 인상한 330㎖ 주류들을 취급하는 유흥업소가 가격 인상분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맥주 경쟁사들은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은 상태"라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 더밸류뉴스는 오비맥주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kbg073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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