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1시 10분 기준, 140개 제약기업 중 118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해 성장 기대감으로 고평가 받아온 2차전지, 반도체, 제약산업 등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명목금리 영향권에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일각에선 경기 방어주를 중심으로 주가 조정세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기·전자, 제약·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조정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1시 10분 기준 140개 제약기업 가운데 84.29% 달하는 118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가장 큰 등락폭을 보인 업종은 ‘생명과학도구 및 서비스(-4.64%)’, ‘전기제품(-3.92%)’, ‘전자제품(-3.75%)’ 등으로, 제약업종은 2.02% 하락세를 기록 했다.
최근 명목금리로 분류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38%선까지 치솟으면서,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와 애플 등 대형 기술주의 주가가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22일(현지시각)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의 경우 2.46%(341.41) 폭락해 13533.05선에 다다르며 장을 마감했다.
일반적으로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미래 부채 부담이 커지는데, 이 경우 향후 회사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돼 주가 하방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실적 기반의 종목의 경우 상대적으로 미미한 영향에 그칠 수 있지만, 지난해 저금리 기조에 힘 입어 기대감으로 몸을 불려온 성장주들에게는 더욱 큰 압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제약업종의 경우 임상 실패 관련 악재가 시장 전반을 위축시켰다는 점도 지적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 신약개발 기업들의 부정적인 임상결과 공개도 제약바이오 섹터의 외면을 불러왔다”며 “오스코텍의 경우 SYK 저해제가 류마티스관절염 임상2a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고, 한올바이오파마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인 HL161도 부작용 발생으로 임상을 중단하면서 두 기업의 주가는 당일 20% 이상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부터 항암제 관련 주요 학회들이 개최되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히지만, 지난해 기대감으로 고공 성장한 제약업종이 최근 임상 실패로 투자 위축됨에 따라, 이번 글로벌 증시 조정세를 버티긴 힘들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경기 방어주를 ‘헷지’ 수단으로 사용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뉴욕증시에서 주가 수익률 최상위를 달리는 부문은 에너지·원자재, 재료·금융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1시 45분 기준 국내 은행업종은 0.97% 상승을 기록 중이며, 철강·석유·섬유 등의 에너지·원자재 부문 역시 주가 상승률 상위권에 안착한 상황이다.
4월 10일 개최하는 AACR(미국암학회)를 시작으로 ASCO(미국임상종양학회), EULAR(유럽류마티스학회) 등이 올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바이오 업종의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의 주가 조정세 최전방에 위치해 있는 만큼, 국채금리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