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이 애플 주식을 1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자 마자, 버핏은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자료를 통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애플 주식 981만 주, 10억 7,000만 달러(약 1조 2,499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주식시장은 1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가진 경우에 분기 단위로 보고하도록 한 데 따른 공시다. 따라서 버핏은 1분기 중 대부분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버핏은 IBM을 제외한 IT 기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투자의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핏이 애플을 투자한 가장 큰 이유는 애플의 주가 하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달 간 애플의 주가는 15% 이상 떨어지면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30%가 넘는 급락을 보였다. 애플의 주력제품인 아이폰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지난 2016회계연도 2분기(1∼3월) 애플의 매출액은 505억 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했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 애플은 미국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주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동시에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에 세계 최대 기업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런 애플의 위기로 인해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칼 아이칸을 비롯한 주식 투자자들은 애플의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버핏은 반대로 사람들이 주식을 팔 때 서둘러 애플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애플 주식은 이제 버핏의 입맛에 딱 맞는 주식이 됐다』면서 『시장 지배력이 여전한 데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졌다』고 분석했다.
매출이 줄었지만 애플은 여전히 한 분기에 100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이다. 우리 돈으로 12조원 가량의 현금을 3개월마다 들어온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애플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49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애플이 지난 3월 새로 내놓은 신제품 「아이폰SE」는 16GB 모델 기준 판매가 399달러로, 50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이다. 아이폰SE는 중국이나 인도 등과 같은 신흥 시장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차기작인 아이폰7에 대한 기대감도 요인이다. 아이폰7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다. LCD처럼 패널 뒤에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그만큼 OLED는 더 얇게 설계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구부려(flexible)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삼성전자는 OLED 패널을 채택하고 있다.
컬빈더 가르차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애플의 매출이 12% 늘어날 것”이라며 “주가가 현재보다 6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에 남다른 감각을 가진 버핏이 애플 주식을 매수했다는 소식에 애플 주가는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현재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3.99% 급등한 94.27달러를 기록중이다.
[Copyrigh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