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코스피 상장(IPO)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내 유일 국책 보증보험사 SGI서울보증(대표이사 유광열)의 '몸값'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식 시장 침체기에 전액 구주매출(기존 주주의 주식 매각) 방식으로 IPO가 진행된다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BR 0.5배 거론... "국내 유일 국책 보증보험사' 프리미엄 실종
7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은 지난 6월 19일 코스피 예비심사청구를 한국거래소에 신청했다.
최대주주 예금보험공사(94%) 지분의 약 10%(698만 2160주)를 코스피에 구주매출로 상장하는 방식이며 공동주간사는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이고 감사인은 안진회계법인이다. 통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된다면 SGI서울보증은 다음주께 심사승인을 받고 9월께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거쳐 10월말 코스피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SGI서울보증이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고 지배구조가 투명해 심사승인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SGI서울보증의 IPO는 2010년 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이라는 희소가치도 갖고 있다.
관건은 SGI서울보증의 기업가치(firm value)를 얼마로 산정하느냐이다. 흔히 '몸값'으로 불리는 SGI서울보증의 기업가치를 얼마로 산정하느냐는 최대주주 예금보험공사, 공모주 투자자, 주식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더밸류뉴스 취재 결과 SGI서울보증의 기업가치는 2조 5000억원~3조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SGI서울보증의 가치평가(valuaiton)를 해보면 PBR(주가순자산배수) 0.50~0.60배가 나온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자기자본(자본총계)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 수록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금융사의 가치평가 툴(tool)로 자주 사용된다. '국내 유일 국책 보증보험사'라는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SGI서울보증의 몸값이 자기자본의 절반에 불과하게 매겨지고 있는 셈이다. SGI서울보증의 연간 보증 규모는 323조원 가량으로 지난 2021년 국제보증보험협회(ICISA) 회원사 보험료 기준 세계 4위 종합보증회사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5조411억원, 당기순이익은 5685억원이다.
7일 현재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요 금융사의 PBR을 살펴보면 카카오페이(3.57배)가 가장 높고 삼성화재 0.80배, 삼성증권 0.52배, 삼성카드 0.40배, KB금융지주 0.36배, 코리안리 0.29배 순이다.
또 다른 가치평가 툴(tool)인 PER(주가수익비율)을 계산해보면 4.40~5.28배가 나온다. PE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PBR과 마찬가지로 낮을 수록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우량 기업이 상장할 경우 통상 PER 10~15배를 부여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SGI서울보증의 몸값이 낮은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PER에 사용되는 순이익은 SGI서울보증의 지난해 실적을 사용했다. SGI서울보증은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액) 2조6362억원. 영업이익 7342억원, 당기순이익 5685억원을 기록했다(K-IFRS 연결기준).
정리해보면 PER로 따져보건, PBR로 살펴보건 SGI서울보증의 예상 몸값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SGI 서울보증 관계자는 "이번 IPO로 SGI서울보증을 시장에 내보여 기업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받고자 하는 의미로 3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전액 구주매출 IPO... SGI서울보증에는 한 푼도 유입되지 않아
업계에서는 SGI서울보증의 몸값이 이처럼 낮게 논의되는 이유로 SGI서울보증이 주식시장 침체기에 구주매출 방식으로 상장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으로 보고 있다.
SGI서울보증은 전액 구주매출(secondary offering)로 진행된다. 구주매출이란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한 주식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이며, IPO 과정에서 유입되는 자금은 전액 기존주주(예금보험공사)에 귀속된다. 신주발행(primary offering)과 달리 SGI서울보증보험에는 단 한 푼도 유입되지 않는다.
SGI서울보증의 예비심사청구개요에 따르면 상장 예정 주식수는 6982만 1598주로 현재 발행 주식수와 같고, 공모예정주식수는 상장 예정 주식수의 10%인 698만 2160주다. 신주 모집 없이 전액 구주 매출로 IPO가 진행된다는 의미다. 예금보험공사는 구주매출을 통해 2000억~3000억원을 확보하고 나머지 지분은 경영권 매각 등을 통해 회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GI서울보증의 실적이 최근 수년동안 정체 상태여서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는 점도 몸값이 낮게 매겨지는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SGI서울보증의 최근 5년 매출액은 2조5000억원 안팎을 오르내고 있다. 국내 보증보험 시장이 정체돼 있다보니 SGI서울보증의 실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배당 강점 내세울 듯... "신주발행 포함해 몸값 높여야" 지적도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높은 고배당을 강점으로 내세워 공모 흥행몰이를 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배당액은 주당 4000원, 배당 성향 50%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고배당주로 알려진 국내 5대 금융지주조차 배당성향이 30%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배당에 초점을 맞출 경우 주식시장 참여자들에에 SGI서울보증은 '안정적인 가치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SGI서울보증은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보험사 자본건전성 지표로 도입한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도 최상위권이다. 이 비율이 100% 미만이 되면 보험금을 바로 지불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서울보증의 킥스 비율은 413%로, 1등 손보사인 삼성화재(275%)를 큰 폭으로 앞선다. SGI서울보증은 S&P, 피치(Fitch) 등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A+, A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SGI서울보증은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파산 직전에 놓였던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해 탄생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는 SGI서울보증에 약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정부는 1999~2001년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서울보증에 총 10조 2500억 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는데 지금까지 4조6136억원만 회수했다. 나머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93.85%에 달하는 예보 지분을 ‘코스피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10% 이상)→상장 후 추가 지분 매각(최대 33.85%)→경영권 지분 매각(50%+1주)’ 순으로 단계를 밟아 매각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GI서울보증의 IPO 방식을 구주매출과 신주발행으로 혼합하고 여기에서 SGI서울보증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이 회사의 성장에 투자하는 구조로 짠다면 공모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SGI 서울보증 관계자는 "이번 전액구주매출은 지난해 7월 공적자금위원회에서 발표한 '서울보증보험 지분 매각 추진 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예보가 보유한 지분의 10% 가량을 IPO를 통해 매각하는 것이 계획이기에 전액구주매출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