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증권사이자 한국 주식시장의 숱한 부침에도 여전히 건재한 코스피 상장사.
교보증권(대표이사 박봉권 이석기)은 올해로 업력(業歷) 73년을 쓰고 있는 한국 증권업계의 맏형격이다. 1949년 대한증권으로 설립돼 1956년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설립을 주도하는 등 한국 자본시장과 성장을 함께 해왔다.
교보증권이 ECM(증권캐피탈마켓) 강화와 마이데이터로 대표되는 신사업 추진을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면서 향후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부진에도 유상증자·IPO 등 ECM 부문↑
교보증권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조7402억원, 영업이익 560억원, 순이익 4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21.8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1.8%, 53.04% 급감했다. 수익성 악화는 경기 침체로 인한 증시 부진과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문별로 살펴보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곳이 눈에 띈다.
교보증권의 올해 상반기 IB부문 영업이익은 721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16% 증가했다. 교보증권은 IB 부문의 하나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높은 편으로 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렇지만 이번에 IB부문에서 양호한 수익성을 기록하면서 이러한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문은 IPO(기업공개), 유상증자로 대표되는 ECM이다.
교보증권은 지난해부터 ECM본부를 강화한 것이 성과로 반영되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초 IB사업부를 2부문 5본부에서 1부문 4본부 체제로 개편했으며 NH투자증권 출신 오세민 상무를 ECM본부장으로 새로 영입했다.
이 결과 교보증권은 지난해 코스닥 기업 로보로보 유상증자를 주관했고, 올해에는 조선기자재 코스피 기업 HDS엔진 900억 유상증자를 주관하며 유상증자 부문에서 깜짝 기록을 세웠다. IPO부문에서는 6월 방위산업용 2차전지 전문업체 탈로스와 IPO 주관사를 계약하고,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사 밸로프와 교보스팩9호 합병상장 주관사에 수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오세민 ECM본부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올해 10월까지 이미 15건의 IPO계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ECM본부의 서비스를 프리IPO 기업부터 상장사,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및 PEF 영역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보증권은 "향후 IB사업의 핵심 중 하나로 미래가치 실현을 위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며 "산업구조고도화 사업 내에 신재생에너지 시설 유치나 사회책임투자 부문 자금조달 등으로 발전시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사업 적극 나서...마이데이터 앱 '끌' 선보여
교보증권은 디지털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26일 마이데이터 앱 '끌(KKL)'을 출시했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26일 마이데이터 앱 ‘끌(KKL)’을 출시했다. 교보증권의 기존 MTS인 Win.K(윈케이) 대신 별도 앱을 출시한 것이다. '끌'은 △자산관리 △1대 1 수익률 대결 매치 △투자 커뮤니티 ‘그라운드’ 등 3개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또 은행, 증권, 통신 등 금융 자산부터 MZ세대의 투자 트렌드에 맞춰 부동산, 자동차, 가상화폐, 미술품 등 비금융 자산까지 관리해준다. 소비·지출 관리 및 소비패턴을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투자정보도 제공한다. 교보증권은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를 위해 디지털신사업본부를 신설하고 IT전문인력도 대거 충원한 바 있다.
교보증권은 벤처캐피탈(VC) 사업부를 앞세워 전망 있는 스타트업 투자를 지속하는 등 디지털 산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11월 교보생명과 2000억언 규모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교보신기술투자조합1호'를 출범시켰다. 또 올해 5월 동남아시아 지역 디지털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자 '동남아시아 디지털혁신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교보증권은 향후 벤처캐피탈(VC) 사업부를 중심으로 유망한 스타트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교보신기술투자조합2호’를 결성할 계획이다.
◆단기채 앞세워 공모채 수요예측 흥행 이끌어
교보증권은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교보증권이 296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증권사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커지던 상황에서 짧은 만기 설정이 유효하게 적용하며 공모채 발행이 흥행했다.
교보증권은 2960억원 규모의 공모채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로 각각 1년물 2630억원, 1년6개월물 330억원 규모로 연이자율은 각각 6.660%, 6.983%다. 교보증권은 1년물 1200억원, 1.5년물 300억원을 목표 금액으로 제시했으나 수요예측에서 1년물 3330억원, 1년6개월물 330억원의 수요가 이뤄지면서 현재 금액으로 결정됐다. 15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3660억원의 주문을 받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얼어붙은 회사채 투자심리를 고려하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단기물 선호 현상이 이뤄지며 투자자들이 교보증권 공모채의 짧은 만기 설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셈이다. 만기가 5년, 10년 이상인 장기물은 변동성이 높아 현재같이 불안정한 채권 시장에서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을 시작으로 기업들은 만기 구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달 금리 상단을 높게 잡은 것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교보증권은 민간 채권평가사가 집계한 평균보다 1년물은 최대 110bp, 1년6개월물은 최대 130bp를 가산한 금리를 희망금리로 제시했다. 이외에도 신용등급이 'AA-'인 교보증권이 위탁매매와 투자은행(IB) 부문 확장하고 있다는 점, 1%를 상회하는 총자산순이익률(ROA)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자기자본이 6월 말 기준 1조457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08억원이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과 자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신용도를 뒷받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교보증권은 올해 향후 채권 발행 계획에 대해 “채권을 발행한지 얼마안돼 향후 채권 발행에 대한 추가적인 계획은 없다”며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봉권, 이석기 '투톱' 시너지↑
교보증권은 박봉권 이석기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봉권 대표가 2020년 3월 취임해 IB와 WM(자산관리) 부문을 맡고 있다가 이석기 대표가 지난해 3월 취임해 교보증권 최초로 각자 대표 체제가 됐다. 이석기 대표는 경영지원총괄, S&T(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을 맡고 있다. IB에 강점을 갖고 있는 박 대표와 세일즈에 일가견이 있는 이 대표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봉권 대표는 교보생명에서 10여년을 주식·채권운용 부문을 담당했으며, 피데스자산운용 채권운용팀 이사, 국민연금공단 채권·위탁·증권운용 실장, 교보생명 CIO(자산운용총괄) 등을 역임했다. 부산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석기 대표는 1993년 교보생명에 몸을 담은 ‘교보맨’이다. 교보생명에서 재무실장, 경영기획실장, 투자사업본부장, 경영지원실장 등을 맡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