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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경영진 교체하고 공장 증설 나서고...무슨 일 벌어지고 있나

- 이호진 전 회장 '자유의 몸' 되면서 경영진 교체, 공장 증설

  • 기사등록 2022-09-27 14: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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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상혁 기자]

'은둔의 황제주' 태광산업(대표이사 조진환 정철현)이 경영진 교체, 공장 증설을 비롯한 혁신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보수 경영의 대명사로 알려져온 태광산업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지난해 10월 출소한 것을 계기로 그룹 전반에 변화가 시작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 아라미드 공장 증설... 2025년까지 3500톤↑ 


태광산업은 지난 5월 서울 장충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울산 화성공장 아라미드 증설 안건을 승인했다. 총 145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연산 3500톤을 증설해 총 5000톤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태광산업은 2014년 연산 1000톤 규모의 아라미드 상업화 설비를 구축해 2015년 상업생산을 개시했다. 지난해 500톤을 증설한 데 이어 이번에 3500톤의 대규모 증설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태광산업이 '에이스파라(ACEPARA)'라는 브랜드로 생산하고 있는 아라미드 섬유는 중량은 강철의 20%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 이상이고 내열성이 우수해 '슈퍼 섬유'로 불린다. 방위산업(방호·방탄) 뿐 아니라 소방·안전, 산업용 보강재(광케이블, 고무호스·벨트, 타이어코드 등), 우주산업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태광산업의 울산 아라미드 공장 전경. [사진=태광산업] 

◆조진환 정철현 각자대표 체제 전환... 티엘케미칼 설립


앞서 태광산업은 경영진도 교체했다. 태광산업은 3월 주주총회를 열고 조진환(64) 섬유사업본부 대표이사, 정철현(58) 석유화학사업본부 대표이사를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조진환 정철현 각자대표는 태광산업의 양대 사업부문인 섬유와 석유화학을 담당한다. 정철현 대표는 대한화섬 대표이사도 겸임한다. 두 대표이사는 태광산업의 주요 보직을 두루 맡은 '태광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철현(왼쪽), 조진환 태광산업 각자대표. [사진=태광산업]

조진환 대표는 1982년 태광산업에 입사해 석유화학 2·3공장장, 울산본부 설비관리실장(석유·화섬 총괄), 티엘케미칼 대표이사, 대림산업 나일론 공장증설 고문 등을 역임했다. 화학플랜트 설비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했다. 정철현 대표는 1989년 대한화섬에 입사해 대한화섬 공장장·대표이사, 리신화섬 부총경리, 알켄즈 전무 등을 역임했다. 부산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전임 정찬식 박재용 각자대표는 각각 LG화학, 효성 근무 경력을 가진 외부 영입 인사였고 취임 10개월만에 교체됐다. 


태광그룹은 지난해에는 LG화학과의 합작법인 ‘티엘케미칼’을 설립했다.  티엘케미칼은 LG화학과 협업해 AN(아크릴로니트릴)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광산업이 중국에 86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태광산업의 관계자는 “중국 현지 공장 설립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검토 중인 상황으로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계획은 아직 뚜렷하게 나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호진 전 회장 복귀 앞두고 '정중동'


이같은 움직임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복귀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징역 3년형을 마치고 만기출소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과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었다. 태광산업은 태광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이고, 이호진 전 회장은 태광산업 최대주주(29.48%)이다. 올해 초 태광산업 경영진 교체와 더불어 흥국생명, 흥국화재 등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진도 대거 교체됐다. 전 한국일보 기자로 2007년 태광그룹에 입사해 15년 근무한 L모씨도 그만뒀다. 


오너 복귀를 앞두고 그룹 전반에 변화 움직임이 있다는 분석이다.   


태광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 능력을 발휘해 태광그룹을 퀀텀점프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04년 부친 이임용(1921~1996) 창업주, 외숙부 이기화(1934~2019) 회장에 이어 3대 회장에 취임해 태광그룹 재계 순위를 50위에서 36위로 끌어 올렸다. 2018년 티브로드를 직접 일궈 케이블TV 2위로 키웠다. 2000년대 초반 한국도서보급을 인수한 것은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2011년 법정구속 이후 태광그룹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다. 올해 공정거래위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순위는 48위로 2014년 순위와 똑같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태광그룹]

◆풍부한 현금성자산, 무차입 경영으로 재무구조 우량


태광산업은 풍부한 현금성자산을 갖고 있고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어 투자 여력이 풍부하다. 주식 시장에서는 가치주로 꼽히고 있다. 그렇지만 대형주이면서도 최근 3년동안 단 한 건의 증권사 보고서도 나오지 않아 기업 IR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태광산업의 현금성자산은 4773억원으로 시가총액의 50%를 상회한다. 부채비율은 23.15%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단기차입금은 763억원으로 현재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만 상환한다고 해도 4000억원이 남는다(K-IFRS 연결기준).


태광산업은 배당도 꾸준하다. 올해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28년 연속으로 결산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2020년 13억원, 지난해 14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태광산업은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와 이익의 주주환원을 균형 있게 고려해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기준 태광산업 PER(주가수익비율)은 5.94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2배다. 기업의 순자산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BPS(주당순자산)는 462만6787원에 달한다. 태광산업의 주가는 한때 130만원을 상회하며 ‘황제주’로 불리기도 했다.


태광그룹의 현금성 자산 추이. [자료=태광그룹]

태광산업의 사업 부문은 PTA(고순도테레프탈산), AN(아크릴로니트릴)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부문(69%), 원사 및 직물 등을 생산하는 섬유부문(30%)의 두 가지로 나뉜다.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액 7072억원, 영업손실 79억원, 당기순이익 131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14.10% 증가했으나 영업손익은 적자전환 했고 당기순이익은 88.87% 감소했다. PX(파라자일렌), 프로판, 암모니아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상승, 중국 중심의 AN 증설로 주요 품목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태광산업의 유통채널. [이미지=태광산업]

올해 3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고금리 등 글로벌 경기침체 요인에 따른 소비침체로 주요 품목 수요가 감소될 전망이다. 다만 원재료 물류비용의 점진적 하락으로 NaCN(사이안화나트륨), 과산화수소 수익성이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orca@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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