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편을 통해, 'ESG가 무엇인지', '기업들이 ESG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ESG 정보 공시는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ESG 이면에 잠재한 리스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 리스크는 바로 최신 트렌드인 ESG라는 지표가 불완전하고, 국내 ESG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는 것이다.
성호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ESG의 신용평가 반영에 대한 전망과 한계점'에 대해 "ESG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ESG의 시계가 매우 빨리 움직이고 있다"라며 "금융시장 전반에서, 더 나아가 일반기업들의 의사결정에서도 ESG가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ESG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해서 ESG가 ‘완전한’ 기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나온다. 이에 대해 성 연구위원은 “ESG 관련 자료의 일관성 또는 표준화에 대한 문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Moody’s)가 ESG를 주요 평가요소로 고려하는 데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E(환경)와 S(사회) 관련 이슈가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이고 불특정한 기간에 걸쳐 발생하고 정책의 변동이나 경제적 성과의 영향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린워싱 기업은 ‘ESG라는 평가지표가 측정하기 어려운 지표라는 점’을 악용한다. 그린워싱이란 기업들이 실질적인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2015년 9월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 배기가스를 조작한 것이 그린워싱의 한 예이다. 센서감지 결과를 바탕으로 주행시험으로 판단이 될 때만 저감장치를 작동시켜 환경기준을 충족하도록 엔진 제어 장치를 프로그래밍한 것이다. 이후 조사결과 디젤 배기가스는 기준치의 40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세계적인 ESG에 대한 인식 수준과 달리, 국내 ESG 시장의 현황은 세계적 반열에 오르기엔 가야할 길이 요원한 것도 또 다른 리스크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박혜진 연구위원이 작성한 ‘국내 ESG 펀드의 현황 및 특징 분석’에 따르면, 국내 ESG 액티브펀드들의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투자전략에 ESG 요인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ESG 투자 원칙에 따라 종목을 선별하는지,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의 ESG 준수 현황은 어떠한지, 투자대상의 ESG 수준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 방법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설명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현재 투자설명서에 공개되는 정보만으로는 투자자들 스스로 펀드의 ESG 수준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해외 주요국 정부와 규제 기관은 ESG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투명성, 신뢰성 확보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표적으로 2018년 5월에 발표된 EU 집행위원회의 지속 가능금융에 대한 행동 계획(EU Action Plan on Sustainable Finance)에서는, 투자 목표에 ESG를 고려한다고 명시한 금융상품에 대해 공시 자료에 이러한 환경·사회적 기준이 어떻게 충족되고 있는지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박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 국내 ESG 펀드들의 ESG 수준은 평균적으로 일반 펀드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ESG ETF의 경우 벤치마크 구성 방식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ESG 수준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시장 포트폴리오 대비 ESG 수준이 확연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ESG 액티브펀드의 포트폴리오 ESG 점수 평균은 일반 주식형 펀드와 유의한 차이가 없으며, ESG 액티브펀드 간에도 포트폴리오 ESG 점수가 최대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