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에 8조원이 넘는 고배당을 요구하며 또다시 경영권 압박에 나섰다. 증권업계는 ‘기업 경쟁력이 훼손을 입을 수도 있다’는 사안이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엘리엇 등 해외 헤지펀드의 압박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지난해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 26일 공시를 통해 엘리엇이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8조3000억원에 이르는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3.%, 2.6%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우선주를 포함해 배당금 5조8000억원과 2조5000억원을 각각 요구했다. 이는 주당 2만1967원, 2만6399원 배당에 해당하는 액수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사측이 제시한 주당 배당금 4000원의 5~6배를 뛰어넘는다.
더군다나 엘리엇이 요구하는 배당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올린 당기순이익보다도 큰 규모다. 현대차가 지난해 올린 당기순이익은 1조6450억원으로, 엘리엇의 배당요구는 순이익의 353%에 달한다.
그간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자, 노골적 반대와 주주집결에 나섰다. 이후 8월에는 현대차 주식 640만주(3.0%), 기아차 주식 860만주(2.1%), 현대모비스 주식 250만주(2.6%)를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새 개편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같은 엘리엇의 움직임을 두고 증권업계 안팎에선 ‘과도한 요구’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8조원이 넘는 ‘고배당 요구’는 현대차의 기업 경쟁력까지 훼손시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최영철 동양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엘리엇이 요구하는 수준의 배당을 일시한다는 것은 쉽진 않을 것”이라며 “특히 회사의 근본적 경쟁력에 있어서 너무 과다 배당으로 보며, 이같은 일시적 배당은 회사의 경쟁력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엘리엇은 행동주의펀드로, 기업성장·주주환원 등을 큰 그림으로 보고 병행해야한다"며 "현대차의 중장기적 주주라면 기업 발전 감안해서, 기업 가치가 올라가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지금 엘리엇의 행동은 현대차의 '캐시 아웃'을 지향하는 형태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이미 현대차의 실적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2년 8조4369억원 이후 6년 연속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4222억원으로 전년보다 47.1% 하락했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을 밑돈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5%로 하락했다. 여기에 고배당까지 더해진다면, 현대차의 향후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사수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현대차의 영업상황 좋지 못하다보니 주가가 계속 부진하고,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나온다"며 "실적 개선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올랑 온 것은 지배구조 개편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며 “특히 이번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주총안건들은 주주총회 지분경쟁 속에서 높아진 주주가치를 인정 하고 주주 동의를 얻기 위한 ‘실적개선, 주주친화정책 확대, 공정한 지배구조 개편안 제시’를 목표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