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의 코스맥스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주요 주주로서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왔지만, 실제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해 의결권 행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코스맥스와 코스맥스BTI에 투자 중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코스맥스 주식 총 130만9295주(13.03%), 코스맥스BTI 주식 총 73만6596주(7.67%)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0년 11월 코스맥스(현 코스맥스BTI) 지분을 6.20% 보유하고 있다고 최초 공시한 이후 계속해서 지분을 늘려왔다. 지난 2014년 분할 재상장 후에는 신설법인인 코스맥스에 대한 지분율도 함께 늘리며 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 왔다.
코스맥스는 지난 2014년 3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사업회사인 코스맥스와 지주회사인 코스맥스BTI로 분할했다. 존속법인 코스맥스BTI 건강기능식품 코스맥스바이오 ODM(제조사 개발생산)을 주력으로, 신설법인 코스맥스는 화장품 ODM에 집중하는 구조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코스맥스·코스맥스BTI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코스맥스 6회, 코스맥스BTI 4회로 모두 10회의 임시·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코스맥스와 코스맥스BTI 주총 의안을 살펴보면 재무제표 승인이나 사내이사 및 감사의 선임과 보수한도액 승인에 관한 건이 대부분이다.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행사한 10회의 주총 중 대부분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고, 6회의 주총에서 모두 7건의 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 7건의 의안 중 단 한 건만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2016년 코스맥스 정기주총에서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로 정관변경에 반대했고, 이에 원안은 철회됐다. 반면 나머지 6건의 의안은 국민연금의 반대표에도 원안대로 통과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현재 국민연금이 코스맥스와 코스맥스BTI에 대해 7~13% 내외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오너일가 지분이 절반을 넘어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코스맥스BTI 최대주주는 이경수 회장(23.07%)이다. 부인 서성석 회장(20.61%), 장남 이병만 코스맥스BTI 부사장(2.77%), 차남 이병주 뉴트리바이오텍 부사장(2.77%), 송화재단(0.29%), 믹스앤매치(5.58%), 레시피(5.47%) 지분을 모두 합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은 60.56%에 이른다. 코스맥스의 경우 최대주주인 코스맥스BTI의 지분 25.81%를 포함해 특수관계인 지분은 26.02%다.
문제는 코스맥스그룹이 앞으로 2세 승계 이슈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경수 회장 두 아들의 개인 회사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그룹의 지주사인 코스맥스BTI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는 등 관련성이 적지 않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라 투자기업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