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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그룹, 범 금호가(家) '종가' 자리잡는다... 주력 '라텍스' 변수

- 올해 공정위 대기업집단에 금호가로는 유일 포함될 듯... 지난해 49위

  • 기사등록 2023-03-23 1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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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공현철 기자]

금호석유화학그룹(회장 박찬구)이 범(凡) 금호가의 대표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력 사업에 해당하는 석유화학산업 호황으로 매출액, 자산 등의 '사이즈'가 퀀텀점프하고 있는 데다 ESG경영으로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맥을 잇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유사하게 '금호그룹=금호석유화학그룹'이 연상된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집단 55위→49위 점프... 2016년 첫 대기업집단 '등판'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지난해 공정위 조사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49위를 기록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흔히 '재계 순위'로 불린다. 계열사는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등 13곳이었고 그룹 전체 매출액 7조2590억원, 순이익 2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금호석유화학그룹 순위는 전년(55위) 대비 6계단 점프한 것이다. 석유화학 업황이 초호황을 맞으면서 금호석유화학(대표이사 백종훈) 실적이 퀀텀점프한 덕분이다. 금호석유화학의 2021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8조4618억원, 영업이익 2조4068억원, 순이익 1조9656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75.93%, 224.27%, 237.15% 급증했다. 


금호석유화학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호석유화학그룹은 2016년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등판'했다(64위). 이후 54위(2017년)→55위(2018년)→55위(2019년)→59위(2020년)→55위(2021년)에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40위권(49위)에 진입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은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 26위를 끝으로 올해부터는 순위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에 해당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대표이사 조원태)에 매각 완료되면 '사이즈'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 아시아나항공 매출액은 6조8868억원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매출액의 70% 가량을 차지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에어포트 등도 자연스럽게 대한항공 계열사(혹은 손자회사)가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제외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금호건설, 금호티앤아이 등을 계열사로 갖게 되며, 그룹 전체 매출액은 3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그룹 매출액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재계 순위로 따지면 100위권 이내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명에서 '아시아나'도 빼야 한다.  


◆ESG경영으로 '브랜드가치·인지도'↑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12월  지속가능경영 역량을 인정받아 '2022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코리아 지수'(일명 DJSI지수)에 편입됐다. '2022 DJSI 코리아 지수'에는 국내 상위 205개 기업 중에서 ESG경영이 우수한 상위 50여개 기업만이 들어갔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부터 △이사회 내 ESG위원회의 설치 △ESG경영관리팀 신설 △ESG비전 선포 △탄소중립 성장안 발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를 비롯한 글로벌 이니셔티브 가입 등을 통해 ESG 부문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한국 ESG기준원에서도 B+에서 A로 등급이 상승했다. 과거 박찬구 회장의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 사임과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재편에 이어 최근 12월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등 지배구조 강화를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금호그룹의 맥을 잇는 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실적 개선으로 범 현대가의 맥을 잇는 기업으로 자리잡은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느냐"며 "비즈니스 세계에서 실적이 기업 평가 기준으로 매겨지는 것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 금호석유화학 사옥. [사진=금호석유화학]

◆올해 주력 라텍스 전망 엇갈려... PER 10배  


다음달 발표 에정인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에서 금호석유화학은 순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실적 부진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액 7조9756억원, 영업이익 1조1474억원, 당기순이익 1조282억원을 기록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비 각각 5.7%, 52.3%, 47.7% 감소했으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이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를 살펴보면 이랜드(47위), 태광(48위), 금호석유화학(49위), 장금상선(50위), 동원(51위) 등의 순이었다. 


금호석유화학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금호석유화학· IBK투자증권 등]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실적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생산품의 하나인 라텍스(NB Latex) 업황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특수가 끝나면서 라텍스 장갑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갖고 있고, 저평가 구간에 있다"며 목표주가 18만원의 매수(buy) 의견을 제시했다. 


금호석유화학 매출액 비중.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나 주요 수요국인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포기 등 리오프닝 효과로 세계 고무 수요가 지난해 대비 2.6% 증가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 17만8000원의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이동욱 연구원은 올해 금호석유화학이 매출액 9조1720억원, 영업이익 4560억원, 순이익 41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금호석유화학을 가치평가해보면 PER(주가수익비율) 10.20배이다. PBR(주가순자산배수) 0.8배, ROE(자기자본이익률) 7.1%이다. 


◆금호그룹 전성기 회복 관심↑... 재계 10위도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금호그룹 맥을 잇는 대기업 집단으로 부각되면서 '금호그룹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그룹의 재계 순위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06년이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각각 6조4000억원, 4조2000억원에 인수해 단숨해 재계 10대 그룹, 호남 최대 기업에 등극했다. 그렇지만 당시 자산규모가 3조원이 채 되지 않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느라 8조원에 가까운 차입을 하느라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사실상 '그룹 해체'가 시작됐다. 대우건설, 대한통운을 매각한 것은 물론이고 '알짜'로 꼽히던 금호렌터카, 금호타이어도 매각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금호그룹 역사는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박인천(1901~1984) 창업주는 해방 직후 택시 2대로 사업을 시작했고 1948년 광주여객자동차(현 금호고속)를 설립해 운송사업에 본격 나섰다. 서울 광주 여객 사업을 주도하며 금호그룹은 호남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故) 박인천(사진 오른쪽 아래) 회장이 1946년 구입한 포드 디럭스 35년형과 내쉬 33년형. 이 두 대의 중고 택시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가 됐다. [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박인천 창업주의 타계 이후 장남 고(故) 박성용(1932~2005) 회장이 총수에 올라 12년간 경영을 맡았다. 1996년 차남 박정구(1937~2002) 3대 회장이 경영권을 이었고, 2002년 박정구 회장의 급작스런 타계로 삼남 박삼구 전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올랐다. 박삼구 전 회장은 앞서 언급한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동생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과 갈등을 빚었고,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으로 독립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 10위권 신세계그룹 매출액은 30조원 가량"이라며 "금호석유화학그룹의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police20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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