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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주식투자로 1993년과 2008년에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랐던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이 이끄는 투자목적 지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는 1964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19.8%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총 3,787,464%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24,708% 오른 미국 S&P500지수를 대략 150배 웃돌았다.

 

거의 4백만 %에 육박하는 그의 놀라운 수익률 기록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가치투자의 황홀함과 경이로운 가치투자의 전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투자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버핏은 주주서한을 제외하고는 직접 투자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없다고 하는데, 시중에는 버핏의 이름을 걸고 팔리는 투자서적이 적지 않다. 이런 책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우려와는 달리 내건 이름에 걸맞게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버핏의 투자원칙을 배워서 투자를 해보고 싶어도 버핏의 투자원칙이라고 주장하는 투자의 지침들이 저마다 달라서 어느 원칙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해야 투자수익이 속 시원하게 나올지 알기가 쉽지 않다.

 

연구 본성을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 복잡한 사안에 직면하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며, 복잡한 사안을 핵심만 남기는 단순한 방법으로 단순화를 시도해 본다. 이런 엉뚱한 접근 방법은 대체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수학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자유를 준다”는 수학자의 스토리에 큰 매력을 느낀다.

 

만약에 수학을 연구하는 수학자처럼 “투자에 대한 워렌 버핏의 최고의 가르침은 무엇인가?”하고 문제를 단순화시켜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다. 버핏의 최고의 가르침은 그가 투자에 활용한 가장 중요한 투자원칙 속에 있을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언뜻 생각해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버핏의 주식투자 제1원칙과 제2원칙은 그 대답이 아닌 것 같다. 지나치게 원론적이어서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로는 여러 가지 버핏의 투자원칙 중에서 “자기만의 스트라이크 존 (strike zone) 을 만든다” 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고 중요하다. 가히 최고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워렌 버핏. [사진=구글 캡쳐]

워렌 버핏이 자신의 방 벽에 테드 윌리엄스 (Ted Williams) 의 《타격의 과학》 (The Science of Hitting) 의 표지를 붙여 놓고 그의 가르침을 되새겼으며, 틈만 나면 테드 윌리엄스의 타격 예찬론을 늘어놓곤 했다고 하니 필자의 판단이 크게 틀린 것도 아닐 것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타격에 대한 나의 첫번째 원칙은 좋은 공을 골라서 치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의 책에 나오는 스트라이크 존 그림에는 스트라이크 존이 77개로 촘촘히 나누어져 있고, 그 중에 4할대 (0.400) 스트라이크 존은 3개뿐이다. 그 주위에 3할 9푼대 (0.390) 존이 8개나 있지만, 성공적인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이 3개뿐인 4할대 존으로 들어오는 경우에 타격을 한다는 것이다.


자료 : 테드 월리엄스 저, 김은식 역 『타격의 과학』 (2011). [이미지=예스24 캡쳐]

“나는 구석구석을 찔러오는 애매한 공을 때려내는 ‘위대한 타자’보다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세 개의 공 중에서 한 개만 때려내는 ‘좋은 타자’가 낫다고 말했었다. 투수들은 타자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공 한 개쯤 던지는 실수를 언제든 할 수 있다”라는 테드 윌리엄스의 말에 그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생각과 기다림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야구 선수나 투자자는 모두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을 때 공을 치거나 자금을 배팅해야 타율과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이 들어오면 맞출 확률이 최고로 높아질 것이다.

 

원래 워렌 버핏이 장기투자자이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은 장기투자자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단기투자자도 얼마든지 스트라이크 존을 활용할 수 있다. 단기투자자도 투자에 성공한 경험이나 실패한 경험을 잘 관찰하고 이것을 기록하여 워렌 버핏이 말하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찾아낼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장기투자자만큼 크게 수익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단기투자자도 영원히 잃지 않는 투자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연히 장기투자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버핏처럼 스트라이크 존 사진을 벽에 걸어 두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것을 자랑하는 정도에 이르게 되면 그의 투자는 이미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PEG (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 주가수익성장비율) 연구에 재미를 붙인 필자는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아서 PEG를 이용해서 특정 주식의 스트라이크 존을 찾을 수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국내 상장기업의 빅데이터에 묻혀 사는 덕분에 PEG와 특정 주식의 스트라이크 존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 쌓여가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당신은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가지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 투자자들은 절대로 주식투자에 큰돈을 걸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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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3년 03월 01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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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06 0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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