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나이 들어서 세상을 들여다보면, 간혹 타고난 재주로 젊은 나이에 일가를 이룬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노인들의 지혜를 젊은 사람들의 명철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에게는 한 사람의 평생이 들어 있다. 그 속에는 숱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누적되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경륜이라고 부르고, 그래서 노인의 지혜가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투자 업계에도 내로라하는 구루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요즘처럼 사람들이 시장이 위태롭다고 말하는 때에는 나이든 구루들이 남긴 투자의 교훈들이 은근히 매력적이다.


일본 주식시장의 신이라고 불리는 고레카와 긴조(是川銀藏)의 생각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주식 투자로 대성공을 거두었으면서도 멋모르는 독자들이 자신을 따라해서 파산할까 두려워서 자서전 출판을 꺼려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주식을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믿는 그가 노년에 스스로 집필한 자서전에는 주옥 같은 교훈들이 실려 있다.

 

『일본 주식시장의 신 고레카와 긴조』 (2022). [사진=yes24]

고레카와 긴조의 투자 원칙 중에 ‘거북이 삼원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종목은 수면 하에 있는 우량한 것을 선택하여 기다릴 것”이라는 원칙이다.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훈이다.


또한 그의 ‘투자 5원칙’ 에서는 “종목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부해서 고를 것”이라는 원칙을 첫 번째로 두고 있다. 필자는 이 원칙을 아주 좋아한다.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노인의 지혜가 돋보이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따르는 투자자가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학계에서 잔뼈가 굵은 필자는 어떻게 하면 투자자들이 모두 쉽게 자신이 공부해서 종목을 고르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고민을 해본 적도 있다. 이 고민은 지금도 여전하다.


유명한 가치투자의 대가 존 템플턴(John Templeton)이 노년에 아주 획기적인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는 이른바 저PER을 선호하는 바겐 헌터 투자자였지만, 중요한 투자에는 최종적으로 PEG (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 또는 Price to Earnings Growth Ratio, 주가수익성장비율 또는 주가수익성장배수)를 사용하여 종목을 비교했다. PER이나 PEG 모두 주당 순이익을 변수로 하여 계산하기 때문에 계산하려면 주당 순이익의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


 

『존 템플턴의 가치투자 전략』 (Investing the Templeton Way, 2009). [사진=yes24]

그는 향후 5년간의 예상 순이익에 의해 PER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해오다가, 92살의 노인이 된 2004년 말에 5년이 아니라 그보다 더 긴 10년간의 예상 순이익에 의해 PER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을 바꾸었다.


10년 후의 주당 순이익을 예측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자신의 투자 인생을 돌아보면 5년보다는 10년 동안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투자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노인의 경륜을 담아 새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였을 것이다.


또한 존 템플턴이 95세의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평생의 투자 원칙으로 소개한 것에 “최고로 비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고 최고로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다.” 라는 것이 있다.


주식 시장의 급락으로 사람들이 비관론을 제시하기 시작하고 있는 이때에 한 번쯤 귀를 기울여 볼 만한 지혜이다.


요즈음 PEG 이론 연구에 재미가 붙어 금융 빅데이터에 묻혀 사는 필자는 과거의 데이터를 검토하면 할수록 노인들의 지혜가 놀랍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수많은 시련을 거쳐 다듬어진 노 대가들의 지혜는 보석보다 찬란해 보인다. 볼수록 광채가 더해진다.


세상은 노인을 통해서 지혜를 말한다. 투자 업계는 노인의 지혜를 기꺼이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성공하기 쉬운 구조인 것 같다. 지금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노인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서 찬찬히 세상과 기업을 들여다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저작권자 Ⓒ 윤진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출처를 표시하여 내용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2년 10월 25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mentorforall@naver.com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2-11-01 09:12:2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리그테이블∙실적랭킹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