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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보험, '돈 안되는데' 삼성생명·롯데손보·신한라이프 등 속속 진출. 왜? - 2030세대에 인기 끌며 삼성생명 등 메이저 보험사도 속속 진출
  • 기사등록 2022-07-22 08: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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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미래 기자]

“안녕하세요 고객님, 혹시 암(癌)보험 안 필요하세요? 월 보험료가 1000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저렴한 금액으로 암에 걸렸을 경우의 비용을 보장받으세요.” 


직장인 김모씨(32)는 얼마전 이같은 요지의 암 보험 상품을 소개받고 귀가 솔깃했다. 암 보험이라면 월 보험료가 수십만원이어서 망설였는데 금액이 저렴하고 보장받는 범위가 양호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안내받은 보험상품은 롯데손해보험의 '미니 암보험'. 30세 남성 기준 월 660원의 보험료로 10년의 가입기간 동안 보험료가 오르지 않게 설계됐다. 암 진단시 1000만원을 지급하는데, 남성은 위암·대장암·간암 등을, 여성은 췌장암·유방암·여성 생식기암 등을 보장한다. 김씨는 이달말 급여를 받으면 이 보험에 가입할 예정이다.  


보험기간이 짧고 보험료가 보통 1만원 이하의 소액단기 보험상품을 의미하는 '미니보험' 상품을 국내 메이저 보험사들이 속속 내놓으면서 미니보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삼성생명, 롯데손해보험,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등 국내 메이저 보험사들이 여기에 뛰어 들었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돈이 되지 않는다며 무시하던 것과는 딴 판이다. 


삼성생명, 롯데손보 등 메이저 보험사도 미니보험 내놔 


코로나19 전∙후 디지털채널을 통한 보험가입률 변화. [자료=보험연구원]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4월 다이렉트 채널 '렛:클릭(let:click)'에서 판매하는 ‘let:click 미니암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만 30세 남성이 가입할 경우 보험료는 월 660원에 고객이 보험기간 중 암 진단이 확정되면 최초 1회에 한해 가입금액 1000만원에 해당하는 보험금이 지급된다. 


하나손해보험은 '원데이자동차보험' 출시 후 성장세를 타는 중이다. 올 상반기 누적 매출액이 약 40억원으로 전년비 77% 증가를 기록했다. 2030 세대가 전체 가입자의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저렴한 보험료에 짧은 기간을 주행하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담보만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급기야 국내 1위 생명보험사 삼성생명도 모바일 전용인 '삼성 미니생활보장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야외활동과 여행이 늘어난 요즘 뎅기열, 파상풍과 같은 특정감염병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전용 모바일앱을 통해 MZ세대가 가입하기 편하도록 만들었으며 지인들끼리 선물하기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신한라이프는 MZ세대 전용 상품인 '로지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신한라이프의 가상인간 광고모델인 로지를 내세운 ‘로지 종신보험’은 질병사망보장에 대한 필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MZ세대를 위해 보험료 부담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2030세대는 질병 사망 가능성이 낮은 만큼 조기 사망보장을 축소해 원하는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상품이다.


미래에셋생명도 MZ세대를 겨냥한 '이-머스트 해브(e-Must Have) 변액연금보험'을 공개했다. 방카슈랑스 전용인 이 상품은 KB국민은행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다. 모바일 기반 비대면 상품 특성에 맞춰 사업비를 낮췄고, 전용 상품 투자로 수익은 최대로 높여 MZ세대의 니즈를 반영했다.


실속 중시 2030 관심 갖자 미니보험↑ 


미니보험 시장은 보험업계가 새로운 위험을 보장하는 신상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소비자 니즈와 규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등장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미니보험은 소액단기보험으로, 보험기간이 짧고 보험료가 보통 1만원 이하의 소액인 상품을 일컫는다. 보험사들 입장에서 미니보험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돈 안되는 상품’에 해당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 보험 상품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하지만,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에게 발생하는 비용을 생각해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이다. 즉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인 것이다.


그럼에도 보험사에서 미니보험의 출시가 끊기지 않는 이유는 비용의 부담이 적다는 것이 2030 세대에게 큰 메리트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종이 보험 대신 모바일로 간단하게 가입하면서 보험 가입이 처음이어도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미니보험의 강점이다. 또 당장 보험 가입에 관심이 없는 2030 세대 등에게 단기 운전자보험 등을 통해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이들이 보험에 대한 니즈가 생겼을 시기의 시장에서 보다 나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원데이(하루) 자동차보험 신계약 건수는 63만2774건으로 전년 동기(38만6472건) 보다 24만6302건(63.7%) 늘었다. 이들 대다수 가입자는 20~30대인 MZ세대로 알려졌다. 특히 하나손보의 원데이자동차보험은 그간 모든 자동차보험이 가입 후 보상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24시간이라는 기다림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했던 것과 달리, 가입 즉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MZ세대에게 강점으로 다가왔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고 오랜 기간 동안 내야 하는 일반적인 보험과 달리 개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는 상품을 저렴하게 짧은 기간으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어 이들의 소비 패턴에 들어맞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MZ세대의 경우 중장년층에 비해 보험 가입률도 낮으며, 보험가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은 편이지만 향후 잠재적인 주요 소비자인 만큼 이들을 포섭하면 훗날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명보험산업 및 손해보험산업 CM(온라인보험)채널 매출액 추이. [자료=보험연구원]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MZ세대가 보험의 주력 소비층으로의 성장함과 동시에 디지털 기반 플랫폼 회사의 보험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또 향후 MZ세대가 보험을 소비하는 과정을 통해 보험사는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디지털 보험시대’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당장 이익보다 길게 보고 미니보험 출시"


미니보험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에도 이 시장은 향후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신한EZ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 손해보험 등 빅테크와 대형 금융지주사에서 출사표를 던진 ‘디지털 손보사’들이 올 하반기 보험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온라인보험상품과 온라인보험회사의 진출 현황. [자료=보험연구원]신한EZ손보의 경우 초기에는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운 미니보험 위주의 상품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카카오손보는 반송보험, 여행자보험, 펫보험 등 카카오톡 플랫폼 이용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미니보험 주축으로 판매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디지털 전환기 보험회사 판매채널 연구' 보고서에서 따르면 2020년 한 해 온라인 채널로 보험상품에 가입한 사람 중 40대 이하가 전체 가입 실적의 58%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출범 이후 두 보험사는 비대면 온라인 채널을 기반으로, 2~30대인 MZ세대 니즈에 최적화된 생활밀착형 보험상품을 출시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미니보험은 수익성을 거의 기대하기 힘든 상품은 맞지만,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2030 소비자들이 향후 보험사를 선택 시 아무래도 기존에 경험했던 보험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장의 눈 앞의 이익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mrkk@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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