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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준금리 '자이언트 스텝'…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나

-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 환율 ·가계 이자부담↑

  • 기사등록 2022-06-21 1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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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지윤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basic rate)를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0.75%p 인상하면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 기준금리 0.75%p↑… 28년 만 ‘자이언트 스텝’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0.75%p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종전 0.75~1.00% 수준에서 1.50~1.75%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연준이 0.75%p 금리 인상을 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실시한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이사회 의장은 다음 회의에서 빅스텝(0.5%p)이나 자이언트 스텝을 다시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비쳤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연방시장공개위원회)의 다음 회의는 7월 26~27일에 열린다.


미국의 역대 기준금리 추이. [자료=미 연방준비제도]

앞서 3월에도 연준은 신종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p 올리며 제로 금리 시대를 끝냈다. 이어 지난달에는 22년만에 최대폭인 0.5%p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0.75%p 파격적으로 인상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은 조달 금리가 높아지고 가계는 이자 부담이 늘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연준이 기준금리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것은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자칫 걷잡을 수 없을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p 오르며 1981년 12월 이후 40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도 6.6%로 치솟아 시장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p에서 0.00∼0.25%p로 줄었다. 사실상 같다고 봐도 무방한 수치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다음 달 미국이 빅 스텝을 단행해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0%p 높은 상태로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날 경우, 투자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기준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폴 볼커 전 의장, 1970년대 말 금리 10%p 올려

 

이번 제롬 파월 의장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는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붕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 곡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진행돼왔다. 그럼에도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해왔다. 


이번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을 경우 미국 금리가 두 자리수로 껑충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기준금리 두 자리수 시대가 있었느냐 싶지만 1970년대에 미국은 금리를 두 자리수로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은 사례가 있다. 미국인들에게는 '악몽'으로 기억되는 '폴 볼커(Paul Volker·1927~2019) 연준 의장 시기'이다.  

 

폴 볼커는 1976년 8월 연준 의장에 취임했고 1980년 3월이 되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6%를 기록했다. 전년비 11.8% 급등한 수치였다. 오일쇼크가 미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것이다. 


폴 볼커 전 미국 연준 의장.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극단적으로 인상했다. 1979년 7월 10.5%에서 1980년 4월 17.6%까지 기준금리를 올렸고, 1981년 6월에는 19.1%로까지 올렸다. 불과 1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금리를 약 10%p 높인 것이다. 


그러자 기업들은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도산했고 가계 파산과 실업자가 넘쳐났다. 경제가 불황에 빠진 것이다. 그럼에도 볼커는 고금리를 유지했다. 이같은 극단적인 고금리 정책으로 볼커는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1982년 말이 되자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연준은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강력한 긴축 정책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았다. 볼커의 고금리 정책은 미국의 1990년대 호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원 달러 환율 지금보다 높아질 수도

 

한국은행이 향후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하면 우선 원 달러 환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현재 원 달러 환율은 1293원을 기록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사진=더밸류뉴스]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올라가면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만 좋다는 말이 있다. 원달러 환율이 인상되면 한국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이익률이 올라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지만 수출기업이라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하는 기업은 물가상승의 압박이 제조원가에 반영돼 수출단가가 높아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 인상에 대한 효과도 각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산업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도 영향을 받는다. 우선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상승한다. 최근 주담대 금리는 7%를 돌파한데 이어 올해 말까지 8%를 넘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출금리가 8%대를 기록하게 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 된다. 실제로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4.330∼7.140% 수준으로 지난해말과 비교해 6개월 만에 2.161% 증가했다. 이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같은 기간 2.259%에서 4.147%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4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현재 연 3.690∼5.681%다. 


주담대 금리 상승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은 '영끌'과 '빚투'에 나선 대출자들이다. 이들은 눈앞에서 대출액이 불어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과 투자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주식과 코인에 있던 자금들이 은행으로 이전되면서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도 크게 폭락한다. 실제로 지난 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5.97%, 8.18% 하락했다. 심지어 월요일이었던 20일 코스피는 24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도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또 감당이 안되는 가계부채의 증가와 투자자산의 하락으로 인한 부담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및 유류세 인하 등 물가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 친숙한 저금리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고금리 시대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제 패러다임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jiyoun6024@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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