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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산업은행 '플랜 B'는

-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 찾아주기' 계속할 것"

- 인수 후보 기업 마땅치 않아... 현실화까지 갈 길 멀어

  • 기사등록 2022-01-15 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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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정채영 기자]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대표이사 한영석 이상균)과 대우조선해양(대표이사 이성근)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면서 두 조선사의 기업결합을 통해 국내 조선업을 재편하려던 산업은행의 전략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55.7%)인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의 이른바 '플랜B'가 무엇인지와 국내 조선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 LNG선 독과점 우려…점유율 89.5%


15일 업계에 따르면 EU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을 최종 불허한 가장 큰 이유는 LNG(액화천연가스)선박에 대한 독과점 우려 때문이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14일 "한국 조선사들의 지난해 글로벌 선박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은 CGT기준 37.4% 수준이며 140,000m3 이상 대형 LNG선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89.5% (76척 중 68척 수주)에 이르고 있다"며 "환경규제 강화로 LNG선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형 LNG선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 5개사(현대, 현대삼호, 대우, 삼성, 후동중화) 가운데 3개사가 현대중공업그룹 소속이 되는 것을 EU가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그렇지만 이번 불승인이 국내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익 애널리스트는 "이번 EU 결정은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이 독점 해소 방안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예측됐던 결과"라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피인수 과정에서 기대됐던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불발되면서 재무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었고, 이에 따른 희석우려가 주가에 반영되어왔던 만큼 이번 불승인으로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14일 대우조선해양주가는 전거래일과 동일한 2만5250원으로 마감됐고, 현대중공업은 전거래일 대비 0.47% 상승한 10만6000원에 마감됐다. 


한국기업평가도 "이번 불승인이 국내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은 대조양 인수와 무관하게 글로벌 최고 수준의 우수한 사업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며 대우조선해양도 현대중공업그룹 편입시 예상되는 신용도의 긍정적 효과가 이미 제거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우조선해양의 신용평가를 'BBB-'로 유지했다. 


◆산업은행, "새 주인 찾기 계속할 것"

 

이제 업계 관심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EU의 불승인 결정이 발표된 13일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외부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산업은행(대주주) 중심으로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아주기'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국내 조선업황 개선으로 새 주인 찾아주기의 가능성이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보고있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추진을 결정했던 당시에는 2016년 수주절벽과 장기 불황의 여파에 따른 국내 조선사간 가격경쟁 및 과잉공급의 해소가 시급했다"며 "그렇지만 지난해부터 국내 조선업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발주량이 조선업 불황기 진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물동량 증가 등에 따라 상당 기간 이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사진=더밸류뉴스]

◆"'새 주인 찾기' 현실화까지 갈 길 멀어"


그렇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새주인 찾아주기'가 현실화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시가총액 2조7000억원대의 메가 조선사(대우조선해양)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국내 후보기업을 현대중공업 말고는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EU의 불승인으로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는 포스코(대표이사 회장 최정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초 연임이 확정된 이후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로 철강, 2자전지소재, 수소를 비롯한 7가지를 확정하고 여기에 필요한 액션플랜을 상당히 진행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이미 확정된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한때 대우조선해양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또 다른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한화, 효성, SM그룹, 하림 등도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017년 9월 산업은행 CEO 취임 이래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규모가 큰 딜(deal)을 여러 차례 성사시켜왔지만 이번 대우조선해양 딜은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이동걸 회장의 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1011pink@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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