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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밸류' 시리즈는 난해하고 생소한 용어를 이미지와 그래프를 곁들여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Easy(이지)’와 더밸류뉴스(The Value News)의 ‘Value(밸류)’를 결합한 용어입니다.
[더밸류뉴스=이현지 기자]

"지구상 최대의 도박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지 않지 않다. 그것은 바다에 있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연일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HMM(옛 현대상선)을 지켜보는 어느 해운 전문가의 말이다. 


불과 2019년까지만 해도 HMM은 연 6000억원대의 적자로 신음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HMM은 밀려드는 일감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HMM의 이같은 상전벽해의 배경에는 '해운업 메가 사이클'이 있다. 


해운업의 특징은 10~20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극단적으로 오간다는 점이다. 경제의 여러 산업 가운데 해운업만큼 극단적인 경기민감형 산업은 드물다. 이같은 해운업 사이클을 잘 타는 개인은 '선박왕'으로 등극하고, 그렇지 못하는 기업은 파산한다.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오른쪽)가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 오나시스와 함께 하고 있다. 


◆선박, 발주에서 인도까지 장기간 소요 


해운업이 극단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과 수요가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해운사(혹은 선주)가 선박을 조선소에 발주하고 실제로 인도받기까지 통상 2년이 걸린다. 대형 선박의 경우 4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선박이라는 '제품'이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기업의 제품 운송에 사용되는 컨테이너선(Container)의 경우 발주에서 인도까지 통산 2~3년이 소요된다. 


수요도 비탄력적이다. 해운사에 '일감'을 맡기는 기업을 생각해보자. 기업은 고객이 요청한 제품의 운송을 정해진 기간에 반드시 해야 한다. 계약서에 나와 있는 대로 제품 운송을 완료하느냐는 기업 신용도(Credit)에 영향을 미친다. 운임이 비싸더라도 해운사에 제품 운송을 맡겨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급과 수요가 모두 비탄력적이다보니 해운업은 극단적인 경기 사이클을 겪게 된다.불황과 호황의 끝을 알 수 없는 사이클 형태로 나타난다.

 

해운업 사이클. [이미지=더밸류뉴스]

◆2000년대 초반 해운업 초호황 맞아


한국 해운업의 역사를 말할 때 2000년대 초호황이 빠지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의 국내 해운업은 호랑이 등에 탄 모습이었다. 초호황이었다. 지금의 상황과 유사하다. 


2002년부터 국내 해운업은 중국 경제 성장으로 빅 사이클을 타게 된다. 9 11테러 이후 세계 해운 경기가 침체를 겪을 때 중국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중국이 전 세계로부터 석탄, 철광석, 원유 등 원자재를 수입하면서 벌크선 운임지수가 급등했다. 이런 원자재를 이용해 만든 수출품들이 북미나 유럽으로 수출돼 컨테이너 시황도 호황에 들어섰다. 당시 컨테이너와 BDI(발틱운임지수)지수는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중국에서 넘쳐나는 화물을 운반할 배가 모자라다 보니 자연히 운임 비용이 급증하게 됐다. 이게 1970년대 이래 사상 최고 호황의 시작이다.


그런데 호황에 뒤이어 찾아온 불황의 모습도 극단적이었다. 한진해운의 파산이 일어났던 시기다. 우리나라 해운업의 역사라 불리던 한진해운의 파산은 곧 우리나라 해운업에 큰 타격이었다. 이 시기를 이용한 해외 선사들에게는 기회가 됐다.


◆해운업 사이클 타고 '선박왕' 탄생하기도


이러한 사이클을 이용한 사람이 있다.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1906~1975)다.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난 오나시스가 해운업에 뛰어든 것은 세계 해운 물동량 급감으로 해운업계가 위기에 빠져있던 1932년이었다. 그는 이 불황을 역이용해 1척당 200만 달러에 달하던 대형 화물선들을 헐값에 구입해 호황 때 팔았다. '선박왕'에 등극한 그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의 미망인을 품에 안았다. 


반대로 사이클에 당해 세계 7위 한진해운은 파산을 비롯 한국 해운업계는 아픔을 겪었다. 호황에 비싸게 산 배를 불황 때 헐값에 팔기를 반복한 것이 큰 타격을 줬다.

 

초대형 컨테이너 1호선 ‘HMM 누리호’(Nuri)가 컨테이너를 가득 채운 만선으로 지난 6일 유럽을 향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HMM]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에 따라 해운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해운업은 국가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원자재 및 수출입 물량 운송의 99% 이상을 담당하는 주요 산업이다. 


정부는 2018년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해운업 살리기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꾸준한 물량 수요가 지속된 미주항로를 중심으로 시황이 급등했다. 코로나19확산으로 인한 개인위생 및 방역 물품과 재택근무용 가구 등과 관련된 수요 증가에 힘입어 물동량이 전년비 25.7% 증가했다. 이러한 호황은 우리나라 해운업에 20년 만에 돌아온 기회이다. 이 사이클을 위기로 만들지 기회로 만들지에 대한 기대가 커져가고 있다.


hyunzi@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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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15 16: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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