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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교수의 경제 이야기] 가중치의 미학, 그 아름다움과 눈부심에 대하여

  • 기사등록 2018-08-09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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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윤진기 교수]

가중치(Weight)라는 용어는 인간의 삶을 숫자로 표현하는 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사용된다. 가중치는 전체 집단에서 개별 구성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요도를 수치로 나타낸 값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물가지수를 계산하는 경우와 같이, 비중을 달리하는 여러 품목의 평균을 산출할 때, 단순한 산술평균으로는 합리적인 수치를 뽑을 수 없으므로 비중에 따라 각 개별품목에 알맞은 중요도를 결정하고 이를 적용해 평균값을 얻게 된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중치를 제거하고 계산하여 사용한다면 엉터리 물가지수 때문에 당장 경제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세상은 상당부분 가중치에 의해서 지탱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중치를 잘 이용하여 흥하기도 하고 잘 이용하지 못하여 망하기도 한다. 

 

최근에 출판된 책 중에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쓴 <원칙>(PRINCIPLES)이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침실이 두 개 있는 아파트에서 사업(선물헤지 업무에 대한 자문)을 시작해서 직원 1,500명이 일하는 세계 최고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헤지펀드 회사 브릿지워터(Bridgewater Associates)를 운영하고 있는 레이 달리오가 그 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한 인생의 원칙과 일의 원칙을 정리한 것이다.

 

 ìì¹ PRINCIPLES

 

브릿지워터는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신뢰도 가중치(believability weighting)라는 개념과 이를 자동으로 구현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신뢰도 가중치 개념은 능력이 부족한 의사결정권자보다 능력이 있는 의사결정권자들의 생각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는 단순한 상식에 기초하고 있다. 

 

가장 신뢰도가 높은(가장 높은 가중치가 부여되는) 의견은 논의되었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결론을 뒷받침하는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증명한 사람들의 의견이다.(레이 달리오 저, 고영태 역, 원칙, 한빛비즈(주), 2018, 487면) 그래서 브릿워터의 의사결정은 난해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추적하는데 대부분 적중하여 돈 많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뢰도 가중치가 아름다운 것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극단적으로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브릿지워터가 만들었고, 신뢰도 차이를 인정하는 열린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워터는 신뢰도 가중치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한 덕분에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의(헤지펀드 역사상 최고로 돈을 많이 번) 헤지펀드 회사가 될 수 있었다. 가중치의 결과가 눈부시다. 

 

반면에 신뢰도 가중치를 완전히 무시하여 어두운 역사를 가진 곳도 있다. 평등의 가치를 추구했던 사회주의 중국이 개방되기 전에는 동일하게 칼을 사용하여 노동을 하는 칼잡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발소의 면도사와 심장수술 전문의가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는 자조적인 우스개가 있었다. 지적 노동을 하는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개방 후에 지식의 난이도와 깊이에 따라 비싼 급여를 약속하고 교수를 초빙하는 관행이 생기면서 중국 사회의 지식 경쟁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중치가 사회를 활기차게 하고 있다. 

 

국가나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신뢰도 가중치가 제거되는 현상이 존재한다면 문제다.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온 것을 여러 차례 증명한 사람들이 결정을 해야 할 사항들을 여론몰이나 인터넷 클릭 수로 결정하도록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만약 브릿지워터가 신뢰도 가중치 대신에 가중치를 제거한 산술평균적 다수나 인터넷 클릭수로 의사를 결정하는 수준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고객들의 돈을 모두 날려버리고 그 자신도 파산해서 역사 속으로 사려져 버렸을 것이다. 가중치가 가지는 아름다움과 그 눈부심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은 조직이나 개인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윤진기 경남대 법대 교수]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18.08.09. 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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