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윤진기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부도나는 기업은 대략 5년 전부터 알 수 있다

  • 기사등록 2018-07-30 10:14:00
기사수정
[더밸류뉴스=윤진기 교수 ]

회사가 부도가 나면 경영자와 그 가족은 거리로 나앉고 직원들은 실업자가 된다. 부도나는 회사인줄 모르고 투자한 투자자도 돈을 모두 날리게 되어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사장이 자살을 하여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1997년 IMF 금융위기 때에 대량의 부도 사태가 발생한 것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부도나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경영자와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80730102221 


부도는 회사에 돈, 즉 현금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멀쩡하던 회사가 돈이 부족해지면 회계적으로 여러 가지 징후가 나타난다. 부도기업 경영자는 부도가 나기 전에 부도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와 같은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권영도 교수는 부도가 나기 전에 경영자들이 언제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를 회계적 자료를 통하여 분석하여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권영도, “부도위험에 직면한 기업의 이익 및 현금흐름 조정”, 경영학연구 제30권 제4호, 2001.11, 1317-1337면). 연구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필자가 관심 있는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재고 증가는 부도 징후 1순위


첫째, 부도기업은 부도 5년 전과 2년 전에 건전기업에 비해 재고자산이 크게 증가한다. 재고자산이 증가되는 원인은 재고자산을 과대평가하거나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판매가 부진한데도 불구하고 생산을 늘려 재고자산이 증가되는 현상을 현금흐름의 개선보다는 이익을 높이려는 경영자의 이익조정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둘째, 부도기업은 부도 5년 전부터 1년 전까지 매출채권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매출채권이 증가하는 이유는 매출채권을 과대평가하거나, 판매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신용판매를 확대하고 있거나, 매출채권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이러한 이유는 모두 영업활동이 부진할 때 현금흐름과는 무관하게 회계이익을 높이려는 경영자의 행동과 관련되므로 매출채권의 증가를 경영자의 이익조정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셋째, 부도기업은 부도 5년 전과 4년 전에는 유형자산의 처분을 통해, 부도 1년 전에는 투자자산의 처분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 이러한 것은 제무상태표 상에서 유형자산 항목이 대폭 감소하거나 투자자산 항목이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 신규 투자 규모, 부채도 체크해야


부도 5년 전에 재고자산이 증가한다는 것과 부도 5년 전부터 매출채권이 증가한다는 것은 부도기업이 부도 5년 전에 판매부진으로 인해 재고자산이 증가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부도 5년 전부터 1년 전까지 계속해서 신용판매를 확대하고, 매출채권을 과대평가하는 등 이익조정행위를 하다가 부도로 이어지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위의 논문, 1335면) 권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부도의 징후를 대략 5년 전부터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권 교수의 데이터 중에서 다소 이외인 것은 부도기업의 총자산의 중앙값이 5년 전에 118,903백만 원, 4년 전에 138,556백만 원, 3년 전에 162,233백만 원, 3년 전에 208,064백만 원, 1년 전에 229,783백만 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값은 데이터를 크기 순서로 나열할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하게 되는 데이터값을 말하며, 이는 산술 평균이 극단값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 약점을 피하기 위해 사용된다. 총자산의 중앙값이 4년 동안 93.25% 증가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인데, 이렇게 늘어난 총자산 중에 신규투자의 규모나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자세히 살펴보면 부실의 정도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권영도 교수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기업이 부도징후가 있는 경우 경영자는 양적 성장보다 구조조정이나, 신규투자의 자제 등 부도방지를 위한 행동을 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부도의 징후가 있는 기업을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여 닥쳐올 손실을 방지하는데 연구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재고자산이나 매출채권이 갑자기 증가하면 투자자는 반드시 그 이유를 찾아보아야 한다.

 

부도기업에 관한 그 전의 연구가 주로 1 내지 2년의 기간 동안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온 것을 고려할 때, 부도 5년 전의 상황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권영도 교수의 탁월한 통찰력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경영자나 투자자에게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매우 소중한 연구이다.

 


[윤진기 경남대 법대 교수]


*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18.07.30. 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mentorforall@naver.com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8-07-30 10:14:0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리그테이블∙실적랭킹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