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LS그룹(회장 구자은)에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S그룹의 주력 비즈니스가 전력 인프라 개발이기 때문이다.
LS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자은 회장도 덩달아 바빠졌다. 회장 취임 2년을 앞둔 구자은 회장은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산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CFE(탄소 배출 없는 전력)와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며 '양손잡이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주목하며, 그룹의 전통적 강점인 전력 인프라와 AI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2030년까지 자산을 50조 원으로 늘려 10대 그룹 진입을 노리는 구 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1964년생(60) △서울 홍익대사대부고(1983)·미국 베네딕트대 경영학과(1987)·시카고대 MBA(경영학 석사)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 입사(1990) △LG전선 중국지사 상무(2005)·사출사업부장 전무(2007)·통신사업본부 본부장 전무(2008) △LS니꼬동제련(현 LSMnM) 영업 담당 부사장(2010) △LS전선 대표이사(2012) △LS엠트론 사업부문 총괄 부회장(2014) △LS엠트론 회장(2018) △LS그룹 회장(2022. 1~현재)
◆취임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올해도 실적은 증가세
구자은 회장 취임 이후 LS그룹의 성과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그룹 매출은 35조4300억원, 영업이익은 1조2900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40%, 34.3% 증가한 수치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0조4448억원, 영업이익은 7752억원으로 지난동기대비 각각 0.99%, 3.91% 증가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됐다. LS전선은 네덜란드 테네트로부터 2조원대 유럽 북해 해상풍력 HVDC 케이블 공급계약을 수주했고, 1조5000억원 규모의 본계약 2건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LS일렉트릭도 미국과 영국에서 3건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공급 및 운영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했다.
구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은 재무적 성과로도 이어졌다. 올해 LS그룹의 자산은 약 25조원으로, 지난 2022년 취임 당시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이는 기존 주력사업의 안정적 성장과 더불어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분야의 신규 투자가 시너지를 내며 이뤄낸 결실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LS는 오는 2030년까지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소재, 전기차 부품 및 충전 인프라, 반도체 소재 등 미래 산업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LS MnM은 1조 8000억 원을 투자해 울산과 새만금에 2차전지 소재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으며,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1조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며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시대 전력 인프라 선점...기존 사업과 미래 기술의 '황금 비율' 찾다
구자은 회장이 그리는 LS그룹의 미래는 전통 주력 사업인 전력 인프라와 AI 기술의 결합이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급성장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LS그룹은 이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특히 LS일렉트릭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내년까지 연간 4000억원 규모로 두 배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KOC전기 인수를 통해 154kV급 초고압 변압기 생산 역량까지 확보하고 4분기 연간 총 5000억원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LS전선도 글로벌 전력망 확충에 발맞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건설 중인 해저케이블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200m 규모의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를 갖추게 된다. 회사는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신사업도 순항 중이다. LS MnM은 오는 2029년까지 전기차 125만대 규모의 2차 전지 소재 황산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멕시코 두랑고 공장에서 전기차 릴레이 500만대와 배터리 차단 유닛 4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LS이링크는 대형 운수·화물 등 B2B 고객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사업을 전개하며, LS엠트론은 국내 최초로 자율작업 트랙터를 상용화하는 등 AI 기술을 접목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구 회장은 이를 통해 기존 사업과 신사업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사촌 경영' 2세대 마지막 주자...2030년 오너 3세 시대 준비하는 혁신가
구자은 회장은 LS그룹의 '사촌 경영' 체제에서 오너 2세대의 마지막 주자가 될 전망이다. 1964년생인 그는 시카고대 MBA 출신으로, LG정유(현 GS칼텍스)를 시작으로 LS전선, LS엠트론 등 다양한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지주사 미래혁신단장을 3년간 맡으며 계열사들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 것이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그의 경영 철학은 'LS파트너십'으로 집약된다. 이는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지속가능경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구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Vision 2030'을 선포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구현하는 LS'를 그룹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대기업으로서는 드물게 글로벌 시장 진출 등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구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 전략이다. 한 손에는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AI·빅데이터·IoT 등 미래 선행 기술을 준비하는 전략이다. 여기에 '애자일(Agile)' 경영을 더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은 임기 5년 동안 구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오는 2030년까지 자산 50조원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간 20% 이상의 자산 증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오너 3세 경영 체제로의 안정적인 이행도 준비해야 한다. 현재 LS그룹의 사촌 경영은 오너 2세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새로운 지배구조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는 구 회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는 LS그룹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며, '배·전·반' 신사업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오는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1050테라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지난 2022년 한국 전체 전력사용량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력 인프라 전문기업 LS그룹에게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