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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탐구] ②신한투자증권, 공공기관 겸직 교수 대거포진...의장은 대표이사

- 신임 신한투자증권 사외이사, 올해 1Q '찬성률 100%'

  • 기사등록 2023-06-06 13: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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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국내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 신규선임과 현황, 성과 등을 집어보는 '사외이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업 내부 경영진이 아니면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 경영을 조언하고 견제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는 이사회 제도가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를 분석하겠습니다]
[더밸류뉴스=공현철 기자]

신한투자증권(대표이사 김상태)이 올해 3월 사외이사진을 개편하면서 정부 기관, 공기업 등의 공공기관에 직함을 갖고 있는 교수 3인을 사외이사로 채워 이해 상충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 의장에는 김상태 대표이사가 선임돼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최근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의 사외이사 4인(양호철, 박종우, 박희우, 김영도) 가운데 박희우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회계학 교수)만 유임시키고 신임 사외이사에 조성일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사외이사 4인 가운데 3인이 교수로 채워진 것이다. 


2023 신한투자증권 사외이사. [자료=신한투자증권 사업보고서] 

◆사외이사 4인 중 교수 3인, 공공기관 직함 갖고 있어 


사외이사의 4분의 3이 교수로 채워진 것은 신한투자증권이 의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신한투자증권은 주완 김앤장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공시했으나 본인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하면서 조성일 교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주소현 사외이사는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로 최근 기업에 여성 비중이 높아지는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외이사 교수 3인은 공공기관의 직함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희우 사외이사는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한국공항공사 재무리스크 관리위원을 맡고 있다. 조성일 사외이사는 국민건강보험 리스크관리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재원운용위원장을 맡고 있다. 두 사외이사는 본업(교수)을 제외하고 3개 직함을 각각 겸직하고 있는 것이다(신한투자증권 사외이사 포함). 주소현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을 맡고 있다. 김경한 컨슈머터임스 대표이사는 법무부 선진법제위원, 세아그룹 해암장학재단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현행 상법에는 증권사 사외이사의 공공기관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토대로 창의적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지만 이해 상충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불편부당의 관점에서 기업 경영을 조언하고 견제한다'는 사외의사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신한투자증권 사외이사진은 의안에 대해 100% 찬성 의견을 제시하면서 '거수기'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1분기 열린 이사회에서 김경한, 주소현 신임 사외이사는 모든 의안에 대해 100%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조성일 신임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불참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이사회 중요의결사항(일부). [자료=신한투자증권 2023년 1분기 보고서]

이번에 유일하게 연임된 박희우 사외이사는 올해 1분기 이사회에서 100% 찬성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의 경우 19차례 이사회 가운데 두 차례 불참했고, 나머지 17차례 이사회에 참석해 모든 의안에 100%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2021년의 경우 12차례 이사회에 100% 출석, 100% 찬성의견을 제시했다. 박희우 사외이사는 김상태 대표이사와 고려대 경영대 동문이다. 


더밸류뉴스가 신한투자증권의 역대 이사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이견이 제시된 경우는 2021년 4월 21일 이사회였다. 당시 양호철 선임 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 및 선임 사외이사의 건'에 대해 '의결권 일부제한' 의견을 제시했다. 양호철 선임 사외이사는 올해 초 사외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신한투자증권의 2021년 이사회 중요의결사항(일부). [자료=신한투자증권 사업보고서]

◆김상태 대표, 이사회 의장 겸직... "대표이사·의장 분리 추세 역행"  

 

김상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에 취임한 것도 이사회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태 대표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각자 대표에서 단독 대표로 선임된 것과 동시에 이사회 의장에도 선임됐다. 이사회 의장은 앞서 언급한 사외이사 4인을 포함해 송윤진 감사위원(사내이사), 이태경 기타비상무이사(비상근), 김상태 대표 등 총 7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총괄한다. 김상태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자 증권가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에 독립적으로 조언하거나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 주식 시장과 국제 경제 기구들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 내 독립성을 높이고 있는 추세와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사태에 휘말리면서 국내 은행과 증권사로부터 손해배상소송 청구를 당한 적이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진상조사에서 신한금융투자가 관련 펀드의 문제점을 알고도 은폐한 뒤 다른 펀드로 부실을 전가했다고 발표해 이사회 기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사진=신한투자증권]

현재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의 국내 증권사 가운데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는 곳은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두 곳 뿐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3조(이사회 의장의 선임 등) 1항은 '이사회는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사회 독립성을 유지하고, 경영진 견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출할 경우 별도 사유를 공시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先任) 사외이사’를 임명해야 한다. 이에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월 박희우 가톨릭대 교수를 선임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신한투자증권, "사외이사 전원 해박한 식견과 통찰력 갖고 있어"


김상태 대표의 이사회 의장 겸직에 따른 부작용 이슈와 관련, 신한투자증권측은 "공시에 기재돼 있다"는 답변을 남겼다. 신한투자증권 공시에는 "업무수행 전문성과 이사회 안건의 적법성 및 적정성을 확인해야 하는 이사회 의장은 사내이사로서 선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나와 있다.


사외이사 선임 배경 및 겸직에 대한 질문 관련해서도 신한투자증권측은 "공시에 밝힌 내용과 같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나온 사외이사 추천사유를 살펴보면 "모든 이사들은 금융투자업에 대한 해박한 식견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학술 분야에서 보여준 뛰어난 업적으로 선임됐으며 법상 임원의 자격요건(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와 제6조)을 모두 충족한다"고 나와있다. 박희우 선임 사외이사와 관련, '신한투자증권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며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조언 및 자문을 성실히 수행했고, 감사위원으로서 주주와 금융소비자 이익을 위해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교수를 역임하며 취득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신한투자증권이 나아가야 할 글로벌 전략 방향성 및 추진에 상당한 조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조성일 사외이사), "경제 전문 언론 및 주요 금융기업의 사외이사로서 이사회 및 이사회 산하 다양한 위원회에 재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한투자증권의 경영사항에 대한 객관적이고, 심도 있는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김경한 사외이사), "다방면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주소현 사외이사)고 밝혔다. 


police20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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