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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비스포크 가전' 성공에 숨은 비밀...디자인 잡아라 - 2019년 냉장고에 '디자인 선택' 전략..."기능 차이 크지 않다면 '디자인'이 결정적" - ‘가전=LG’ 고정 관념 깨며 냉장고, 세탁기, 주방 점령
  • 기사등록 2022-09-17 18: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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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비스포크(BeSpoke).' 


원래는 '맞춤 정장'을 뜻했지만 이제는 고객의 개별 취향을 반영하는 '맞춤형 가전(家電) 제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BE(되다)’+’SPOKE(말하다)’를 합친 용어로 ‘말하는 대로 되다’는 뜻이다. 2010년 후반의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사용돼 아직까지 표준 용어도 없다.  


이처럼 트렌디하기 그지 없는 비스포크를 발빠르게 받아들여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대표이사 한종희 경계현)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제품은 출시 3년만에 대성공을 거두면서 그간의 ‘가전=LG’라는 인식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스포크 성공으로 삼성전자 가전 부문은 반도체, 스마트폰과 더불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비스포크 초기부터 전략 수립... 시작은 냉장고


삼성전자는 2010년대 후반 비스포크가 하나의 가전 트렌드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이를 곧바로 포착하고 본격 전략 수립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차별화 포인트는 '디자인'이었다.  


삼성전자 모델이 비스포크 쿠커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가전 성능이 고객이 체감할 만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구매율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적 요소라고 보고 소비자가 직접 냉장고의 디자인 소재, 컬러를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커스터마이징 마케팅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가전에 투영하는 가치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것도 주목했다. 가전 유통업계 역시 “가전의 인테리어성 요소가 부각되면서 디자인적으로 고객들이 고려하는 부분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첫 적용 대상은 2019년 출시한 삼성전자 냉장고였다. 삼성전자 냉장고는 비스포크 어머니격으로 불리고 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소비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완성품을 고르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가 내가 직접 제품을 만든다는 매력에 이끌려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지금까지 누적 200만대를 판매했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인터넷 구매 후기를 살펴보면 “디자인이 예뻐 집 안에 가전을 배치했을 때 집 분위기가 한층 살아난다”는 후기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올 봄에 비스포크 냉장고를 구매했다는 A씨는 “비스포크를 봤을 때, 원하는 컬러와 사이즈, 색상까지 바꿀 수 있다니 마치 조립식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설렜다”며 “이전까지 ‘가전은 무난한게 화이트 컬러가 최고지’라는 편견을 한 순간에 날려버린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전유통판매채널 1위 롯데하이마트에서 비스포크의 냉장고는 상품 평점에서 ‘5.0’ ‘4.8’ 등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리뷰를 들어가니 “예쁘다” “디자인이 깔끔하다”는 평이 많다. 



최근 3년 삼성전자 CE부문 연간 매출액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냉장고뿐 아니라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 생활가전부터 비스포크 쿠커, 오븐 등 주방가전들 역시 공간에 조화되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고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조리기기인 비스포크 쿠커는 출시 1년만에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달성했다.


비스포크는 국내외에서 디자인권을 확보하며 그 독창성을 인정받았고, 올 초에는 디자인 공모전 ‘#BESPOKE랑데뷰’의 대상 수상작을 실제 냉장고 패널로 선보이면서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돌렸다.


◆스마트싱스, 원격 관리 편리 강점


‘스마트싱스(Smart Things)’와의 연동을 통한 원격관리가 편리하다는 점도 비스포크의 장점이다. 스마트싱스는 스마트 홈을 만들기 위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뜻한다. 


올해 봄 모바일인덱스의 조사에 따르면 IoT 스마트홈 앱 사용자의 약 78%는 ‘스마트싱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용자는 800만명을 넘었다. 2위인 LG Thin Q(사용자 약 65만명, 점유율 6.18%)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운영하기 위해 프로토콜 정보를 오픈해 여러 제조사와 연동을 준비하고, 오픈커넥티비티포럼(OCF)과 같은 IoT 글로벌 표준을 선제적으로 적용했다. 


스마트싱스 홈케어 기능을 통해 집안의 가전이 컨트롤 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경험과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통해 다양한 비스포크 제품과의 시너지 효과도 이루어졌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스마트싱스와 LG 싱큐 홈의 점유율 차이는 엄청나다”며 “IoT부문에서는 삼성이 월등히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미국의 사물 인터넷 스타트업 기업이었던 스마트싱스를 인수해 스마트홈 기술을 개발해왔다. 


◆타 브랜드와 콜라보... 삼양식품 라면에도 사용


비스포크는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협업)에도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이다. 비스포크를 나타내는 컬러 마케팅과 커스터마이징을 스마트폰 기기까지 확대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비스포크 에디션이 있다는 말이 나오자 사전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주문했다”는 평도 있었다. 최근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발표한 Z플립4에도 비스포크 에디션이 포함됐다.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사진=삼성전자]

올 7월에는 식품기업 농심과 함께 ‘비스포크 인덕션’을 활용해 라면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라면덕션’ 캠페인도 선보였다. 국내 라면기업 1위인 농심과의 콜라보를 통해 ‘비스포크 인덕션’을 통해 조리하는 라면이 제일 맛있는 라면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콜라보를 통해 비스포크의 세계관(커스터마이징)을 단순히 가전에만 제한하지 않고 확장시킨다는 것이 삼성전자 청사진이다.


◆비스포크, 삼성전자 가전제품 80% 이상 차지


지난 2019년 ‘비스포크 냉장고’를 처음 출시한 이후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삼성전자 가전제품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비스포크가 자리를 잡으며 이전까지 각 제품별로 나눠져있던 세컨 브랜드를 하나로 모은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비스포크의 힘을 받아 생활가전과 TV를 주축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CE부문은 최근 3년간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2020년 가전시장이 ‘코로나 특수’로 호황을 맞은 것도 하나의 기회였다. 당시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가전 시장은 전년비 14% 성장했고, 주방가전 시장은 20% 상승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스포크 브랜드 런칭은 삼성전자 CE사업부에 있어 ‘신의 한 수’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이전에 각각 독립된 세컨 브랜드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디자인 등에서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스포크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 강화를 노린다. 지난해 미국 무대에 진입했고, 연내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을 유럽에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내 가전 시장 전망과도 연관이 있다. 올해 전망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가전을 바꿀만한 사람들은 모두 바꿨고,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등 대외변수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국내 가전 유통사들의 실적도 하락했다. 이에 가전 회사들은 프리미엄과 고객경험에 중점을 쏟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할 것 없이 각각 비스포크, 오브제를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군을 주로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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