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보험, 교보생명보험, 한화생명보험 등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금리상승으로 지급여력에 어려움을 겪다가 2분기에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이러한 위기에 대비해 완충장치로 RBC(Risk Based Capital∙지급여력) 규제 완화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농협·교보·한화생명, 2Q RBC 비율↑
RBC 비율은 보험에 계약한 사람들이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급여력’이라고 한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높을수록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험업법상 RBC 비율은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00% 미만은 경영개선권고, 50% 미만은 경영개선요구, 0% 미만은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안정성을 위해 그보다 높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의 가격이 하락해 RBC 비율을 못 맞추는 보험사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한 분기만에 하락세에서 급전환해 당국의 권고치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농협생명(대표이사 김인태)은 올 1분기에 RBC 비율이 131.5%까지 하락하며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에 못 미쳤다. 그러나 올 2분기 184.6%를 상회하며 한 분기만에 150%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교보생명(대표이사 신창재 편정범)도 같은 기간 RBC 비율이 205.05%에서 210.47%를 기록하면서 한 분기만에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한화생명(대표이사 여승주)은 같은 기간 160.0%에서 7.6%p 상승한 167.6%를 달성해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상회하는 수준을 보였다. 다만 한화손해보험 올 1분기 122.8%에서 2분기 135.9%로 13.1%나 증가했으나 권고치를 하회했다.
◆RBC 규제 완화∙∙∙보험사 재무건전성 다시 회복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상승하게 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RBC 규제 완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는 올 상반기 말부터 RBC 산출에서 LAT(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 채권 평가 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 RBC 제도는 금리 상승 시 자산 평가손실만 자본 감소로 반영하므로 RBC 비율이 하락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생명의 LAT 잉여액은 약 3조7652억원으로, 이중 가용자본으로 인정되는 금액은 40%인 약 1조5061억원에 달한다. 그 덕분에 금리인상 여파에도 RBC 비율은 급상승하게 됐다.
RBC비율이 100%를 하회했던 DGB생명의 경우, 지난해 말 LAT 잉여액이 3158억원으로 가용자본으로 가산하면 약 1263억원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월과 6월에 각각 300억원과 15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실시하면서 RBC 비율 165.8%를 기록하며 권고치를 상회했다.
◆ 내년 IFRS17(새 국제회계기준)에 유리
RBC 비율이 회복되면 내년 새롭게 적용될 IFRS17에 유리하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는데 이때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므로 그만큼 자본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LAT를 통한 각 보험사의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면서 IFRS17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와 관련 롯데손해보험은 관계자는 "IFRS17 도입을 대비해 보험사들이 꾸준히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내년 IFRS17이 적용되면 어떤 변화가 나올지는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