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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IPO 도전 나선 '새벽배송' 혁신가의 앞날은 - 사장 집무실 없이 임직원들과 동일한 공간에서 근무... 외부 미팅도 택시 이용
  • 기사등록 2022-07-03 17: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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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지윤 기자]

"안해본 사람은 있어도 해본 사람은 중독된다."


배우 전지현이 보라색 옷을 입고 보라색 배경의 집에서 마켓컬리로부터 온 상품을 받으며 속삭인다. 컬리(마켓컬리 운영사. 대표이사 김슬아)가 2015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새벽배송 CF의 한 장면이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문 앞에 상품이 배송돼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가 선보이자 소비자들은 곧바로 매료됐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 온라인 시장 규모는 32조원으로 전년비 4.1%p 증가했다. 컬리는 이같은 온라인 주문 시장의 성장에 기폭제로 작용한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한국 유통 비즈니스에 한 획을 그은 컬리가 IPO를 진행하면서 이 스타트업을 창업한 김슬아 대표가 주목받고 있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김슬아 대표는…


▷1983년 부산 출생(38) ▷미국 웰슬리대 정치학과 졸업 ▷골드만삭스 홍콩지사(2007) ▷맥킨지앤드컴퍼니 홍콩지사(2010) ▷싱가포르 국영 테마섹홀딩스(2012) ▷베인앤드컴퍼니 한국지사(2013) ▷더파머스(컬리 전신) 창업(2014)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공동의장(2020) ▷중소벤처기업부 컴업조직위원회 민간조직위원장(2020) 



◆새벽배송 '총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 타켓 창업 


김슬아 대표의 이력을 보면 언뜻 창업과는 거리가 있는 듯이 보인다. 공부 잘하고 명문학교를 거쳐 좋은 직장에 다니던, 글자 그대로 '범생'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민족사관고, 미국 웰슬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와 맥킨지앤드컴퍼니 홍콩지사에서 근무했다. 


이렇듯 승승장구하던 김슬아 대표가 컬리를 창업하게된 계기는 맞벌이 부부로 지내면서 바빠 장보는 게 힘든 상황에서 틈새 시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장을 직접 안보고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을지 생각하다 배송을 생각했고, 모든 사람들이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새벽배송'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총족되지 않은 니즈'(Unmet needs)를 충족시키는 것이 성공 창업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이후 컬리의 성공 신화는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새벽배송 시작 이후 컬리의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173억원(2016년)→465억원(2017년)→1571억원(2018년)→4289억원(2019년)→9530억원(2020년)에 이어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1조5613억원). 해마다 퀀텀점프를 거듭해온 셈이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2조원을 넘겼고 회원 1000만명, 월간 순이용자 300만명을 달성했다. 아직 흑자전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영업손실률(영업손실/매출액)은 감소 추세에 있다. 



◆기업가치 4조 인정받아... 코스피 IPO 청구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컬리는 IPO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앞서 지난해 11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통해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대표이사 안상균)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아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다. 컬리가 IPO에 성공할 경우 기업가치는 7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컬리의 IPO는 현재 도전을 맞고 있다. 주식 시장이 나빠졌고,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5.75%)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국내 주요 유통사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어 차별화가 희석됐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쿠팡의 선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은 지난해 3월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해 630억달러(약 81조원)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일(이하 현지시각) 현재 시가총액은 265억 달러(약 34조원)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장 당시 한때 50달러까지 치솟았던 쿠팡 주가는 2일 현재 15달러로 70% 폭락해있다. 


이같은 도전을 맞이한 김슬아 대표의 전략은 상품군 확대를 통한 외형 확대,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안정화, 상품 차별화 등으로 요약된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6월 판매 상품 카테고리를 식품에서 나아가 뷰티, 전자, 여행, 펫(pet) 등으로 확대했다. 특히 ‘뷰티’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소비자들이 식품군에서 중요하게 생각했을 ‘품질’ 측면이 뷰티 상품들에도 해당되기 때문에 집중 카테고리로 타겟팅 하고 있다. 올해 뷰티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으며 전년비 3배 이상(222%) 증가했다.


컬리의 판매 물품. [이미지=컬리]

학교급식 및 대규모 급식처 공급업, 식당 프랜차이즈 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주력 라인인 신선식품 사업의 이어지는 적자에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경영권 이슈와 관련, 김슬아 대표는 우호지분 20%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러졌다.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체결하고, 상장 이후 2년간 주식을 매각하지 않은 보호예수 확약 작업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컬리의 주요 주주는 힐하우스캐피탈(11.89%), 세콰이어캐피탈(10.19%),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오일러캐피탈(6.73%), 김슬아 대표(5.75%) 등이다. 김슬아 대표는 6대 주주이다. 


쿠팡 선례와 관련, 한국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컬리를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쿠팡과 동일 선상에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컬리는 한국법 적용을 받는 한국 법인이고 쿠팡 모회사인 쿠팡LLC는 미국 법인"이라며 "컬리가 상장할 경우 한국인이 창업한 유니콘이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스타트업으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바지에 후드티 차림... 전용 차량없이 택시로 다녀


김슬아 대표의 그간의 투명하고 사심없는 경영 스타일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슬아(오른쪽) 컬리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농축산물 온라인 판로확대 협약을 맺고 장철훈 농업경제대표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농협경제지주] 

김 대표는 평소 청바지에 후드티 차림으로 사장 집무실 없이 임직원들과 동일한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의 모든 임직원들은 서로를 직책으로 부르지 않고, 영어 이름이나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 부른다. 그래서 마켓컬리의 사내 분위기는 수평적이고 업무에 최적화돼 있는 알려졌다. 컬리의 한 관계자는 "김슬아 대표 비서도 없었다가 최근에야 비서 1인이 생겼다. 외부 미팅을 갈 때도 전용차량없이 택시를 타고 다닌다"고 귀띔했다. 


김슬아 대표의 이같은 경영 스타일은 컬리가 '유통 공룡' 쿠팡의 급성장에도 마니아를 확보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 평가 사이트 리뷰를 보면 "컬리 상품은 신선하다", "포장이 환경친화적이다" 등이 올라오고 있다.  


김슬아 대표는 상품 입점 절차 만큼은 직접 참여하고 있다. 컬리측은 "입점 제안이 1만개 들어온다면 불과 200여개 가량이 1단계를 통과한다. 매주 상품 품평회를 열어 MD(Merchandiser·상품입고책임자)들이 직접 맛보고 평가한다. 어린이용 치약과 유기농 개사료를 테스트할 때는 김슬아 대표가 직접 시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컬리는 상품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생산환경, 생산과정이 특별한 식재료를 발굴하고 이를 소개하는 '희소가치 상품관'를 최근 선보였다.


jiyoun6024@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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