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2022년 3.9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2022년 2월 23일과 24일에 각각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들의 정권교체의 열망이 현저하게 높지만, 유력 정당의 후보자 지지도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들쑥날쑥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대선을 13일 남겨둔 시점에서 정권교체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매우 다르게, 후보지지도는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평균 지지율은 38.3%, 국민의힘당의 윤석열 후보는 39.9%로 불과 1.6%p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여론 조사는 원래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실제의 투표에서는 다른 외생변수도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정권교체의 열망과는 달리 정권교체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각 당은 캐스팅보트 후보인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나름대로 추구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금까지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단일화의 중요성만큼 안철수 후보의 몸값이 금값보다 귀하게 올라가고 있다. 원래 캐스팅보트의 가치는 하나의 정책이나 일개 지역의 대표자를 바꾸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번 대선의 경우에는 한국의 국가체제와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이다.
과거 선거 사례를 살펴보면, 단일화로 계산되는 수학적 결과는 선거 결과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2014년의 6.4 지방선거는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준다.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울시 교육감선거에서 당시 보수진영에서는 지지 가능 표 54.9% 중에서 3위인 고승덕 후보가 24.3%를 가져 감으로써 선거의 승리를 진보진영으로 넘겨주었다. 결과적으로 보수적 가치를 교육 현장에서 구현하려고 하는 후보들은 끝까지 분열로 가는 것보다 중간에 합의하여 단일화를 하는 것이 지역의 교육에 더 도움이 되었다. 다른 지역도 동일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9년 경남 창원 성산구에서 치러진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단일화의 수학적 지혜에 충실했던 진보진영이 승리했다. 당시 선거가 있기 전에 여론조사기관 (주)데일리리서치가 2019년 1월 13일~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표 4>와 같다.
<표 4>에 의하면, 2019년 1월 13일~14일까지는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32.5%,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21.5%,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후보가14.3%, 민중당 손석형 후보가 11.2%의 예상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진영의 승리가 눈에 보였다.
영리하게도 진보진영에서는 2위인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3위인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후보가 다시 여러 차례의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후보 단일화를 실시하였다.
반대로 보수진영에서는 2019년 3월 14일에 대한애국당의 진순정 후보가 갑자기 잃어버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구출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는다는 거창한 보수의 깃발을 높이 들고 후보자 등록을 하였지만 결과는 보수 표의 분산으로 인하여 보수진영의 선거 패배에 크게 기여하였다.
후보 단일화를 한 정의당은 대한애국당의 돌연한 출마 선언으로 운 좋게도 42,633표를 얻어 겨우 474표의 차이로 승리하였다. 오히려 자유한국당과 대한애국당이 후보 단일화를 하였으면, 총 42,997표로 자유한국당이 미미하지만 364표 차이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런 과거의 단일화 결과에 대한 숫자들은 이번 대선에도 단일화의 필요성을 변함없이 일깨워주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을 가지고 단일화한 경우 후보의 지지도를 살펴보면 <표5>와 같다.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하면 2위인 윤석열 후보보다 대략 +7.7%p의 차이가 나고,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하면 2위인 이재명 후보와는 대략 +10.8%p의 차이가 난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은 정치 성향이 다소 진보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실제 투표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 중에서 단일화를 반대하는 일부 지지자는 이재명 후보 또는 심상정 후보에 투표할 것이기 때문에 설사 단일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모두 단일화 후보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현재의 ±1.6%p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차이를 확보할 수 있다.
안철수 후보는 이미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정권교체로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충실하려면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할 것이다. 정권교체의 여론은 52.9%, 49.4%로 정권유지 여론 39.5%, 37.9%보다 대략 평균 12.45%p 더 높기 때문이다.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세간에서는 “과거 안철수는 과학 수재였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어려운 시기에 단일화를 하여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구하는 정치 영웅이 될 것이다”라며 여전히 단일화 기대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안철수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며 이 전환기적 시대정신과는 무관한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심에 가득 찬 처신에 얼굴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향방은 안철수 후보의 시대를 통찰하는 식견과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정치적 성숙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자신의 결단 여부에 따라 자신의 향후 정치생명도 좌우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단일화 논의가 사실상 결렬되자 이제는 연구실의 교수들과 안철수 후보 소속 정당의 청년대표까지 대선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역사와 시대의 무게가 담긴 캐스팅보트의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정작 캐스팅보트 후보가 된 사람의 고뇌는 더 클 것이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의 처지가 보는 사람의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같은 상대적으로 작고 덜 중요한 것에도 쉽게 단일화에 응하면서, 대통령 후보 단일화 같은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큰 것에 대하여 단일화를 망설이는 안철수 후보의 속내를 알기가 쉽지 않다.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2022년 한국 대선에서 국민의 여론에 따라 정권교체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만약 최후까지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철수 후보 지지자 중에서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제1야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 중에서 단일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전부 윤후보를 지지한다고 가정하면 <표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안후보의 지지율 8.5% 중에서 대략 3.97%가 윤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34.9%보다 5.57%p가 높아서 여전히 윤석열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안후보 지지자 중에서 단일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윤후보에 투표할지는 의문이지만,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정권유지를 원하는 국민보다 대략 12.45%p가 많고, 이 중 안후보 지지자 중에서 윤후보를 지지하거나, 중도적 유권자들의 표심도 분위기에 따라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부정선거 등 세간에서 회자되는 외생변수도 만만치 않고, 앞으로 터져 나올 각 후보의 새로운 부정적 뉴스 중에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3.9 대선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최후까지 쉽지 않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숫자로 살펴본 여론조사 결과는 윤·안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권교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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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2년 02월 28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원문에 각주 설명을 추가로 더 보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옹진기님의 분석 잘 읽었습니다.
근데 이번 분석에서 몇 가지 수정사항은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것은 여론조사 기관, 언론 등이 선동하여 나온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임기 말년에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가진 사항이 없을 정도로 높아서요..
그리고 야당후보님의 여론 조사 수치가 구글 트랜드보다 높게 나와 약간 거품이 있어 보입니다.
결과는 3월9일에 나올 것 같으며, 융진기님의 분석글과 제가 드린 의견 중에서 어느 글이 더 결과에 가까운 지는 결과를 보면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