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한화생명과 더불어 국내 '보험 빅3'에 속하는 교보생명(대표이사 신창재 윤열현 편정범)이 IPO(기업공개) 출사표를 던졌다. 교보생명은 2010년 무렵부터 IPO를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좌절돼왔다. 내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 목표를 이룬다면 근 10년만에 IPO에 성공하는 셈이다.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 유가증권시장본부는 교보생명이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고 21일 밝혔다. 대표주관회사는 NH투자증권이다.
교보생명은 1958년 고(故) 신용호(1917~2003) 창업주가 설립했고, 현재 신용호 창업주 장남 신창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최대지분(36.9%)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5조7089억원, 당기순이익 382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보험 빅3' 가운데 교보생명이 유일한 비상장사이다.
교보생명이 IPO에 성공할 경우 주식시장에서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한국 금융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2019년 삼성생명이 보유하던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교보자산신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말 AXA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2012년), 2013년 ING생명(2013년), 2014년 우리은행(2014년) 인수를 추진하였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신창재 회장은 오너 2세이지만 교보생명을 지금의 '보험 빅3'로 키운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6년 의사를 그만두고 교보생명 이사회 부회장으로 처음 경영을 맡자 얼마 지나지 않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00년 당시 연 2500억원에 이르는 적자와 2조 4천억의 자산 손실 등 회사가 빈사 상태에 빠졌었으나 경영 혁신으로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교보생명 IPO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딜로이트안진과의 법정 공방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올해 1월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치평가 과정에 부적절한 공모가 있었다며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 임원 등 2명을 기소해 법정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2018년 어피니티가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교보생명 주식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매입가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가격(주당 40만9912원)으로 산정하면서 부적절한 공모가 있었다는 혐의다. 앞서 2012년 어피니티는 2015년 9월 말까지 교보생명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창재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걸었다.
교보생명 IPO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법정 소송의 씨앗이었던 만큼 내년 상반기 교보생명 IPO가 이뤄질 경우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