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예지·문성준 기자
이디야(EDIYA, 대표이사 문창기)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다 매장을 보유한 커피전문점이다. 지난 2001년 1호 서울 중앙대점을 오픈했고 지난해 3300호점으로 국내 최대 매장 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춤한 추세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타격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은 경쟁 포화 상태인 ‘레드 오션(Red Ocean)’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문창기 이디야 대표이사는 이러한 이디야의 위기를 해결해 나갈 '키맨(key man)'이다. 문창기 대표가 코로나19를 맞아 어떠한 전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창기 대표는…
현 이디야 대표이사(CEO). 1962년생(60세). 서울 화곡중∙영일고∙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동화은행 창립멤버(1988). 삼성증권 지점투자신탁팀장. 유레카벤처스 설립(2000). 이디야커피 인수(2004)
◆고(高) 가성비, 업계 최저수준 폐점율 강점
문창기 대표는 본래 '은행맨'이었다. 1988년 동화은행 창립멤버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동화은행이 신한은행에 인수되면서 회사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듬해 삼성증권으로 이직해 투자신탁팀장으로 활동하다 2000년 투자자문사를 운영하다가 지인이 매각하려고 하는 이디야의 잠재 가능성을 보고 인수해 당시 80개의 가맹점을 현재 3000개가 넘는 규모로 뚝심 있게 키워냈다.
이디야의 강점은 '가성비'에 있다. 이를 위해 가맹점 우선 정책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디야는 가맹점 임차료와 인테리어 거품을 빼 가맹점 개설비용을 30% 이상 낮췄다. 특히 로열티를 매출액에 관계없이 월 25만원으로 고정한 것은 혁신으로 꼽힌다. 이 결과 이디야 가맹점의 폐점율은 1~2%로 업계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강점은 '품질'이다. 이디야는 업계 최초로 커피연구소를 설립했고 2016년에는 이디야랩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자체 원두 생산시설인 이디야드림팩토리를 준공했다. 총 400억원이 들어간 이디야 드림팩토리는 연간 최대 6000톤의 원두를 생산한다.
◆코로나19로 도전받아…커피 시장 레드오션
그런 이디야가 지난해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도전받고 있다. 이디야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2239억원, 영업이익 140억원, 당기순이익 1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비 1.44%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비 각각 27.83%, 25.85% 감소했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이 레드오션(Red Ocean, 경쟁 과포화 상태)화되고 있는 것도 넘어야 할 도전이다. 2019년 기준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7만1000개로 편의점(약 4만개)을 뛰어넘었다. 창업의 대명사인 치킨집(약 8만개)과 맞먹는 숫자다. 폐점도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위 10개 커피브랜드의 폐점률이 2015년 6.3%에서 몇 년 사이에 10% 이상으로 증가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초저가 커피브랜드가 주목받아 메가커피, 더벤티, 컴포즈커피 등 1000~2000원대 중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디야가 가지고 있는 가성비 이미지가 희석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애매한 브랜드는 차별화를 추구해온 이디야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디야 관계자는 "고객에게 좋은 맛과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Identity)에는 변함 없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5월과 6월 전 사원들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안된 400여 안건에 대해서 검토하고 시행하기 위한 사내TF팀을 구성하여 운영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본사 허리띠…신제품 출시∙유통망 강화
전례를 찿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문창기 대표이사의 승부수는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전례 없이 힘든 상황이지만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초석을 다지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온라인마케팅 강화, 배달서비스 지원 등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한 일들을 실천하고, 가맹점 지원을 위해서 본사의 과감한 비용 절감을 진행했다. 이러한 전략의 대표이사 급여 50% 포기, 법인카드 반납과 부사장 이하 전 임원 급여 20% 반납과 법인카드 한도 50% 축소 등을선언했다. 일부 프랜차이즈들이 사업의 위기를 가맹점주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리는 모습과는 다른 대조적인 행보다.
판매 다각화를 위한 유통망 활성화와 신제품 출시에도 나섰다.
먼저 배달 증가 트렌드에 맞게 배달서비스가 크게 활성화됐다. 이디야는 2018년 배달 플랫폼 요기요와의 제휴를 통해 업계 처음으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디야멤버십’을 근간으로 출시한 ‘이디야오더’ 주문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배달 서비즈 비중은 더욱 늘고 있다.
이디야 커피가 조사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된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배달 서비스 이용 건수가 전주 대비 18% 증가하고, 매출액도 19% 늘었다. 올해 7월 기준 전체 가맹점의 약 80%인 2200개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디야 담당자는 "이디야오더 배달 부문은 배달 문화 활성화에 따라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며 "원활한 서비스 제공과 가맹점 지원을 위해서 배달의 민족, 요기요 , 쿠팡이츠 등과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라고 전했다.
◆인간관계 중시... 고교 동문회장 활동
문창기 회장은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영일고) 동문장학회장과 고려대 교우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틈날 때마다 커피랩을 둘러보고 평일 오후 이 곳에서 종종 커피를 마시는 등 각별한 애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IPO(기업공개)에 나섰다가 접은 것도 가맹점주들이 급격한 인건비 인상으로 부담이 증가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3년간 흐지부지된 이디야의 IPO 추진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창기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유가 증권 상장을 위한 기틀도 다시 한번 마련하겠다”고 언급하며 IPO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적극적인 M&A 추진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하지만 상장을 위해서는 이디야 실적 개선 및 가맹점 수익 개선, 가맹점주들의 동의 등 해결해야 할 난관이 남아있다.
이디야가 IPO에 성공한다면 커피전문점으로서 ‘커피 상장사 1호’가 된다. 동종업계의 투썸플레이스는 IPO를 고민하다가 최근 철회 결정을 내렸다. 이디아 담당자는 "연초 회장님께서 회사의 장기 비전에 대해 말씀하신 것으로 현재는 IPO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디야의 최우선순위는 가맹점과의 상생"이라고 강조했다.